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익산의 두 의원을 비롯한 전라북도는 같은 민주당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해 정부로 하여금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를 국립감염병연구소 분원으로 전환토록 진력해주기를 바란다. 이 사업의 관철은 궁극적으로 익산시민들의 깊고 묵은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하는 길이다.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는 익산시민들에게 적잖은 상처를 안겼다. 교육부가 전북대와 익산대가 통합할 당시 발표했던 계획과 실제가 너무나 크게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익산시민들은 당시 두 대학을 통합하는 조건으로 익산캠퍼스에 공대나 수의대를 보내 달라고 요구했고, 교육부는 전북대가 수의대를 익산캠퍼스로 보낸다면 국내 최대의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를 익산에 설립해 전북대를 이 분야 인재들의 요람으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전북대 수의대는 상당한 진통을 겪은 끝에 그러한 요구를 수용했고, 전북대와 익산시는 두 대학의 통합에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약속대로 익산시 삼성동에는 지난 2015년 8월 국비 371억원과 지방비 48억원 등이 투입 된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가 설립되었다.

그러나 연구 인력이 100명에 이를 것이라는 당초 약속과는 달리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는 개원한 이래 정원을 65명으로 조정하고도 13명에 불과한 연구 인력으로 운영되어왔다.

메르스와 광우병 같은 인간과 동물을 모두 감염시키는 인수공통전염병의 치료·예방·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시설과 장비는 아시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데, 이 연구소가 교육부 소속 대학교 부설연구기관이라는 한계 때문에 사실상 제 기능을 상실한 채 방치되다시피 한 것이다.

연구소는 동물실험이 가능한 차폐동물실험동, 생물안전 차폐시설을 갖춘 연구동, 비 감염 동물실험동, 행정동 등을 갖추고, 조류인플루엔자를 비롯한 중동호흡기증후군, 광견병,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등 인수공통전염병을 연구하는 장비를 완비하고 있으나, 이를 활용할 연구 인력도, 연구 예산도 턱없이 부족해 코로나19와 같이 갑자기 발생하는 신종 전염병 연구에 대응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이런 환경은 연구소를 변질시켜 각종 문제들이 돌출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 연구소가 대기업이 의뢰한 연구 과제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AI' 백신 개발을 거부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AI 바이러스는 전파 속도가 워낙 빠른 탓에 정부는 그동안은 AI가 발생하면 메뉴얼에 따라 감염원인 닭과 오리를 집단으로 살처분해 왔다. 2003년 첫 발생 이후 지금까지 7천2백만 마리가 땅에 묻혔고, 직·간접 피해액도 1조 원에 달한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AI가 인체에 감염될 위험성이 높다는 경고를 잇달아 내놨다. 정부가 절차를 거쳐 AI가 발생하면 무조건 살처분하는 게 아니라 주변 농가 가금류에 백신을 주사해 피해를 줄이는 방식의 'AI 긴급 백신' 정책을 도입한 이유다.

AI 백신 개발에 적합한 실험실은 국내에서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가 유일하다. 이 연구소 만이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생물안전 3급(BL3)' 실험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백신 개발에 참여하려는 제약회사들은 이 실험실을 사용하지 못했다. 전북대 인수공통연구소는 대기업에서 돈을 받고 수행하는 연구 용역 때문에 AI 백신 개발을 위한 제약회사들의 실험실 사용 요청을 거부했다.

용역 과제도 인수공통전염병도 아닌 사람 영유아용 백신용 실험 같은 것이었다.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연구소 운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본래 목적을 일탈하는 현장이었다.

정부는 당장 이 같은 국비 투입 시설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게 한 책임이 있다. 궁극적으로는 그로 인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보다 빨리 대응하지 못한 범국가적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시민들에게 진 빚을 갚아라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는 국내 유일의 바이러스 예방과 대응의 첨병이다. 국립 감염병연구소 분원은 이름만 다를 뿐이다. 인력과 예산만 투입하면 즉각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착수 할 수 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가장 안정적이며 가장 빠르게 백신을 개발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익산시의 입장에서는 전북대와 익산대가 통합할 당시 꿈꾸었던 ‘방역·보건의료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절호의 기회다.

다행히 금번 총선에서 당선된 익산 갑·을 국회의원들이 거대 여당인 민주당 소속이다. 민주당의 오늘과 당선자들의 오늘을 만들어준 익산 시민들에게 두 의원은 분골쇄신으로 보답해야 할 책무가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백신’을 최대한 빨리 개발하려는 대통령의 방향성에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는 독보적으로 부합한다. 국립 감염병연구소 분원 설치의 당위성이야 더 말할 나위 없다.

익산의 두 의원을 비롯한 전라북도는 같은 민주당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해 정부로 하여금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를 국립감염병연구소 분원으로 전환토록 진력해주기를 바란다. 이 사업의 관철은 궁극적으로 익산시민들의 깊고 묵은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