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검찰의 조국일가에 대한 속사포식 혐의사실 공표는 권력남용을 정당화하는 방식이었고 결국 목적을 달성했다. 선량한 국민들 덕분이었다.

그렇다. ‘선량’은 우리의 국민성이다. 검찰을 불신하는 바가 없지는 않지만, 일부 검사들의 문제들일 것이라고 치부하고, 검찰은 끝내 믿어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그 선량함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다. 선량함이 부서지면 우리 사회는 붕괴한다. 검찰이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다거나, 공권력을 흉기로 사용한다는 생각은 꿈에라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검찰이 그것을 잘 안다. 선량한 국민이 검찰의 우군이니 검찰이 못 할 것 이란 없다.

최근 공중파의 시사프로그램들이 앞다퉈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의 재판을 조명했다. 지난 8일 열린 조 전 장관의 첫 재판을 전후해서다.

민주당 또는 통합당을 대표해서 나온 패널 A와 B 등은 진행될 재판보다는 검찰의 수사와 기소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A가 ‘검찰 개혁의 아이콘’이었던 조국 법무장관 인사청문회를 전후한 검찰의 도를 넘은 수사와 압수수색 및 피의사실 공표 등을 지적하면, B가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 등에 대한 국정농단 수사는 더 심했는데 그때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느냐는 식이었다.

B의 논리적 비약이 포착된다. 우선, 표창장 위조라던가 허위 인턴확인서 등의 등가가 국정농단과 같을 수가 없다. 또, 별건·표적 수사 논란이 있는 조국 일가에 적용되는 혐의가 국정농단 혐의처럼 공표할 대상인 것은 아니다.

구조적으로 다르다. 국정농단은 특검이 수사했고, 특검사건은 수사의 투명성을 높이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사 과정과 내용을 발표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검찰이 개인을 수사하면서 혐의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범법행위다. 우리의 사법체계가 ‘무죄추정의 원칙’를 택하고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무분별한 혐의사실 공표로 국민들의 선량한 의식을 흔들었다. 무엇보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관점의 오류를 조장했다.

선량한 국민들은 검찰이 의도했을 법한 대로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조국의 배우자가 자녀의 학적 쌓기에 관여했는지, 했다면 처벌대상인지, 조국이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또는 거기에 간여 했는지, 했다면 위법한 것인지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인권운동에 앞장섰고, 불공정 타파에 몸바쳤던, 그리하여 그 족적들의 기반 위에서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조국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엄격했다.

국민들이 기대했던 만큼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조국은 ‘위법한 행위를 했느냐’가 아니라 기대를 저버린 사람이 된 것이다.

선량한 국민들의 눈에는 조국 딸의 인턴 활동이 상류층 부모들의 품앗이에 의한 것이라는 검찰의 발표와 당사자가 사실이라고 인정한 순간, 조국이 가증스러울 뿐이었다.

제도상 인턴활동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그 방식은 무엇으로 규율하는지, 결과적으로 범법에 이르른 것인지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검찰의 조국일가에 대한 속사포식 혐의사실 공표는 권력남용을 정당화하는 방식이었고 결국 목적을 달성했다. 선량한 국민들 덕분이었다.

그렇다. ‘선량’은 우리의 국민성이다. 검찰을 불신하는 바가 없지는 않지만, 일부 검사들의 문제들일 것이라고 치부하고, 검찰은 끝내 믿어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그 선량함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다. 선량함이 부서지면 우리 사회는 붕괴한다. 검찰이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다거나, 공권력을 흉기로 사용한다는 생각은 꿈에라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검찰이 그것을 잘 안다. 선량한 국민이 검찰의 우군이니 검찰이 못 할 것 이란 없다. 조국 일가 수사 한 달 동안 언론은 검찰이 흘린 피의사실을 130만 건이나 써댔고, 검찰수사 관행상 가장 나쁜 먼지털기식 수사, 별건 수사로 70여 군데를 압수수색하고, 조국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 형사부와 강력부 검사 20명과 50여명의 수사관이 동원되고 무려 11시간 동안이나 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별건 수사를 통해 조국 전 법무장관을 민정수석 당시 권력을 남용한 혐의로 끝내 기소했다. 예의 시사프로그램은 그런 내용들에 대한 토크쇼였다.

조국에 씌워진 혐의와 재판의 향방을 다루는 이 토크쇼의 은유는 결국 선량한 국민과 그 국민의 경건한 태도 앞에 경건함은 터럭만큼도 없는 교활한 검찰이었다.

뚜렷한 증거보다는 자의적인 법리 해석 또는 증언에 의존한 검찰의 기소, 혹은 증언의 신빙성을 검증하기보다 증언을 기소의 상당성으로 삼는 데에만 급급했던 검찰을 패널들은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다만, 왜 입장에 따라서 관점이 다르냐는 공방을 벌인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이 토크쇼의 시사점은 검찰이란 집단의 이익 또는 검사 개인의 이익을 목적으로 얼마든지 표적 수사를 할 수 있는데 그 정당성은 국민의 선량함에서 확보한다는 사실이다.

선량함의 함정 혹은 선량함이 가지고 있는 모순은 지난 2012년 덴마크에서 상영되었던 영화 ‘더 헌트’가 단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유죄추정을 노리는 검찰

‘더 헌트’는 경건한 지역사회에서 한 소녀의 즉흥적인 거짓말에 의해 졸지에 성추행범이 된 한 남자를 선량한 주민들이 어떻게 고립시키고, 사건의 진실을 가리는지를 말해준다.

유치원을 다니는 클라라는 어느날 아빠의 친구이자 선생님인 루카스에게 나이답지 않게 애정표현을 했으나 루카스가 부드럽게 거절했는데, 예민해진 클라라는 원장 선생님에게 루카스가 싫다고 투정 부리다가 며칠 전에 오빠가 보여준 남자의 성기 사진을 떠올리고는 루카스의 성기를 보았다고 말한다.

원장은 지극히 합리적으로 조치를 취한다. 아동심리전문가를 불러 클라라를 인터뷰하고, 루카스에게 출근 정지 명령을 내리고, 학부모 회의를 열어 추가 범죄 여부를 조사한다. 루카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최악의 성추행범으로 급전직하한다. 설상가상으로 유치원의 다른 아이들이 자신도 유사한 일을 겪었노라고 터무니없는 기억을 제 부모에게 고백하는 일도 잇따랐다.

원장을 비롯한 루카스의 지역공통체 구성원들은 아동성범죄라는 끔찍한 범죄로부터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아이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는 일을 막기 위해서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최상의 선의와 최선의 지혜를 발휘해 만들어놓은 매뉴얼 대로 루카스를 배제하고 고립시킨다.

항의하는 루카스에게 유치원 원장은 말한다.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자신이 거짓말 했음을 뒤늦게 실토하는 클라라에게 그녀의 엄마는 말한다. “끔찍했던 기억을 네 무의식이 차단한 거야”

이런 믿음에는 어떠한 악의도 포함돼 있지 않다. 모두가 선량하다. 잘못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선량한 이성의 오작동으로 모든 것이 잘못 된 방향으로 흘러갔고, 어떠한 저항도 받지 않은 채 극단으로 치달았다.

이 영화의 마지막은, 천신만고의 진실공방 끝에 무죄로 풀려난 루카스가 누군가로부터 총격을 받고 쓰러지는 장면이다. 거짓말이 끊임없이 확대재생산 된 공동체 안의 선량한 구성원들에게는 진실 자체란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을 말해 주는 짧은 총성이었다.

지금 이 나라 검찰은 국민들이 조국에 대해 ‘더 헌트’의 구성원들과 같이 ‘유죄를 추정’해 주기를 바라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