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근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교육위원회 설치지원

전문위원

인적 없는 논밭에는 땡볕만 가득하다. 해들기 전에 서둘러 농작물을 살폈을 농부들은 집으로 갔고 동네에는 인기척이 전혀 없다. 코로나 탓에 마을 노인정에도 당산나무 그늘 아래서도 마을 사람들을 만날 수 없다. 한 밤중 어느 집 텔레비전 불빛 덕에 마을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한다. 가끔씩 돌아가는 예취기 소리도 반갑다. 사람 만나는 것이 드물어진 이 풍경은 코로나로 인해 일상화 되고 있지만 사실 어느 농촌에서나 곧 다가올 풍경으로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옛 시인이 목가적으로 읊은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은 그림 속 풍경이지만 그 조차 전설이 되었다. 실재로 젊은 사람들이 등진 농촌을 지키던 어르신들이 세상을 떠나고 귀촌이나 귀농으로 자리 잡은 사람들도 지역사회 인프라의 부족, 특히 교육환경의 열악함으로 다시 짐을 싸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폐광촌보다 더 을씨년스러울 폐촌의 풍경이 두렵게 떠오른다.

인구소멸의 시대, 대한민국이 국가 소멸 1호가 될 것이라는 예측. 출산율을 비롯한 각종 지표가 예고하고 있다. ‘광역시의 지하철이 먼저 사라질 것이다’는 말에는 수도권의 지하철만 남게 될 것이라는 문장과 전라북도 같은 도 단위 지자체의 인구 감소가 먼저 일 것이라는 문장이 담겨있다. 당연히 소멸의 시계는 지방 중소도시와 농촌에서 빠르게 돌아간다.

교통수단이 사라지고 병원이 사라지고 사람이 사라진다.

답이 없을까?

출산율 세계 꼴찌인 나라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백약도 현재는 무효이다.

나라 전체의 출산율이 줄어드는 상태에서 전체 인구의 감소는 지역 간 이동과 심각한 불균형으로 나타난다. 지방이 살아나는 길은 이러한 이동의 출발점이 되는 가 목적지가 되는 가 일 터이다. 결국은 합계가 0인 제로섬 게임이지만 그 승패의 결과는 지방 패배일 뿐이다. 대선에서나 총선에서 정치인들이 맹약한 지방 균형 발전이 지켜지지 않음을 우리는 오랫동안 목격했다. 지자체는 각종 혜택으로 인구 이동의 주된 이유인 거대 기업 유치에 혼신을 다하지만 산업은 관련 산업의 집중에 의한 효과성과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 답을 교육에서 찾는다.

필자가 경험한 작지만 분명한 교육의 인구증가 효과 덕분이다.

시골의 면단위 학교가 교육력을 갖게 되자 도시의 학생이 앞 다투어 진학하고 급기야는 그 동네에 이주하고 정주인구가 증가했다. 군산 회현면의 회현중학교 교장을 할 때이다. 학교 소문이 언론에 오르내리자 타시도에서 전학 문의가 이어졌다. 심지어는 어느 연구소에서는 연구소의 이전과 자녀들의 집단 전학을 연계한 문의도 이어졌다. 지금도 회현면은 학부모인 40대와 학생인 10대의 인구가 현저하게 증가한 면이 되었고 면단위 초중학교의 학생 수가 전국적으로 비교해도 최상위에 속하고 있다. 폐교나 인구소멸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더욱이 마을공동체의 활성화로 활기찬 면이 되었다.

기업의 이전에 교육은 필요조건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기업이 이전해 와도 지역교육의 뒷받침 되지 못하면 그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만 이동하지만 교육환경에 따라서는 온 가족이 이주함으로써 시민이 늘어나는 결과를 확인했다. 기업이 폐쇄 되더라도 좋은 교육이라는 조건은 그 가족을 남겨두는 효과를 유발한다. 귀촌 귀농의 전제 조건이 교육임을 확인했음은 물론이다.

좋은 교육에 대한 믿음, 교육에 대한 안정감, 교육에서 기대되는 자녀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는 곳에 사람이 온다. 기업이 있어야 사람이 온다는 생각만큼이나 사람이 있으니 기업이 온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교육에 대한 불확실성의 제거가 출산에 대한 염려를 감소시킨다는 확신을 위정자들이 가졌으면 좋겠다.

좋은 교육은 출산과 양육, 성장의 전제조건이다.

필자는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입지자들의 교육공약에 주목하려한다. 유권자들의 관심도 교육관련 공약의 창의성과 실현 가능성에 주목되기를 바란다.

교육에서 답을 찾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