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그 평가는 어디까지나 소비자들의 몫이다. 온라인이 이렇게 치열한 시장을 형성한다. 그러나 공직자들이나 정치인들의 태도를 보면, 자신이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 있다는 걸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온라인의 세상은 진보를 넘어선 변화를 거듭하고 있으나 그것은 온라인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듯한, 오프라인은 안정과 안전을 담보해야 하니 선의의 경쟁조차 피해야 한다는 듯한 그들의 태도는 확고해 보인다.

말하자면 그들 선출직은 조직을 변화시켜 자신을 뽑아준 시민에게 보답하겠다는 약속을 내걸지만, 경쟁에서 이기고 나면 재직 중에 경쟁하는 모습을 좀처럼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마치 담합 한 것처럼.

뚜렷한 개성이 주목받는 시대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역설적으로 자기 정체성이 모호한 시대다.

무수한 온라인 플랫폼이 공급되면서 개별적인 다양한 장기들이 개인의 코앞에서 상연된다. 1인 방송 스트리머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동영상 게시물이나 개인방송은 개성이 없으면 대중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 그래서 더 엽기적이거나 충격적인 게시물들이 증가하고, 자기학대 프레임으로 시청자들의 감정 자극 게이지를 높이며 외줄을 타는 방송들도 점증하고 있다.

확장일로에 있는 온라인 플랫폼의 세계는 생존의 생태계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온갖 차별화 전략들이 진입하는가 하면, 엄청난 수의 스트리머들이 명멸을 거듭한다.

포스팅되는 모든 것들은 매 순간 냉혹한 평가를 받으며 스스로 성장한다.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자웅을 겨루며 인기 몰이를 하며, 그 인기는 계급을 형성한다.

그 평가는 어디까지나 소비자들의 몫이다. 온라인이 이렇게 치열한 시장을 형성한다. 그러나 공직자들이나 정치인들의 태도를 보면, 자신이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 있다는 걸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온라인의 세상은 진보를 넘어선 변화를 거듭하고 있으나 그것은 온라인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듯한, 오프라인은 안정과 안전을 담보해야 하니 선의의 경쟁조차 피해야 한다는 듯한 그들의 태도는 확고해 보인다.

말하자면 그들 선출직은 조직을 변화시켜 자신을 뽑아준 시민에게 보답하겠다는 약속을 내걸지만, 경쟁에서 이기고 나면 재직 중에 경쟁하는 모습을 좀처럼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마치 담합 한 것처럼.

그들 대다수는 오히려 조직에 동화돼서 자기를 잃어버린다. ‘단체장이다’ ‘국회의원이다’ ‘지방의원이다’ 무늬만 다를 뿐 본질은 같아진다. 결국은 자신이 변화시켜야 할 조직과 자신이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조직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온라인 콜로세움으로

가까이에는 전라북도지사가 있다. 그가 존재하는 주된 이유는 전라북도를 구성하는 각 지자체의 이해충돌을 조정하고 지역사회의 통합을 이끄는 것인데도 지자체 사이의 갈등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

최근 가장 대표적인 지자체 간 갈등으로는 전주시가 송천동에 있던 항공대대를 도도동으로 이전한 것을 꼽을 수 있다.

항공대대는 활주로를 동쪽으로 내서 익산시 춘포면과 김제시 백구면, 완주군 이서면 등 3개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잦은 이착륙과 선회비행에 따른 직접적인 소음피해 영향권에 이들 지역이 있는 것이다.

전주시는 또 불난데 기름 붓듯이 같은 지역에 군부대 이전을 결정했다. 견디다 못한 3개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정헌율 시장 등 단체장들이 전주시장을 찾아가 전주시는 항공대대와 군부대 이전으로 막대한 개발이익을 챙기면서 그 피해는 이웃 경계지역 주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정 시장 등은 항공대대의 활주로 변경을 요구하고 군부대 이전 불가 의견을 전달했으나 전주시장은 중앙정부 핑계와 원론적인 답변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또 익산시 춘포면 문종 마을 주민들은 최근 완주군이 허가해 준 축사 때문에 겪게 될 축산분뇨 악취 피해를 걱정하고 있다.

이 축사는 완주군 삼례읍 어전리의 농지에 들어설 예정인데, 완주군 가축사육 제한조례의 기준인 민가로부터 300m 이상 떨어져 있지만, 이웃한 익산시 춘포면 문종 마을로부터는 200여m 안에 위치한다.

완주군은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완주군 주민에게 적용하는 거리 제한을 익산시 주민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설명회도 한번 없었다. 문종 마을 주민들이 허가를 취소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완주군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아무런 예고도 없이 왕궁면 인접 지역에 폐기물매립장을 조성했던 완주군의 행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익산시가 비분강개하는 이유다.

그런데 전라북도가 소극적으로 일관하면서 갈등 조정에 나설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다. 2015년 ‘전라북도 공공갈등 예방 및 조정·해결에 관한 조례’을 제정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으면서도 전라북도는 코앞에서 벌어지는 지자체 간 충돌을 외면하고 먼 산을 바라보고 있다.

무엇보다 전라북도는 그 존재 이유가 14개 시·군을 관리하는 주체다. 도청은 각 기초단체의 구심점인데, 시·군들이 한 목적을 향해 결속하지 않고 흩어져있다면 道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다.

지방정부가 타 지방정부를 상대로 경쟁력을 높이지 않는다면 존재할 이유가 무엇인가. 세상을 바꾸겠다고 나선 우리의 정치인들은 대체로 경쟁에서 무사안일한 태도를 바꾸려 하지 않고 있다.

그런 까닭으로 도시의 공동선은 갈수록 퇴색하고, 사람들은 도시와 도시를 떠돌며, 한 도시를 지키는 사람들조차 오프라인에서 도시의 구성원이 되기를 거부하고 도시의 경계가 없는 온라인의 세상에 빨려들고 있다.

온라인 콜로세움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람들과 그 경쟁을 즐기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나는데, 도시의 구성원들은 계속 빠져나간다면 그 끝은 어떠할까.

종국에 도시의 경계가 무너져도 정치인들이 계속 필요하기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