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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호 조두순을 확대재생산 하는 광기에 붙여

편집국장 공인배

천인공노할 그의 범죄와 솜방망이 처벌은 사회적 담론이 됐다. 이 과정에서 조두순이 미성년 시절 절도를 시작으로 징역형 7회·벌금형 8회·소년보호사건 2회·기소유예 1회를 받는 등 17건의 범죄 처벌 기록이 알려졌고, 그의 살인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 1980년에는 그가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때려죽이고도 ‘심신 미약’이 인정돼 2년 만에 출소한 사실도 알려져 범국민적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조두순이 12년 동안 감옥에서 죗값을 치른 뒤 출소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일반은 그를 용서하지 못했다.

그에게 선고된 형량이 그가 저지른 범행의 잔혹성에 비례하지 못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논란은 조두순에게 12년 형을 선고한 1심 법원의 선고 직후에 일었다.

조두순이 당시 만 8세 여아를 성폭행하고 증거를 인멸하는 범행 과정과 그 결과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남겼다. 검사는 무기징역형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심신이 미약하면 형을 감경한다’는 형법 제10조 2항을 적용한 것이다.

어린 나이의 피해자는 성기와 항문의 80%를 상실했고 인공항문을 착용해야 하는 영구 장애를 입었다. 조두순은 여아의 머리를 눌러 변기에 밀어 넣고 목을 졸라 기절시킨 뒤 성폭행을 했다. 또한 뚫어뻥으로 자신의 정액을 빼내는 과정에서 탈장을 일으켰다.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본 검사가 무기징역을 구형했는데, 조두순이 고령인 점과 알코올중독 등에 의한 심신장애 상태에 있다고 주장하자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흉악범에 대한 처벌 수위 논란과 더불어 술에 취하면 아무리 극악한 범죄도 형이 감형되는 주취 감경의 허점을 남겨 큰 논란이 됐다.

조두순 케이스가 심신미약 상태에서의 범행에 대한 양형 감경을 의무화하던 형법과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성범죄 양형 기준’개정을 촉발한 이유다.

형법 제10조 2항은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규정한다.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도록 한다. 이에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으면 벌하지 않고, 미약하면 형을 감경한다’고 강제한다. 이 조항의 ‘심신장애’는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술에 취한 사람도 포괄한다.

조두순 사건 이후 아동 범죄 등에 한 해 특별법을 통해 음주와 약물에 의한 심신미약이 의무 감경 사유에서 폐지됐고, 2018년에는 일반범죄도 심신미약이 의무 감경 사유에서 ‘감경할 수 있다’ 로 개정된 것이다.

이는 조두순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를 단적으로 방증한다. 그런데 이 같은 사회적 파장은 끊임없이 진자운동을 하면서 조두순에 대한 저변의 분노를 확대재생산 했다. 나아가 그 분노를 공유하는 일각의 광기를 키웠다.

그것은 법이 하지 못하는 것을 처리하는 이른바 ‘집행자’ 의식의 배양이었다. 무정부적인 폭력 의식은 그것을 공유하는 집단 내부에서 정당화되고 합리화 되고 있다. 조두순이 낳은 또 다른 역기능이다.

조두순의 출소 시기가 임박하자 조두순을 죽이고 자수하겠다고 예고한 한 유튜버는 그 단면이다.

그는 유튜브에 “나쁜 취지인 건 알지만,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을 살려둘 수가 없다”면서 “국가가 못 하는 일은 누구라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게시물은 약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조회 수 32만 건을 기록하며 커뮤니티의 큰 화제 글로 떠올랐다. 댓글 역시 680개가 달렸으며 7,107개의 추천까지 이끌어 내 조두순에 대한 누리꾼들의 정서를 반영했다.

이런 행태는 한 유튜버에 그치지 않았다. 유튜브에는 직접 응징하겠다는 동영상 콘텐츠가 잇따라 다수 올라왔다. 이른바 ‘조두순 자경단’ 동영상이다. 13일 기준으로 유튜브에는 ‘조두순 참교육’ ‘조두순 집에 돌 던지기’ 영상 등이 올라와 있다.

각종 유튜브에는 조두순의 집 근처에 있는 미용실 등의 상호와 이웃 주민의 얼굴이 모자이크 없이 노출됐다.

새로운 괴물들의 출현

더 큰 문제는 상당수 유튜버가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조두순을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출소한 조두순의 집 앞으로 가서 “조두순을 만나러 왔다”며 경찰들과 몸싸움을 하는 사람이 출현하고, 유튜버를 비롯한 일부 개인 방송 BJ들도 카메라를 들고 조두순의 집 앞으로 몰려들어 고성을 이어가는 장면들이 공중파 뉴스를 타고 있다.

유튜버들이 소동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생겨났다. 일반 시민들은 조두순을 감옥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일사부재리 원칙은 하나의 범죄를 두 번 심판 할 수 없도록 한 장치다.

또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형법의 심신미약 양형 감경 조항이 개정됐고, 성차별적 구조를 바꾸고 사회 안전망을 튼튼히 해야 한다는 사회적 담론이 형성됐다.

‘조두순 사형, 거세’ 등의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은 더 이상 이 사회에 기여할 것이 없다. 그들의 무의미한 행태는 새로운 사회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우리 사회가 조두순 문제를 갈무리하지 못하게 방해할 뿐이다.

이는 피해자의 상처가 영원히 치유되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이다. 그렇다면 조두순의 판을 키우려 하는 일부 시민들의 의식 이면에는 다른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들의 과장된 분노는 또 괴물을 양산하면서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