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정 시장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 도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행여 공든 탑이 무너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정 시장의 마음과 태도가 그랬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들 눈에 따라 다르게 비쳤을 것이기 때문에 이 날의 기자간담회가 곡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정 시장의 이날 상생안 제시는 전라북도의 입장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전라북도의 협상 전략에도 어긋날 수 있다.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유치하는 입장에서 정부에 떡 하나 더 달라고 요구하는 형국이고, 전북대의 집단이기주의를 부추겨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는 탓이다.

정헌율 시장이 국립감염병연구소 분원을 익산으로 유치하는 것과 관련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전북대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의 당초 설립 취지와 목적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면서, 국립감염병연구소 분원은 별도로 유치하고 전북대 수의대의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기능은 각 정부 기관이 필요할 때마다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국립감염병연구소 분원 유치를 주도하는 전라북도는 전북대가 여론을 의식해 이 연구소 분원 유치를 찬성한다고 하면서도 사실상 반대하는 것이라며 발끈했다.

이는 익산의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를 국립감염병연구소 분원으로 전환하는 조건이 아닐 경우 전라북도는 이 연구소 분원 유치전에서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되는데서 비롯했다.

기존의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를 국립감염병연구소 분원으로 전환하면 중복투자를 방지해 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최단 시간·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획득하는 것으로 정부가 추구하는 ‘신속한 설치’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국립감염병연구소 분원을 전라북도의 다른 곳에 유치한다는 것은 생각해 볼 수도 없다.

정헌율 시장이 이번에 국립감염병연구소 분원을 익산으로 유치하는 문제를 놓고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것은 그 결과의 직접적인 수혜 주체인 자치단체의 수장으로서 자칫 때를 놓쳐서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까 하는 조바심 때문이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전북대와의 협상 주체도 아니며, 정부를 상대로 유치 활동을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지만, 선언적 의미에 불과할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립감염병연구소 분원 유치 문제와 관련해 방송 카메라와 기자들의 눈앞에 공개적으로 노출 된 속내는 모처럼 얻은 기회가 기관 간 이기주의에 희생되는 것을 바라만 볼 수 없었던 탓이다.

정헌율 시장이 느끼는 ‘국립감염병연구소 분원 익산 유치’의 무게감은 이날 “익산시에서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유치하게 되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동시에 전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고 한 말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전라북도와 전북대의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전라북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전북대가 도민들의 뜻에 부응하여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를 국립감염병연구소 분원으로 전환하는데 부응하는 것이 지당하다는’ 전라북도의 생각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갖게 된 대학의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가 사실상 국가기관으로 귀속되는 것을 우려하는 전북대의 생각이 서로 충돌하면서다.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는 지난 2007년 7월 30일 전북대와 익산시가 통합을 합의할 당시의 합의 조건 중 하나였다. 전북대가 수의대를 익산 캠퍼스로 보내야 한다는 게 익산시의 요구였고, 이를 이행하면 정부에서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를 전북대 수의대 부설로 건립해 준다는 조건이었다.

전북대는 당시 대학 본부 쪽의 ‘수의대 익산 이전’의 당위론과 수의과대학 교수들의 ‘반대론’이 대척점에 서는 바람에 심각한 진통을 겪었다. 교수들은 결국 교수들의 박탈감 및 심리적 지위 격하와 분교로 이전하는데 따른 학생수급 불리 또는 학생들의 심리적 박탈감을 고민하면서도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의 가치에 더 무게를 두면서 수의대를 익산 캠퍼스로 이전하는 데에 동의했다.

정헌율 시장이 국가적 지향과 도민적 여망을 내세우며 일방적으로 전북대를 압박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전라북도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지만, 정 시장이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가 수의대와 관련학과 학생들의 교육과 연구 기능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상생안을 내놓은 것은 그런 고민의 일환으로 읽힌다.

사실,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가 국립감염병연구소 분원 건립의 최적지라는 단초는 익산시가 제공했다.

정헌율 시장은 지난 4월 질병관리본부에서 국립감염병연구소 설립 용역을 추진할 예정이라는 정보를 접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5월에는 김수흥, 한병도 의원에게 국립감염병연구소 유치를 제안하고 전북도에 건의했다. 익산시는 전라북도와 전북연구원 등 3개 기관이 공동 주최하는 ‘포스트코로나19, 국립감염병연구소 익산 유치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송하진 도지사는 이날 세미나를 통해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와 전북대·원광대 전문 인력을 활용하면 익산이 국가단위 감염병 연구의 최적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국립감염병연구소 유치전 돌입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정헌율 시장은 대외적으로 그런 사실들을 공식적으로 발설하는 것을 자제해왔다. 전라북도에 오해를 사서 자칫 일을 그르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정 시장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 도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행여 공든 탑이 무너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정 시장의 마음과 태도가 그랬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들 눈에 따라 다르게 비쳤을 것이기 때문에 이 날의 기자간담회가 곡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정 시장의 이날 상생안 제시는 전라북도의 입장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전라북도의 협상 전략에도 어긋날 수 있다.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유치하는 입장에서 정부에 떡 하나 더 달라고 요구하는 형국이고, 전북대의 집단이기주의를 부추겨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는 탓이다.

집단이기를 내려놓고 접점 찾아야

국가기관을 유치하는 주체로서 정 시장의 상생안을 수용하는 것은 불리해 보인다. 또 전라북도의 입장에서는 이날 간담회가 어떤 점에서든 불쾌할 수도 있다. 정헌율 시장이 주제넘어 보이고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공을 자기 앞에 가져다 놓는 것처럼 비쳐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하위 개념을 지우면 두 기관의 목적은 같다. 상생안은 결국 이 문제를 푸는 열쇠일 수 있다. 그런데 전라북도와 전북대간 협의 과정에서 익산시가 이를 제안한 것은 전라북도의 입장에서 오히려 도움이 될 수 도 있다. 전라북도는 이 협의 조건을 조금은 가볍게 탄력적으로 조정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라북도는 이날 기자간담회장에서 정 시장이 보여준 태도를 바로 봐주길 바란다. 다 잡은 국가기관을 아무 것도 해보지도 못한 채 눈앞에서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의 발로였다. 또 한사코 선을 넘지 않으려고 조심했던 그의 진정성이 오해받지 않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전라북도와 전북대의 협의가 조속히 매듭 돼야 한다. 전북대가 국립감염병연구소 유치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 집단의 실리보다는 사회적 명분에 무게를 둬야 맞다. 실리에 묶여 일체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면 집단의 폐쇄성에서 기인하는 반사회적 폐해를 드러내는 것이며, 범국가적 사업에 장애가 될 뿐이다. 장차 가진 것들도 잃을 수 있다. 욕심을 내려놓고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접점을 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