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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9호 불량 검사 걷어내는 게 검찰개혁

편집국장 공인배

대질신문을 마치고 서로 도장을 찍었다. 이날 B는 이 답변을 수정한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언제 수정된 것일까. 이미 마무리한 조서를 후일 수정하는 것은 ‘위조’로 범법행위라는 것을 그들은 몰랐을까.

아주 기막힌 검사가 또 하나 나타났다. 검사 A는 해야 할 일을 회피하기 위해 고소인에게 고소 취하를 종용했다. 말을 듣지 않자 사건을 조작해 고소인을 피고인으로 만들었다.

하늘의 그물을 피하지는 못한다. 패역무도한 흔적은 지우지 못한다. 그러나 검사 A는 해서는 안 될 짓들을 서슴지 않았다. 공소권을 가졌고, 그 신성한 공권력 행사는 보호받기 때문이다.

사법기관의 고유권한은 지극히 폐쇄적이다. 독자적인 판단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잘하거나 잘못하거나 권한 행사 과정에서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검사 A가 착각한 이유일 것이다.

그것은 검사 A가 ‘검사는 양심에 따라 판단한다’를 ‘검사는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로, 혹은 ‘검사는 공소권자다’를 ‘검사는 폭력권자다’로 오인한 데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사건 기록과 공소장을 조작하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 그것을 방증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행위가 범죄인지 알고 저지른 잡배의 범법이니 문제는 더 심각하다.

장황한 수사보고서가 두 장 있다. 그 하나는 무고죄 피의자 B를 면담한 내용이 담긴 수사보고서다. 그런데 실제 면담 일시는 2020년 5월 27일인데, 이 면담 내용이 첨부된 수사보고서는 하루 전날인 5월 26일에 제출됐다.

검사 A의 부하 검찰주사보 K는 타임머신을 타고 하루 뒤로 가서 B와 면담을 한 뒤 하루 전날로 다시 돌아와 미리 면담 내용을 정리한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B와 관련한 참고인 KK와 A 검사의 부하 검찰주사보 K의 통화내용이 담긴 수사보고서다. 실제 통화 일시는 2020년 7월 15일인데, 이 통화내용이 첨부된 수사보고 일시는 그 이틀 전날인 7월 13일이다.

신묘한 일이다. 더 놀라운 일은 이미 완결된 조서를 19일이 지나서 다시 고쳤다는 점이다. 앞서 B는 진술을 여러 차례 번복했다. 없었던 일을 있었던 것인 양 허위 진술을 하다 보니 고소인이 증거를 제시할 때마다 B는 진실의 벽에 부딪혔고, 그때마다 말을 바꿨다. 검사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검사가 인정하면서 한 말을 요약하면 ‘B는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을 자신이 한 것처럼 말을 바꿨다. B가 말을 바꾼 것은 조서상으로 명백히 남아있다’이다.

그런데 2020년 6월 29일 B와 피해자를 대질신문하는 과정에서 B가 말을 바꾸자 검사 A의 부하 검찰주사보 K는 B에게 “당시(2020년 6월 10일) 2~3층의 경우에는 천장에서 벽으로 에어컨 배관이 내려와 있었다고 진술했는데(기록 제284쪽) 맞는가요”라고 질문한다.

고소인은 황당했다. 이 부분은 B가 진술을 번복하면서 허위를 진실로 꾸미는 주요 구간이고, 진실을 다투는 쟁점이기에 고소인은 1차 대질신문 당시(2020년 6월 10일) B의 진술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의 B가 한 진술은 “벽체에 배관만 이미 설치돼 있는 상태였습니다”였다.

“2~3층의 경우에는 천장에서 벽으로 에어컨 배관이 내려와 있었다고 진술했는데(기록 제284쪽) 맞는가요”라는 질문은 전혀 새로운 것이며 난데없는 질문이었다.

특히 이 질문 가운데 “진술했는데”가 걸렸다. 언제 그런 진술을 했다는 말인가. 1차 대질신문 당시 B는 그런 진술을 한 바가 없었다. 고소인과 B는 나란히 검찰주사보 K를 보고 앉아 대질신문을 받았었다.

그런데 B는 K의 질문에 “네, 맞습니다”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K는 또 B에게 난데없는 질문을 또 던졌다. “그러면 벽으로 내려와 있는 에어컨 배관, 드레인 배관으로 모두 천장에 지나다니도록 변경을 했다는 주장이네요”

K가 난데없는 질문에 이어 그 질문을 구체화하는 난데없는 질문을 한 것이다. 고소인에게 K는 전문가 같아 보였다. 에어컨 시공자 같기도 하고, 조작꾼 같기도 했다.

그런 질문들은 K가 미리 준비했고, 그의 질문들은 B의 “네. 맞습니다”라는 단답형 대답에 의해 목적을 달성해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날의 질문과 대답이 공소사실의 핵심이 된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검사는 B가 진술을 번복한 사실을 알면서도 번복한 진술을 구체화해 고소인을 역 무고죄로 기소한 것이다.

B는 왜 진술을 번복했는가. B는 앞서 고소인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사기죄로 처벌해달라는 고소를 제기한 바 있다. 수차례의 경찰 조사와 검찰 조사 그리고 민사법정에서 그는 일관되게 에어컨 공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에어컨 공사는 최초의 건설업자가 진행하다가 중단했고, 다른 업자가 이어서 공사를 마무리했다. 당시에는 피고인이자 피의자였던 고소인은 그러한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들을 제출했고, 검찰과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무혐의 및 기각을 결정했다.

고소내용 수사 않고

고소인을 표적 삼아

고소인은 이를 전제로 B의 무고죄를 처벌해달라고 고소하면서 앞선 민사소송 기록과 형사사건(사기죄) 기록을 모두 검찰에 제출했다. B는 무고죄에 대한 검찰 조사 초입에서 전과 동일한 주장을 펼쳤다. 고소인은 그 진술의 허위성을 밝히는 증거들을 제시했고, B가 난데없이 “벽체에 배관만 이미 설치돼 있는 상태였다”고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이는 B가 불리하다고 느끼면서 이 전까지 일관되게 주장해 오던 ‘전부 공사’를 ‘수정 공사’로 즉흥적으로 거듭 바꾸던 중의 진술이었다. 그런데 검찰은 B가 하지도 않은 진술을 했던 것인 양 질문을 던지고 B의 ‘수정 공사’ 주장을 구체화하는 질문들을 던지며 오히려 고소인을 표적으로 삼는 태세를 보인 것이다.

고소인은 검찰에 정보공개를 신청해 1차 대질신문 조서를 읽다가 깜짝 놀랐다. 문제의 “벽체에 배관만 이미 설치돼 있는 상태였습니다”라고 했던 B의 답변 위에 삭선이 그어지고 이 답변의 행간에 다른 답변이 필기돼 있었다. 답변은 바로 “천장에서 벽으로 에어컨 배관이 내려와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이 번복된 진술을 토대로 B는 수정공사를 했는데 고소인이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고죄가 성립된다는 공소장을 작성한 것이다.

이로써 검사는 고소인이 제출한 모든 증거와 다른 검사의 조사 결과, 판사의 판결을 부정한 것이다.

한마디로 검사는 고소인이 제기한 B에 대한 무고죄는 수사하지 않고, 피의자의 허위 주장 혹은 입증되지 않은 진술을 토대 삼아 고소인을 무고죄 피의자로 옭아맨 것이다.

법이 이토록 자의적으로 집행되고 폭력적이며 억울한 국민을 만든다면 선량한 피해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무법지대에 떨어진 국민은 무법한 생각을 하게 된다. 법정을 향해 석궁을 발사한 국민의 결단에 응원을 보내며 결연한 동지애를 불태우게 되는 이유다.

검찰개혁, 요원하다. 부적격한 검사들을 걷어내는 일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