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우리가 신인류가 되기를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들이다.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살펴야 할 지형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심화에 따른 기존 공동체의 붕괴를 감당하고 새로운 공동체 구축에 동참해야 하는 세대가 되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안전장치들은 차갑기에 더불어 살아야 하는 생태계는 위기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이행하는 것이며, 우리는 종족 보존의 시험대에 서 있다. 우리는 어떤 방향성을 택 할 것인가. 적이 궁금해지는 오늘이다.

“코로나 이후 시민들의 의식은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김충영 의원이 한 말이다. 문화관광과에 대한 행정사무감사 중이었다. 익산시의 문화행사 예산을 후반기에 모두 집행하겠다고 밝히자, 김충영 의원이 “사람을 모아놓고 공연을 보여주는 방식의 문화행사 시대는 끝이 났다”며 덧붙인 말이다.

김 의원은 문화행사에 사람들이 모이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람 없는 문화행사장에 혈세를 투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를 내포한 말이다. 나아가 그와 같은 효용성이 떨어지는 예산을 생산적인 곳으로 돌려야 한다고도 읽힌다.

김 의원은 그런 말들을 툭 던지듯이 했고, 감사장에서는 반향이 일어나지도 않았다. 그로부터 불과 며칠이 지났다. 한 자릿수로 떨어져서 금방이라도 잡힐 것 같던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세 자릿수와 두 자릿 수 사이에서 널뛰기를 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을 받던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갔으나 학생이나 교사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휴교하는 학교가 속출하고 있다. 학원이며 종교 시설이며 특정 단체 시설 등에서 집단 감염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문제는 어떤 경로로 감염되었는지를 알 수 없는 ‘깜깜이’ 감염자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김충영 의원의 예언이 현실로 다가오는 지점이다.

바이러스는 최초 발병 후 잠잠해졌다가 다시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패턴을 보인다는 로버트 배로 교수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시점이다. 그는 “전 세계 43개 국에서 3,9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1918년 스페인 독감은 2년 동안 3번에 걸친 확장-수축 기간이 있었다”며 사망률이 가장 높은 것은 1차가 아니라, 2차 확장기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가 벌어진다면 몇 년에 걸쳐서 경제적 여파가 계속될 것이고 2~3년 동안 세계 GDP의 10% 이상이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아직 멀리 오지 않았지만 대격변기를 맞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점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애덤 투즈의 설파처럼 이 바이러스는 세계의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1980년 이후 형성된 효율을 중시하는 경제중심주의 신화가 무너지고 ‘복원력’과 ‘예방’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할 것이다.

우리가 직면한 포스트 코로나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바이러스 대응의 전범(典範)이 된 한국의 국가 신인도가 급등한 것처럼 국가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됐다.

‘봉쇄’와 ‘격리’가 ‘거리두기’가 일상화 됐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지만 바이러스에 공격받은 시민은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과거보다 국가의 개입을 더 용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안보 개념이 ‘기아, 질병, 억압과 같은 만성적 위협으로부터의 안전은 물론 일상생활의 붕괴로부터의 보호’로 확장되었다.

국민의 ‘일상 생계 보장’을 위해 정부가 현금, 수표, 상품권을 직접 지급하는 최대 돈 풀기가 바이러스 출몰 같은 재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될 준비체제가 갖춰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시 멈춤’으로 주요 대기 오염국가들의 대기는 깨끗해졌고, 우리의 서울 하늘도 맑아졌다. 환경과 지구의 자정에 관해 생각하는 삶의 복원이 가속화되고 있다.

신공동체가 출현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현장으로 향하는 자원봉사자들이 큰 물결을 이루고 마스크 기부, 의료진 지원 같은 서로 돕고 협력하는 의식이 깨어난 덕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가정에서도 외식 못지 않은 식사와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폭증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교육이 혼합된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이나 온라인 선행학습 이후 오프라인에서 토론을 벌이는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이 일반화 수순을 밟고 있다.

격변기의 나는 누구인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5세대(G) 네트워크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이를 활용한 비대면 산업이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온라인 공연은 기존의 무대와 관객의 거리를 없애고, 실시간 쌍방향 소통과 아티스트의 빈번한 ‘클로즈업’ 연출 등으로 문화콘텐츠 생산 방식과 소비자들의 문화 소비 방식에 일대 대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신인류가 되기를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들이다.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살펴야 할 지형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심화에 따른 기존 공동체의 붕괴를 감당하고 새로운 공동체 구축에 동참해야 하는 세대가 되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안전장치들은 차갑기에 더불어 살아야 하는 생태계는 위기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이행하는 것이며, 우리는 종족 보존의 시험대에 서 있다. 우리는 어떤 방향성을 택 할 것인가. 적이 궁금해지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