‘인간’이란 무엇인가?

철학적 물음이기도 하지만

의학적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테제입니다.

‘인간’은 몸과 에너지 그리고 마음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이 세 가지 중에 어느 것 하나라도 없으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양자 의학에서는 ‘몸 의학’, ‘에너지 의학’, ‘마음 의학’으로 분류하고, ‘이 세 가지 시각을 모두 겸비하여 진단과 치료를 해야 온전하다’라고 주장하는데 지극히 옳다고 생각됩니다.

X-레이, CT, MRI 등은 몸 의학(조직:組織)만을 보는 것으로, 물질 이외에 에너지상태는 어떤지, 마음은 ‘몸 치료’에 적합한 상황인지 등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에너지와 정신 상태가 치료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을 만큼 중요하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질병을 치료할 때는 이 세 가지를 함께 진찰하여 치료해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 시간까지 몸을 이루는 물질(精)과 그것에 활동성을 부여하는 에너지(氣)에 대해서 정리하고, 맨발이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공부해 왔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높은 생물학적 지식과 최신 과학지식이 요구되어 어려웠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함께 읽고 동참해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조금 더 복잡하고 과학적으로 아직 이해하지 못한 신(神)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일반적으로 신(神)을 기독교의 GOD과 같은 개념으로 사용해왔는데, 우리가 지금 논하려는 신(神)은 GOD이 아닙니다.

- 언제부터 GOD을 신(神)이라고 번역하였는지는 정확치 않습니다.

- 마테오리치(1552~1610)는 ‘천주실의(天主實義)’를 지을 때 천주(天主)를 상제(上帝)라고 했는데, 이 ‘상제’가 기독교의 하나님(GOD)을 동양의 정서에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 동양에서는 ‘현상은 분명히 존재하는 데, 인간이 그 과정을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을 신(神)’이라고 합니다. 주역 '계사전(繫辭傳)'에 보면 음양불측위지신(陰陽不測之謂神: 물질을 이루는 음양의 지식으로는 측량할 수 없는 것을 일러 신이라 한다)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의 정신(精神)작용이나 천둥·번개 등은 분명히 있는 것이지만, 그 형성과정을 알 수 있는 과학적 지식이 없었기에 신(神)이라 표현했습니다. 동학에서 말하는 불연(不然)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신(神)이란 글자도 본래는 번개를 상징하는 신(申: 번개 신)이었습니다. 후에 사용되는 번개 전(電)자는 비(비)와 함께 오는 신(神)라는 뜻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논의하는 신(神)은 이원론적 세계관에 기인한 인격신(人格神:GOD)이 아니고, 우리가 아직은 자세히 모르지만, 지식이 발달함에 따라 규명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의식, 정신, 인지(認知) 등을 말합니다.

 

1. 동의보감에 표현된 신(神)

'신은 우리 몸의 주인이다(神爲一身之主)'라고 하여 모든 인체 활동의 주체를 신(神)이라고 했습니다.

즉, 신체 내·외에서 오는 정보를 종합·분석하여 ‘회피할 일인가?’ ‘맞설 일인가?’ ‘지금 하나?’ ‘미루나?’ 등등을 판단하는 기능이 신(神)이란 의미입니다.

 

2. 동물은 어떻게 머리를 갖게 되었는가?

태고(太古)부터 생명체는 생체 내·외부의 변화에 대응하려고 전신에 신경망을 형성합니다. 그 중 동물의 신체는 동작의 효율성을 위해 좌·우 대칭형이 되고, 전신에 흩어져 있던 신경망을 연결하여 머리로 집중하도록 진화합니다. 머리로 집중된 정보들은 통합적으로 관리되어 ‘신경망이 분산되었을 때보다 훨씬 원활하게’ 통일적 행동을 하게 됩니다.

 

3. 다른 동물들과 인간의 의식 차이는 무엇 때문인가?

초기 동물에서는 몸의 각 구역에서 전송된 정보를 뇌에서 종합하여 통일된 행위만을 해오다가 창발(創發:Emergence)의 과정으로 진화합니다. 창발이란 단순한 정보들이 모여 상호작용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전혀 다른 복잡한 차원으로 도약(跳躍)하는 것을 말합니다. 전혀 다른 억지의 경우이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 봅니다. 본래 수소(H)와 산소(O)는 ‘기체’로서 각각 고유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정한 조건 하에서 합해지면 ‘물이라는 전혀 다른 액체의 속성’으로 변합니다. 또 ‘삼성 주식이 올랐다.’ ‘2차 전지 주식은 내렸다.’ 이것은 단순히 신경을 통해 들어온 정보 수준입니다. 이것을 보고 ‘팔 것인가? 아직 더 두고 볼 것인가?’를 판단하는 과정이 창발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 창발(創發:Emergence)능력 차이는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세포의 숫자와 연결부위, 즉 시냅스(Synapse)의 연결 형태가 좌우합니다. 얼마나 문제 해결에 ‘유리한 형태로 연결’되어 있고, 그 시냅스 ‘숫자가 충분하냐?’에 달려있습니다. 그러니까 ‘얼마나 고등한 동물인가’를 결정하는 요소가 시냅스의 상태입니다. 참고로 뇌의 기능도 이 시냅스(Synapse)의 연결 형태에 따라 다릅니다. 그러니까 전두엽 후두엽의 기능이 다른 것은 그 연결 형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 순간순간마다 연결상태는 새롭게 ‘형성되고, 사라지고’ 하는 것입니다.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이 창발의 과정이 폭발적으로 증대되었던 7 만 년 전의 시기를 ‘인지 혁명’이라고 했습니다. 인간은 이 창발의 최고 경지인 ‘자아 인식’의 단계에 이른 것으로 생각됩니다. 결국 모든 생명체는 신(神)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가장 영장(靈長)한 동물이 인간입니다.
4. 인공으로 신(神)을 만들 수 있나?
이 뇌의 복잡계를 모사하여 인공적으로 창발(Emergence)을 만들어 낸 것이 인공지능입니다. 이 창발의 과정이 인공지능에서 말하는 트랜스포머(Transformer), 화인 튜닝(Fine-tuning) 등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5. 요즈음 세상을 두려움과 기대감으로 들뜨게 하는 ‘챗 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대화형 인공지능)’는 인간처럼 창발할 수 있을까?

얼마 전에 미국의 어느 AI 개발업체의 직원이 ‘AI가 의식이 있는 것 같다’라고 발설하여,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기계가 의식, 그러니까 이제까지 우리가 논해왔던 신(神)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입니다. AI가 인간은 비교할 수도 없는 엄청난 정보와 힘을 가지고 있는데 ‘내가 누구인가’라는 자의식까지 가질 경우,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영화나 소설이 다수 있습니다. 이런 AI를 ‘강한 인공지능 (Strong AI 또는 General AI)’이라 하고, 단순 기능으로 인간의 노동을 돕는 정도의 창발을 가진 AI를 약한 인공지능 (Weak AI 또는 Narrow AI)이라고 합니다.

 

6. 정신, 의식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옛날에는 창발 (Emergence)의 과정을 이해할 수 없어 신(神)이라고 치부(置簿)했던 것을 의과학(Medical Science)적으로 설명하려다 보니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아마 조금 더 과학이 진보하면 정신을 더 확실히 규명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신(神)에 맨발은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가를 논해보겠습니다.

신경세포(뉴런:neuron)는 수상돌기라는 안테나 같은 가지에서 전기적 신호를 받아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초등학교 다닐 때 하던 ‘릴레이 달리기’를 생각하면 됩니다. 앞선 주자(走者)에게서 바톤(Baton)을 받아 일정 거리를 달린 다음 후발 주자에게 그것을 넘겨주는 것과 같습니다. 여기서 바톤(Baton)이 신경세포에서는 ‘전기’입니다. 이 전기 신호를 안정적으로 전하기 위해 신경세포는 여러 가지 노력을 합니다. 축삭이라는 긴 연결다리는 지방으로 싸고, 연결부위(synapse)에서는 신호를 적절히 조절한 다음 후발세포로 전달합니다. 맨발을 통해 땅(지구)와 접지(接地)가 되면, 신경세포 내·외와 주변의 전기상태가 '지구 전위와 같게' 되어 안정적으로 전기 신호가 전달됩니다. 이는 신(神)의 구성요소인 신경세포와 시냅스를 정상 상태로 만들어 창발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마련해 주기 때문입니다.

 

*불면, 신경증, 자폐 등 신경·정신계와 맨발에 관해서는 다음 호에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