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구 의료법은 병원의 기업화 등으로 인한 의료비의 상승과 과잉진료의 폐단을 막기 위해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을 개설할 수 있다고 규정해 의료기관의 추가 개설을 금지했는데, 2012년 8월 2일 시행된 개정 의료법이 의료인의 운영까지 금지하는 의료기관 이중개설금지제도를 신설한 것은 일부 의료인들이 다른 병원의 경영에 개입하는 현상이 점차 증가하면서 의료업 양태의 변질 등 그 부작용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J정형외과’ 원장 A는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는 의료법을 위반하고 동업자 B가 결성한 비영리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했다.

B는 비의료인인 탓에 병원을 운영할 뿐이었다. A는 동업자와 함께 개설한 ‘실로암 사랑 요양병원’에서 의료처방행위 등을 하고 병원장 행세를 하면서 개설 초기부터 이 병원을 사실상 주도적으로 지배했다.

개설 후 4년 뒤부터 4년 동안(2012년~2016년)은 노골적으로 이 병원을 운영하며 의료법의 이중개설 금지규정을 위반하고, 회진과 문진, 차트 작성 등 의료처방행위를 하면서 이중 진료를 엄금하는 법을 위반했다.

이 같이 A의 불법행위는 ‘오너형’ 내지 ‘경영주도형’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에는 법원이 처벌 양형을 결정할 때 정상을 참작하기가 어렵다는 게 법조계 일반의 시각이다.

병원을 이중으로 개설하는 것을 금지하는 의료법 조항들의 입법 취지를 보면, 의사가 1개 이상의 시설에서 의료행위를 하게 되면 환자의 진료, 처방, 투약 등 의료행위에 집중이 불가하고 이는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 한다는데 있기 때문이다.

의료법 33조 8항에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는 이유다.

이 의료법의 기저에는 병원 이중개설이 환자의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이중개설에 목적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같이 위 의료법의 입법 취지란 이중개설은 단순히 경제적인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했고, 결국 이중 개설한 병원에 아픈 곳을 치료받으러 오는 환자들이 불이익을 받게 돼 공공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현실적 판단을 지표로 삼고 있다.

말하자면 A는 위 의료법 조항의 전형적인 규율 대상이다. A는 동업자 B와 함께 수 십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실로암 사랑 요양병원’은 비영리 의료법인이다. 수익을 배당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불법이다.

비영리 의료법인의 수익을 나눠 가졌다는 것은 단적으로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에 조작한 진료기록부를 제출해 수익을 가공해 왔다는 걸 방증한다.

또 실제 수입을 줄인 만큼 세금을 포탈했다는 걸 반증한다. A는 자신이 ‘실로암 사랑 요양병원’을 대놓고 운영하는 기간에는 30개월 동안 차명계좌에 급여를 입금했다 빼가는 방식으로 3억 1,000여만원을 챙겼다.

이같이 A는 오직 영리 목적으로 병원을 이중개설했으며 더 많은 이익을 챙기기 위해 동업자 B와 분쟁을 거듭했다.

형사처벌은 차치하고라도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건강보험공단의 부당이득 환수처분 대상인 것이다.

A는 특히 이중개설한 이 병원을 상대로 사문서를 위조하는 등의 수법으로 3억여원을 편취했다.

이런 행위들을 놓고 보면 도저히 의사라고 할 수 없다. 의료법은 이런 경우 형사처벌 외에 의사 면허를 정지·취소하도록 하고있다.

‘실로암 사랑 요양병원’의 전·현직 관계자들에 따르면 A는 매일 아침 8시 20분께에 이 병원에 와서 전 병동을 회진했는데, 총무과장·관리부장 등이 문 앞에 기다리고 서 있다가 문을 열어 A를 맞이하고, 의사들이 원무과에 모이면 A는 이 무리를 이끌고 병동을 누볐다. 명실상부한 병원장의 모습이었다.

‘실로암 사랑 요양병원’의 전·현직 관계자들에 따르면 “A, B, C 등은 백세의료재단(실로암 사랑 요양병원, 실로암 장례식장)을 설립하면서 출연 지분을 각 33%로 하기로 하고, 재단 운영에 따른 이익배당금을 매년 말에 지분 비율에 따라 나눠 갖기로 약정했다.

이들은 실제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수억원씩의 이익배당금을 나눠 가졌다. 비영리법인에서 어떻게 수익을 발생시켰는지를 차치하고라도, 이같은 사실은 A의 명백한 이중개설 행위를 드러낸다.

의사라고 할 수 없는 ‘완장질’ ‘분탕질’

의료는 공공재의 성질을 지닌다. 의료기관의 개설과 운영을 자유로운 시장경쟁에 맡길 수 없는 이유다.

이에 따라 의료법은 국가가 어느 정도 개입해 적정한 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의료법 제33조 제1항이 ‘의료인은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목적은 ‘의료업’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지, 영리 경영이 목적이어서는 아니 된다는 정신에 입각한다.

애초에 ‘의료업’이라는 명제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료 등을 시행해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를 업으로 하는 것’이다. 의료업은 영리사업 자체가 그 주된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구 의료법은 병원의 기업화 등으로 인한 의료비의 상승과 과잉진료의 폐단을 막기 위해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을 개설할 수 있다고 규정해 의료기관의 추가 개설을 금지했는데, 2012년 8월 2일 시행된 개정 의료법이 의료인의 운영까지 금지하는 의료기관 이중개설금지제도를 신설한 것은 일부 의료인들이 다른 병원의 경영에 개입하는 현상이 점차 증가하면서 의료업 양태의 변질 등 그 부작용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의료법의 정신에 따르면 ‘실로암 사랑 요양병원’을 분탕질의 대상으로 삼아 온 A는 의료인이 지켜야 할 본분을 저버린 것이며, 의료업에 종사해서는 안 된다. A에게 이중개설한 환자들은 돈벌이 수단이기 때문이다.

의료인에 대한 지도감독 기관인 익산시가 일벌백계로 삼아야 할 이유다. 전라북도도 A의 사욕에 의해 개설된 ‘실로암 사랑 요양병원’을 정상화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