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사과하지 않고 진실 앞에 잠행하는 정 시장의 태도는 무책임의 발로다.

무엇보다 그가 가리키는 새로운 내일이 허구로 여겨지게 한다.

정헌율 시장에게는 두 가지가 없다. 반성과 사과다.

2016년 4월, 민선 6기 후반기 익산시 수장으로 입성한 그는 이전 선거과정에서 쏟아낸 거짓말에 대해 일절 함구했다.

'익산시가 과도한 부채를 갚을 수 없어 파산한다'는 거짓말이었다.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던 그는 현역 익산시장이었던 이한수 후보를 공천에서 탈락시킬 목적이었다.

하지만 공천에서 승리한 상대 진영은 여러 차례에 걸친 정헌율의 고의적인 부채관련 허위사실 공표를 법적으로 문제삼지 않았다.

시민들 역시 그런 대승적인 용서를 공감하고 그를 고발하지 않았다.

정헌율 시장은 민선 6기 재임기간 중에 '익산시 파산론'이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불안 조장 목적으로 기획되었다는 사실을 스스로가 입증해 줬다.

그는 상당액의 부채를 청산했고, 중앙정부는 심사를 통해 익산시의 재정상태가 비교적 건전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정 시장은 시민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사법적인 단죄를 피한데 따른 양심의 가책이 있었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공인으로서 자신의 극단적인 불안 조장이 지역사회에 미친 악영향에 대해 책임의식이 일말도 없었다는 걸 방증한다.

그가 익산시에 씌운 부정적 꼬리표는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유치 전선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가 민주당 내 익산시장 공천 경쟁을 하며 부채 네거티브 작전을 구사한 직후인 2015년에는 익산시 인구가 무려 2,113명이나 줄었다. 2010년을 기점으로 5년 내 가장 큰폭의 감소였다.

그가 민선 6기 익산시장 재선거에서 당선되어 재임 중이던 2016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3년 동안에는 무려 8,084명이 줄었다.

황등(7,648명)이나 함열(7,350명) 같은 면단위 인구가 사라진 것이다. 송학동(9,114명) 인구와도 맞먹는 감소 규모다.

웅포(1,688명)나 용동(1,669명)의 인구를 비교하면 3년 새 4.7개의 면단위 인구가 감소한 꼴이다.

민선 6기는 위장전입으로도 들불같은 인구감소세를 잡지 못했다.

2017년에서 2018년까지 한 해 동안에는 3,956명이 줄어들었다.

지방자치 실시 이래 사상 유례없는 변동폭 이었다.

지난해 2월 30만선이 붕괴된 이후에도 인구 감소세는 지속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전적으로 정헌율의 거짓말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최근 익산시가 조사·분석한 자료를 보더라도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익산시에서 전출한 설문조사 응답자들 가운데 59.3%가 '일자리 문제'로 익산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16%)문제 때문에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 정헌율이 띄운 '부채공화국 익산시'라는 애드벌룬이 도시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시민들의 기대심리를 쭈그러들게 하지 않았다고 부정할 수 없다.

정헌율발 위기의식이 시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미쳤다는 것은 그의 '익산시 파산론' 이후 유례 없이 큰 규모로 익산시를 빠져나가는 인구 추이가 단적으로 방증한다.

반성과 사과는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다.

사과가 무엇을 잘못했는가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새롭게 시작할 저력이 없이는 할 수 없다.

반성과 사과의 전제 조건은 사안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석명이다.

그런 맥락에서, 익산시의 부채 부풀리기와 재정 상태를 왜곡한데 대한 반성과 사과의 궁극적 가치는 그로 인해 만연한 불안을 걷어내는 것이다.

반성이나 사과를 할 줄 모르는 것은 잘못을 감추는 속성에서 비롯한다.

사과하지 않는 사람이 불신을 사는 이유다.

도시지표가 가리키는 익산시의 미래는 매우 밝은 편이다.

융복합산업이나 홀로그램산업 같은 메가톤급 성장동력이 지역에 유치되었다.

동북아의 허브 국가식품클러스터에 기업들이 속속 입주하고, 익산시 일반산단에 대한 입주계약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왜 시민들은 익산을 자꾸만 떠나갈까를 짚어볼 때인 것이다.

익산시가 제시하는 미래 비전이 시민들의 희망으로 환치되지 못하는데다,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산시는 지난 1월 말 현재 제3일반산업단지의 65.8%를, 제4일반산업단지의 76.6%를 각각 분양했다.

총 14개사를 입주시킨 결과다.

익산시는 이들 업체와 투자 협약을 체결할 때 마다 고용 창출 효과를 홍보했었다.

14개 기업이 입주할 경우 1,000개가 넘는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 익산지역 사람들의 일자리가 어느 정도 늘어났는지를 익산시민들은 알지 못한다.

비전은 있지만

희망을 심지 못해

익산시가 발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익산산단에 입주한 기업들이 익산지역사람들을 뽑은 사례는 거의 감지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들이 기업유치에 따라 일자리가 늘고 있다고 체감하지 못한다면, 기업들의 입주가 시민들의 희망이 될 수 없다.

익산 3·4산단에 입주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타 지역에서 이전해 오는 경우가 대종을 이룬다.

익산시는 기존에 근무하던 직원들이 익산산단내 신규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고용창출이라고 우길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익산시는 해당업체 직원들의 주민등록 기준지를 익산시로 옮기는 노력을 기울이기나 했을까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고용창출은 고사하고 기업유치 실적에 급급한 익산시가 타 지역에서는 퇴출 대상인 환경유해업체들을 유치시키면서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았나 의심이 들 정도다.

이런 판국에 "인구정책의 키포인트는 결국 일자리"라는 정 시장의 인구정책 변환 선언이 진정성 있게 들리겠는가.

정 시장의 인구정책 변환이 '익산시 일자리의 임금이 낮다', '전공을 살려 직장을 구하기 어렵다', '이직시 익산에서 일한 근무경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등의 타 지역으로 전출한 사람들의 호소에 응답할 수 있을까.

인구감소를 막는 것을 과연 익산시가 할 수 있을까. 정 시장의 거짓말로 익산시는 인구를 회복 할 구심력을 상실했다.

사과하지 않고 진실 앞에 잠행하는 정 시장의 태도는 무책임의 발로다.

무엇보다 그가 가리키는 새로운 내일이 허구로 여겨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