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사획경제연구소 대표

권태홍

2020년은 코로나의 한 해였다. 몇 달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지금도 진행형이다.

2021년은 백신 접종을 통해서 길고 긴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문제는 국제적인 감염병이 짧은 주기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2003년 사스 총 발병자 수는 8,096명, 사망자 수 774명였고, 대부분의 감염자가 중국, 홍콩, 대만, 베트남, 싱가포르에서 발생했었다. 한국은 감염자만 4명 있었을 뿐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에는 중동을 중심으로 1000명 이상의 감염자와 400명 이상 사망자가 생겼다. 한국 감염자는 총 186명, 그중 38명이 사망했다.

현재 코로나 확진자는 전 세계적으로 무려 1억명 가까이에 이르고, 사망자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도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7만 명과 1200명을 넘어섰다.

가장 많은 미국은 사망자만 40만명 가까이에 이른다. 미국의 2차 세계대전 전사자보다도 훨씬 더 많은 수이다.

현대의 경제력과 의학을 고려한다면 대참사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백신 접종으로 세계적인 집단면역력을 확보할 때까지 얼마나 더 희생당할까? 바이러스 변이가 계속 일어나는 상황에서 백신은 충분히 효과적일까? 고통스럽고 불확실한 여정의 끝은 아직도 멀어만 보인다.

반복되는 국제적인 감염병과 대참사 앞에서 깊은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왜 성찰인가? 이는 결국 인간의 무분별한 욕구와 무자비한 자연 침해로 인해 발생하는 인재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자연환경은 수많은 관계로 이루어진 기적 같은 균형이다. 인간도 그 일원으로 한시적인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인간만이 포악한 독재자의 행세를 하면서 지구촌의 자연은 인간생존이 어려운 방향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코로나19도 그 한 표현일 뿐이다. 백신과 치료제를 통해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인가?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팬데믹(감염병 세계유행)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보건의료체계 개선책과 코로나K 경제대책은 어떻게 세울 것인가? 이런 질문과 대책들도 절실하게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진짜 큰 문제는 코로나19의 위험이나 피해와는 비교도 안되는 큰 재난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기후위기, 기후재난이다. 세계적인 폭염, 한파, 산불, 홍수, 가뭄, 태풍 등 지구환경이 매우 불안정해지고 있다.

작년 거의 두 달에 가까운 역대급 장마와 기록적인 강수량, 많은 태풍 상륙과 피해, 6월 폭염 등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의 징후가 한반도에도 뚜렷해지고 있다.

작년 6월에 북극권 베르호얀스크는 38도(6월 평균 최고기온 20도)를 기록해서 135년 만에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2019년 6월에 발생한 호주산불은 2020년 5월까지 1년 동안 타오르며 수십억 마리의 동물들이 희생되었다.

기후재난의 사례는 세계 어디에나 수없이 많다. 사실상 기후재난은 이미 시작되었고 그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 하는 것이 당면 과제인 상황이라고 한다.

인류가 출현한 이래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문제이다. 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 때문이다.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평균 1℃ 가량 상승한 상태다. 1920년에서 1980년까지 0.2℃정도 상승했고, 1980년에서 현재까지 0.8℃정도 상승했다.

상승폭이 갈수록 가파르다는 것이 위기의 징후이다.

과학자들은 지구 평균기온이 앞으로 1℃ 이상 더 상승할 경우 시베리아 영구동토층, 남극 및 그린란드 빙하의 해빙이 가속화되고 이에 따라 더 이상 기후변화를 예측하고 제어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선을 넘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는 멸종의 시나리오다. 기후재난과 팬데믹 앞에서 인류는 생존을 위한 근본적인 성찰을 해야 한다.

현재 삶의 방식은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한다.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사이의 과도한 불평등은 끝없는 이기적 욕구와 무한 경쟁, 승자독식과 무한독식의 산물이다.

결국 자연의 균형과 사회의 균형을 깨뜨려 인간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수탈적이고 불평등한 관계로는 더 이상 지속적인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 상생, 공존, 공생을 위해 관계의 대전환에 나서야 할 때이다.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연대하고 협력하는 관계로 가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이미 1℃ 상승한 지구의 온도상승을 1.5℃이하로 막아야 한다. 그나마 통제 가능한 생존선이다.

19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18년 회원국 만장일치로 ?지구온난화 1.5℃?특별결의를 채택했다.

이를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최소 45% 감축해야 하며 2050년까지 순제로 배출이 달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선언 후 구체적 실행계획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정부도 최근에야 2050년 탄소중립을 발표했지만 구체적 실행계획은 턱없이 부족하다.

남 탓은 공멸의 길이다. 오로지 스스로의 성찰과 실천이 인류 공동체가 사는 길임을 깊이 자각해야 한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탄소경제에서 재생에너지 경제로 최대한 짧은 시간내에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

EU는 약 1000조원을 미국의 바이든 캠프는 약 2000조원을 투입하고 탄소국경세까지 설치한다고 한다. 이 위기가 어쩌면 100년에 한 번 오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화석연료를 퇴출하는 고통스러운 에너지 전환, 산업전환과정이 될 것이다.

구체적인 중장기 실행계획을 세우고 좌초산업 발생 등 고통스러운 과정을 견뎌낼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하고 안전망을 촘촘히 짜는 조세복지혁명을 병행해야 한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갑질과 불평등을 넘어서 협동과 연대에 기반한 평등사회를 지향하는 실천과 교육혁명도 시작해야 한다.

누가 나서서 1.5 생명선을 지킬 것인가? 스스로 성찰한 시민들부터 세계 시민으로서 자각하고 실천에 나서야 한다.

익산의 시민들이 그 중심에 설 수 있기를 희망하고 기대한다. 그 제일 앞에는 선출된 정치인들이 서야 마땅할 것이다.

물론 그런 자각과 준비가 된 정치인들을 선출하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