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측도 지난 4월 “연구소 직원 중 아무도 코로나에 감염된 이가 없고, 실험실의 보안 등급이 최고 수준”이라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기원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를 휩쓴 지 9개월이 지났지만,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사람에게 올 때까지 어떤 중간 숙주를 거쳤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의 한 바이러스 학자 ‘옌리멍’이 영국 토크쇼에 출연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 우한 연구소에서 나왔다”고 폭로했다.
이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이래 학자들이 여러 차례 발표한 ‘자연발생설’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 그 반대설이 제기된 바가 없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큰 폭로다.
하지만 나는 ‘옌리멍’의 폭로 직후 든 불길한 예감을 떨쳐내기 어렵다. 가장 먼저는 그녀의 신변이 걱정됐다. 중국내에서 반대파 혹은 반정부주의자들이 그동안 어떻게 되었는지를 우리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옌리멍’은 홍콩대학 공중보건대에서 바이러스학과 면역학을 전공했고, 세계보건기구(WHO)의 협력연구기관인 홍콩대 연구실에서 일하던 중에 중국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입수했다고 하니 중국의 반감은 특별할 것이고, 중국의 영향력 아래 있는 그녀는 지극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아가 ‘옌리멍’은 미국에게 중국을 공격할 더할 나위 없는 명분을 준 셈이다.미국과 중국의 외교가 단절되고 무역전쟁이 한창인 양국의 관계에 기름을 부었다.
그런 맥락에서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은 당장 ‘옌리멍’에게 어떻게 위해를 가할 것이냐는 긴장감을 안겨줄 뿐이지만, 특히 지국 이익 중심주의에 함몰된 트럼프를 생각하면 불안감은 걷잡을 수 없게 증폭된다.
그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어서 외교적으로 보여준 것들을 고려하면 그는 외교·군사적인 면에서 중국에 무차별적이며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을 것이다. 중국이 반발할 것이고, 양국의 우방들도 자국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양국 간 물리적 충돌에 희생양으로 휘말릴 것이다.
국제적인 문제로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국지전 혹은 전면전이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그보다 이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들이 코로나 19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고립될 것이고 세계적인 채무를 떠안게 될 것이다. 혹은 다국적 기관이 묻는 책임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견디지 못하는 중국이 배수의 진을 칠 수 있다. 이때 일어날 경우의 수는 둘이다.
하나는 중국 공산당과 그 전위부대가 완전히 포위된 전장에서 장렬한 전사를 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같은 이념 진영의 국가들과 연횡해 세계대전을 주도 할 수도 있다.
이런 가상 시나리오가 과몰입한 산물일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자연은 다양한 방법으로 공존의 의무를 망각하고 도를 넘은 인간에게 인류 멸망을 경고해 왔다.
인간의 ‘생존 과잉’은 스스로 양산한 잉여의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어리석게도 과잉 속에서도 잉여를 추구하며 잉여를 위해 싸운다. 트럼프도 시진핑도 그와 궤를 같이한다.
단적으로 중국이 세계를 속이고 ‘코로나19’ 같은 생화학 무기를 생산하다 전세계를 위험에 빠뜨렸다면, ‘과잉 생존’을 대표하는 트럼프 같은 ‘반 자연’이 절호의 기회를 거부할 까닭이 없다.
‘옌리멍’의 폭로가 차라리 조작된 것이기를 바라는 이유다. 그녀의 폭로내용이 동료들에 의해서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이다.
옌 박사는 동료 과학자 3명과 함께 작성한 ‘자연스러운 진화라기보다 실험실에서 정교하게 조작되었다는 것을 제시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평범하지 않은 특징들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합성 방법의 추측’이라는 논문을 내놨다.
논문에 따르면 유전자 분석 결과,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바이러스와 일치하지 않는 생물학적 특성을 보여준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6개월 안에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논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과학적 근거로 3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중국 충칭시 제삼군의대학의 군사 연구소와 중국 난징시 난징 사령부의 의학 연구소에서 발견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와 의심스러울 정도로 유사하다.
둘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인체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는 역할을 하는 부위가 2003년 유행한 사스 바이러스와 닮았다. 또 이 부위가 유전적으로 조작됐다는 증거가 유전자에 나타난다.
셋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에는 ‘퓨린 분절 부위’라는 바이러스 감염력을 높이는 부위가 있다. 그런데 이 부위는 자연에서 나타나는 같은 계통의 코로나바이러스에선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 분절 부위의 특이한 염기서열은 이 부위가 단순히 동물 간에 전달이나 재조합을 통한 자연스러운 진화의 결과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삽입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옌 박사팀은 이같은 3가지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5단계에 걸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제시하면서, 각 단계는 적게는 15일에서 길게는 3개월가량 걸려 6개월 정도면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옌 박사는 논문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연구 실험실에서 나왔을 수도 있다는 이론은 동료들이 검증하는 학술지에서 엄격하게 검열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의 이번 논문은 국제 학술지에 발표되는 논문과 같이 다른 동료 학자들의 검증을 거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학계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자연 발생했다는 이론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전자 분석 등을 근거로 이를 뒷받침하는 논문도 여러 편 나온 바 있다.
다른 과학자들은 예 박사팀의 논문에 대해 동료 학자의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논문의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감안할 때 현재 상태로는 어떤 신뢰도 갖고 볼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옌리멍’의 폭로는 지극히 위험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실험실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보여주는 논문들이 이미 동료 검증을 거쳐 나왔는데, 옌 박사의 논문이 이전 연구를 능가하는 어떤 데이터도 분명히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측도 지난 4월 “연구소 직원 중 아무도 코로나에 감염된 이가 없고, 실험실의 보안 등급이 최고 수준”이라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기원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를 휩쓴 지 9개월이 지났지만,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사람에게 올 때까지 어떤 중간 숙주를 거쳤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옌 박사는 "바이러스의 근원은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것"이라며 "우리가 이것을 알지 못하면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고 했다.
그가 목숨을 걸고 폭로한 이유가 함축된 말이다. 그의 논문은 세계적인 과학자들에 의한 검증을 거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결과가 ‘자연 발생론’ 쪽으로 귀결되기를 바란다. ‘옌리멍’의 폭로는 그의 목적과는 다르게 인류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비교할 수 없는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