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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4호 한 명의 억울한 사람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편집국장 공인배

검사가 자신이 방향을 정하고 그 틀 안에서 조사를 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다. 사건의 내용이 검사의 조사 방향을 결정하지 않는다면 검사는 공기(公器)가 아니라 흉기다. K가 검사 A의 조사 행태가 적법한가를 묻는 진정서를 대검찰청 등에 낸 이유다.

K는 지난 21일 오전에 문자 통지 하나를 받았다. K가 대검찰청 등에 낸 진정서가 전주지방검찰청 군산지청 모 검사실에 접수됐다는 내용이었다.

진정서는 K가 군산지청의 검사 A에게 당한 일을 도저히 납득 할 수 없어서 대한민국 검사가 그래도 되는지를 규명해달라고 호소한 내용이다.

K가 검사 A를 만나게 된 것은 세상에 없을 악덕 건축 관련 업자들 덕분이다.

K는 몇 년 전에 자신이 살 집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악덕 업자를 만났다. 업자 B는 선급금을 받고도 공사를 진행하지 않으면서 공사비만 더 올려달라고 요구하다가 결국은 공사를 중단한 채 잠적했다.

K는 악질 업자 때문에 진이 다 빠진 상태였다. 그런데 다음에 만난 업자 C도 전 업자와 별반 다를 바 없어서 건물을 완공할 때까지 K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었다.

B와 지인 관계로 알려진 업자 C는 공사를 단 한 번도 맡아서 해본 일이 없는 잡부였다. C는 건물만 부숴놓고 손을 들었다.

그런데 업자 B는 결별 이후 4년이 지난 뒤 난데없이 K를 상대로 존재하지 않는 대여금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같은 내용을 걸어 사기죄로 고소도 했다.

소송이 진행되는 중인데 또 난데없는 일이 벌어졌다. 에어컨 업자 D가 K를 상대로 K가 허가하지도 않은 공사를 했다고 공사비를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사기죄로 고소했다. D는 C로 인해 알게 된 업자다. D는 K에게 선지급금만을 요구했고 K가 지속적으로 계약서를 써야 한다고 하자 D와 C는 K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사기죄로 고소한 것이다.

더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E가 벌였다. E는 현장에 발도 들여놓지 않았던 업자인데, 공사비를 받지 못했다고 B와 D와 함께 K를 사기죄로 고소한 것이다.

D와 E가 K를 사기죄로 고소한 것은 검찰에서 혐의없음으로 결론이 났고, K가 D와 E를 무고죄로 고소한 사건을 검사 A가 조사를 하면서 역으로 K를 피의자로 전환시키고 조사를 강행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K는 3년여 동안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민사법정을 전전했다. K는 이 과정에서 B, C, D, E가 사회적인 연을 맺어 지내오던 사이였고 자신의 사건과 관련해 한통속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소송 중에 같은 날 기일을 변경하고, 같은 시기에 형사고소를 하는 등 조직적으로 K를 궁지에 몰았다. K는 그 중심에 B와 C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 황당한 일들이 뜬금없는 B와 C의 고소와 소송행위 이후에 잇따랐기 때문이다.

K는 모든 민사소송에서 승소하고, 마무리된 형사사건에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들은 입을 맞췄으나, K가 제시하는 증거를 이기지는 못했다. K는 그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입만 맞추면 누군가의 돈을 합법적으로 빼앗을 수 있다는 그들의 망상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악의적인 목적으로 누군가의 피를 말리고 누군가의 인생을 멋대로 짓밟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K가 그들을 무고죄를 비롯한 소송 사기,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 등으로 고소한 이유다.

하지만 검사 A는 평소 K가 생각하던 검사가 아니었다. 대질 조사 과정에서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사를 이끌고, K의 답변을 묵살하며, K를 거꾸로 범죄자로 몰아세운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검사 A는 종국에 K에게 고소를 취하하라고 압박했다. 피의자가 여러 차례 경찰이나 법정에서 했던 진술을 뒤집고 없었던 일을 만들어내는 것을 계속 재확인하고 K에게 답변을 요구했다.

신빙성 없는 피의자의 즉흥적 진술 앞에 말문이 막힐라치면, 검사는 “왜 말을 못 하느냐”며 K를 다그쳤다. 기가 막혔다. 피의자는 앞서 사법기관과 법원에서 한 자신의 모든 진술을 스스로 부정하는데, 검사는 피의자가 번복하는 진술을 사실을 확인하는 질문으로 삼았다.

K가 피의자의 진술을 탄핵하는 말을 하거나 증거를 내놓을 때마다 피의자는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사실들을 가공해냈다. 피의자는 종국에 “내가 공사를 시작해 완료했다”는 진술을 “내가 일부 수정했다”고 뒤집었다. 본질을 부정한 것이다.

사건의 본질은 D는 에어컨배관공사를 처음부터 완료한 것으로 주장하고 K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가 기각당했는데, 이후 1년 정도 지난 뒤에 같은 내용으로 K를 사기죄로 다시 고소했으나 혐의없음으로 결론났으며, K가 D를 무고죄로 고소해 검사 A에게 조사를 받던 중 갑자기 공사를 일부 수정했다고 진술을 번복한 것인데, 검사 A는 D의 진술과 B의 진술을 근거로 K를 역으로 무고죄 피의자로 취급한 내용이다.

펄쩍 뛰는 K에게 검사는 “수정한 것이 공사한 것 아니냐”면서 B의 진술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검사는 피의자에게 “B의 진술을 받아오라”고 했다.

K는 “B는 이 사건의 주도자이며 모의자 중 한 사람인데, 피의자의 허황한 진술을 B에게 확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고, 검사 A는 “그건 당신 사정이다”고 했다.

피의자는 다음 대질신문 때 B의 진술서를 검사 A에게 제출했다. 검사 A는 이를 전제로 K에게 “무고는 당신이 한 것 아니냐”며 K에게 그들에 대한 무고죄 고소를 취하하라고 종용했고 역으로 K를 무고죄 피의자 취급을 한 것이다.

K는 법이 상식 밖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K는 그들을 고소하면서 법원의 판결문과 자신이 사법당국에 소명했던 증거들을 모두 고소장에 편철했다. K의 무고죄 고소 건을 검찰이 조사한다면, 응당 그 고소 내용 들이 진실인지, 그와 관련된 증거들이 증거능력이 있는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피의자가 앞서 종국된 판결내용과 다른 거짓말을 한다면 그것을 먼저 추궁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K가 보기에 검사 A는 사건의 기초(고소의 내용)를 아예 모르거나 완전히 묵살하고 있었다.

K는 지난 7월 21일 오전 10경에 검찰청으로부터 K의 진정 사건이 접수됐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그런데 이날 저녁 8시 30분 A 검사실에서 전화를 걸어왔다. 무고죄 고소인에서 피의자로 전환됐으니 검찰에 출두하라는 것이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다. A 검사실의 수사관은 위와 회의를 해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K는 그렇다면 진정 사건이 종결되면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그러나 수사관은 안된다고 했다. 진정 사건은 K의 사정일 뿐이라고 했다. 수사관은 출석 일정을 정하고 정한 기일에 K가 출두하지 않으면 정식으로 출석 통지를 하겠다고 했다.

K와 수사관이 옥신각신하던 중에 수사관이 검사 A에게 전화를 넘겼다. 검사 A는 매우 사무적으로 혹은 권위적인 어투로 출석요구에 불응하면 정식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불응하면 체포요건이 된다. 출석할 때 변호사를 대동할 수 있다. 출석 불응 처리하면 되느냐”고 윽박질렀다.

A 검사실 수사관은 다음날 오전에도 K에게 전화해서 출석을 요구했다. K가 진정 사건 이후에 출석하겠다고 하자, 수사관은 또 “안 나오겠다는 거냐”면서 “구인영장을 발부해서 체포하겠다”고 협박했다.

검사 A는 왜 달아오른 것일까

K는 생각했다. 검사 A가 왜 이렇게 달아올랐을까. 검찰사건사무규칙에는 ‘검사가 고소 또는 고발사건에 관해 혐의없음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고소인 또는 고발인의 무고혐의의 유·무에 관해 판단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K에 대한 고소인들의 무고혐의를 검토하지 않은 잘못을 가리고 싶은 것일까.

검사는 자기 잘못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떠올랐다. 그렇지 않다면 검사 A는 K를 괴롭혀 온 악당들과 한패일까. 갑자기 K를 피의자로 전환하고 서두르는 이유가 뭘까. 진정 사건이 결정 나기 이전에 어떻게든 K를 엮어서 기소하는 방식으로 자기방어를 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K가 겁을 먹고 고소를 취하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것일까.

검사 A의 속내는 K가 생각하는 어떤 경우에도 속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의 개연성은 검사 A가 제공했다.

‘한 명의 억울한 사람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이다. 검사는 열 명의 범죄자를 잡는 것보다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얼마나 노력했는지 맹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