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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호 웅포, ‘잉여 열 발전시설 사업’ 초입에서 막야야

편집국장 공인배

법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고, 소각과정에서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으며, 전자제어 장치 같은 첨단시스템을 도입해 안전하다면 사업을 불허할 방법이 없다는 게 정부의 기존 입장이다.

‘쓰레기를 자원으로’는 환경부의 슬로건이다. 폐기물 재활용사업을 권장하고, 폐기물을 사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사업자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웅포그린 잉여열 발전사업자’(이하 웅포그린)는 그런 정부의 정책을 등에 업고 있다. 이 에너지 사업체는 가까이에는 전주시 팔복동에 존재하고, 충남, 경기도 등에도 있다. 폐기물을 태워서 수소를 제조하고 스팀과 전기를 생산하는 이 사업이 정부가 주도하는 환경정책의 사조에 딱 들어맞는 탓이다.

이 시설이 들어설 예정인 부지 인근 주민들이 이 사업을 막는 일이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인허가 기관들은 해당 사업자가 법적 요건을 갖추고 안전성을 담보하면 허가를 내주는 방향으로 갈 공산이 높다.

‘웅포그린’의 잉여열 발전사업 인허가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발전허가’와 ‘개발허가’다. ‘웅포그린’은 발전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인허가 기관은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다,

‘웅포그린’은 지난 9월 18일 전기사업허가를 신청했다. 산업부는 열흘 뒤인 28일 익산시에 허가심의를 위한 지역의 수용성 정도 등을 묻는 의견을 조회했다. 익산시 소관부서인 일자리창출과는 이날 환경관리과와 청소과를 경유해 웅포면과 함라면의 의견 조회에 들어갔는데, 웅포면 갓점마을·셋터마을·구룡목마을 주민 35명으로 구성된 ‘발전소 반대 특별위원회(위원장 임진하 70세, 이하 반대위)’의 행동은 그보다 빨랐다.

반대위는 같은 날 산업부에 허가 반대 민원을 제기하고 반대 서명 운동에 돌입했고, 지난 10월 7일에는 109명이 서명한 발전소 반대 진정서를 산업부에 제출했다. 반대위는 그로부터 3일 뒤인 10월 13일 정헌율 시장을 만나 발전소 반대 뜻을 전달했고, 익산시는 지난 10월 14일 이 같은 지역 분위기를 산업부에 회신했다.

‘웅포그린’의 사업부지는 웅포면 칠목재로 316(현, 대한청정 부지) 이다. ‘웅포그린’의 사업계획에 따르면, 이 발전소의 1일 수소 제조량은 2톤, 1시간당 스팀 생산량은 55톤, 1일 전기 생산량은 9.9MW다.

이 같은 에너지 생산을 위해 고형연료는 1일 200톤이다. 고형연료는 폐합성수지, 폐고무, 폐목재 등을 압축해 만든 것인데 석탄 열량과 유사한 연료다.

폐합성수지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말한다. PVC는 염화비닐을 원료로 사용하는데 염화비닐은 국제암연구소에서 분류한 발암성물질이다.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첨가하는 가소제 ‘프탈레이트’는 ‘내분비계 교란물질’인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또 카드뮴, 납 등의 유해 중금속이 플라스틱 안정제로 사용된다.

이런 유해화학물질은 사용과정에서 공기 중으로 빠져나와 허공을 떠다니거나 먼지에 달라붙게 된다. 납은 신경발달 독성물질로 특히 어린이의 지능지수(IQ)에 영향을 준다. 카드뮴은 발암성 물질이다. 프탈레이트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몸속으로 들어간 프탈레이트는 생식독성과 발달독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형폐기물은 소각과정에서 ‘다이옥신’이라는 고독성 물질을 만든다. 다이옥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선천기형, 태아독성, 발암성, 면역독성, 간 기능장애 등인데, 연구결과에 따르면 청산가리에 비해 10,000배나 급성독성이 강하다.

하지만 폐합성수지나 폐고무 등 생활 쓰레기는 급증하고 있다. 부피가 큰 데다 토양오염원이 되기 때문에 매립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소각처리가 정부의 방향성이다. 게다가 고형연료를 사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겠다는 사업자를 정부가 막을 이유가 없다.

특히 발전허가가 끝난 뒤에 사업자가 밟게 되는 개발허가 과정에서는 불허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기배출시설 허가와 도시계획시설결정, 고형연료 사용신고 등이 개발허가에 속하는데 대부분 조건을 갖추면 허가를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익산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만약 불허해서 소송으로 가게 되면 익산시가 100% 패소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웅포그린’은 잉여 스팀을 주변 시설농가에 무상으로 공급하고 지역발전기금을 출자하는 등 지역 상생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발전사업 허가신청 단계에서 인근 주민 10여명이 이 사업에 동의해준 것도 그 때문이다.

주민들은 ‘위험한 시설’ 학습

반대위가 초기에 이 사업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배경이다. 웅포주민들은 같은 부지 내에서 운영해 온 폐기물처리업체 ‘D청정’을 통해 그 폐해를 충분히 학습했다. 분진과 악취로 인한 피해가 극심했지만 잘 개선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돌이킬 수도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

임진하 반대위 위원장은 “더구나 고형연료 소각 발전시설은 기존 사업장이 업종을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이 사업장이 향후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대위는 무엇보다 이 발전시설의 인허가 신청이 절차상 중대한 하자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업자가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지만 사업부지에서 가장 가까운 인근 갓점, 셋터, 구룡목마을 주민들은 완전히 배제되고 7㎞이상 떨어진 마을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다.

임진하 원장은 “이곳은 고려말에 임씨들이 들어와서 700년 동안 지켜온 집성촌이다. 우리 동네에서 서너 명의 사업 찬성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발전사업의 실체를 알고 모두 반대로 돌아섰다”며 “이 문제가 웅포 전체의 이슈로 번졌고, 1.8㎞ 떨어진 장점마을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등 반발기류가 확산 일로에 있다”고 전한다.

실제로 사업대상지에서 2㎞ 지점의 함라면 신목리 소룡마을 주민 34명도 지난 지난 8일 반대 의견을 담은 진정서를 제출했다.

임 위원장은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익산시도 주민들의 정서를 충분히 파악한 만큼 당분간은 지켜보다가 상황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면 주민들이 산업부 앞으로 가서 농성을 벌일 것”이라고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이번 일은 온갖 환경 참사로 전국적으로 오명을 쓰고 있는 익산시가 환경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를 나타내 줄 시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