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결과책임'과 무한책임'을 강조했던 정 시장이다.

지난 4.13 익산시장 재선거에서 정헌율의 전략 프레임은 '청렴'이었다.

그는 방송토론회에서 내무직 공무원은 청렴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자신은 내무직 공무원이었다고 했다.

상대 후보가 시설직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그의 프레임은 시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줬다.

비리 바이러스에 선천적으로 완벽한 내성을 지닌 것처럼 굴면서 그는 집요하게 상대방을 비리 공무원으로 몰아갔다.

상대 후보에게는 그렇게 '부정'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결국 무소속이었던 정헌율은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민선 6기 후반기 익산시장에 당선됐다.

그의 '청렴' 대 '부정'이라는 선거 전략이 승패를 좌우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52.10% 득표율로 간신히 당선되었다는 점에서 그의 프레임 전략이 주효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도 없다.

물론 그의 주장은 궤변이다.

처음부터 익산시민들을 속일 의도가 있었다고 밖에 달리 생각할 길이 없다.

내무직 공무원은 청렴하고 시설직 공무원은 부정하다는 등식이 애당초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3년이나 지난 문제를 왜 이제와서 말하는가.

민선 6기 후반기 2년과 민선 7기 300일 동안 내내 그가 그때의 장면들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청렴'하기 위한 절대적 전제조건이 있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해야 한다는 점이다.

단체장이 조직의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서 직원의 부정행위를 엄단하는 것도 그와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민선 6기 후반기에 터진 익산 제3일반산업단지(이하 3산단) 진입로 공사 부정 사건은 정 시장에게 조직의 청렴도를 높일 의지가 전혀 없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라북도 감사 결과를 보면 3산단 진입로 개설공사는 시공사와 책임감리원·준공검사자·발주청이 자행한 최악의 부정행위 백화점이다.

책임감리원은 시공사가 공사계약으로 정한 공정률을 채우지 않았는데도 각 차수마다 시공사가 제출한 준공검사원을 그대로 인정했다.

또한 서로 공모한 준공검사자와 입회자는 준공검사조서를 허위로 작성해 책임감리원으로 하여금 익산시에 통보하게 했다.

익산시는 준공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번연히 알면서도 부당 준공검사를 묵인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같은 차수별 부당 준공으로 60억원 가량의 공사비가 과다 지급됐다.

이는 또한 계약의 이행을 지체한 시공사에게 물려야 할 지연배상금 625억원 가량을 부과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익산시는 또한 현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변경을 승인해 공사비를 26억원 가깝게 부풀려줬다.

뿐만 아니다. 책임감리원은 현장에 반입되지 않은 관급자재가 현장에 반입된 것으로 물품검사조서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했다.

익산시는 준공검사시 제대로 된 확인 한번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5개사에게 관급자재비 11억여원이 부당 지급됐다.

게다가 관급자재는 각 차수별로 남아돌았지만 어떠한 보고나 반납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관급자재 검수 전반이 허위로 이루어졌다.

익산시는 이밖에도 4억600여만원의 과다 안전점검비가 발생했는데도, 설계변경 등을 통해 계약금액을 감액 조정하지 않았다.

시공사가 감독 없이 임의로 공사를 진행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33일 동안 묵인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감사에서 드러난 익산시 공무원들의 근무태만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시공사의 하수인 같았다.

법상 공무원 2인 이상을 검사자로 임명해 예비준공검사를 해야 하는데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각 차수분의 사업추진과 준공처리 등 전반을 책임감리원 및 준공검사자에게 맡긴 것이다.

이 같은 발주청의 법적 의무 불이행은 시공사와 민간 책임감리원·준공검사자 등의 짬짜미를 보장해줬다.

책임감리원이 발주청에 보고해야 할 의무를 해태하거나 허위보고 할 수 있었던 환경이다.

익산시에게 익산 제3일반산업단지 진입도로는 다른 현안사업과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막중하다.

3산단에서 수도권으로 나가는 육로 물류 수송거리가 무려 30분이나 단축된다.

이 같은 3산단의 경쟁력은 타 지자체와 기업유치전을 벌이고 있는 익산시에 매우 긴요한 기회다.

익산시민들에게도 천문학적인 이익을 안겨준다.

정헌율 시장이 익산시 부담금을 확보하지 못해 중단된 공사를 재개하기 위해 국비를 더 달라고 중앙정부에 생떼를 쓰고, 집권당 소속인 이춘석 의원이 협조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다가 갈등을 빚었던 이유다.

당초 2016년 완공 예정이었던 도로는 현재 공정률 60%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목표도 2021년으로 5년 넘게 늦춰진 상태다.

'상벌'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해

익산시 발전이 그만큼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익산시는 시공사가 제기한 소송에 휘말렸다.

행정력과 재정력이 크게 손실됐다.

하지만 정 시장은 단 한 번도 대 시민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또한 관련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징계시효를 운운하고,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린다는 핑계를 대며 이렇다 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무원 징계기준에 따르면 직무태만자는 파면할 수도 있다.

'결과책임'과 무한책임'을 강조했던 정 시장이다.

최소한 관련자들의 직무를 검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정지시켜야 했다.

그러나 정 시장은 오히려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훈계'를 받은 이 사건 관련 담당과장을 국장으로 승진시켰다.

익산시의 청렴도가 낮은 이유는 부서장들에게 있으니 근평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표한 뒤의 인사였다.

실로 '부정'을 '청렴'이라고 말하는 정 시장이 아닐 수 없다.

부정을 장려하고 양산하는 고위직 내무공무원 출신이 정 시장인 것이다.

단체장이 조직을 장악할 방법은 '상'과 '벌'이 전부인데, 인사를 엉망으로 하고 부정한 조직원을 비호한다면, 충심으로 따를 직원이 어디 있겠는가.

아무런 소신도 없는 직원들이 주변에 꼬이고, 오직 신분상승을 위해 여과 없이 시키는 대로 저지르는 직원들만 득실거릴 것이다.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왜 시장이 되었는지 맹성과 성찰이 촉구되는 때다.

환골탈태가 필요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