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더구나 자칭 행정전문가로서 전문가로 구성되는 도시계획위에 도지사가 정치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하는 정 시장을 보며 참담해진다.

익산시가 전라북도 도시계획위원회(이하 도시계획위)에서 부결한 부송4지구 도시개발사업계획을 재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침은 지난 5일 익산시 건설국 정례브리핑에서 발표됐다.

정헌율 시장은 이에 앞서 지난달 22일 삼성동 주민과의 대화에서 "이번에는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면서 "만약 이번에도 안되면 주민여러분과 함께 머리깎고 도청에 항의방문을 가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 시장이 여러차례의 공식석상에서 했던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는데 안 해준다"는 말의 일환이다.

한마디로 도시계획위에서 내놓은 부결사유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렇듯 '부결사유가 부적절하다'는 말의 이면에는 '승인해 주고 싶지 않아서 엉뚱한 부결사유를 달았다'고 주장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이상한 핑계로 승인을 안 해주는데 또 안 해주면 물리적인 항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정 시장은 부송4지구 도시개발사업계획안을 전라북도에 상정한 이후 여러 차례 도지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왔다.

그의 관점에서 이 사업의 훼방꾼은 자신과 소속 정당이 다른 도지사다.

마땅히 승인해야 할 도시개발사업을 소속 정당이 다른 자신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서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부결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소속 정당이 다른 기관장은 서로 적대관계라는 게 그의 논리다.

상급관청의 기관장이 자신과 다른 정당에 소속되어 있으므로 자신이 이끄는 하급관청의 사업을 가로막는 상급관청의 결정은 곧 정치적인 공격행위인 것이다.

정말 도지사가 특정 자치단체장과의 정치적인 노선이 다르다는 이유로 익산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면 그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익산시가 추진해 온 부송4지구 도시개발사업을 가까이에서 들여다 보게된 배경이다.

익산시는 지난 2011년 3월 국가식품클러스터와 익산제3일반산업단지 배후주거 및 기존 시가지와의 유기적 연계 등을 이유로 부송4지구 도시개발사업에 착수했다.

부송동 신재생자원센터의 남서측이며, 기존시가지 외곽 동측의 농토 약 10만평을 택지로 개발한다는 게 골자다.

부송4지구 도시개발사업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 결정을 비롯해 용역 등 관련 절차는 2년 동안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그런데 앞선 2009년에 준공된 배산택지개발지구와 제3일반산업단지 등에 주거 및 상업용지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과잉공급 우려가 제기되었다.

그러자 익산시는 심사숙고하던 끝에 2013년 이 사업을 중단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16년 4월 익산시는 전라북도에 부송4지구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사업 승인을 신청했다.

전라북도 실무부서는 사전검토 단계에서 남측 미개발 주거지역을 우선 개발하고 공원 일몰제로 인해 난개발이 우려되는 팔봉공원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익산시는 부송4지구 도시개발구역에 미개발주거지역과 팔봉공원을 포함하면 면적이 늘어나서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하고 그렇게 되면 최소 2년이 더 걸린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익산시는 원안 승인을 고집하며 1년 4개월을 버텼다. 결국 도시계획위는 지난 2017년 8월 31일 "미개발 주거지역과 팔봉공원을 포함하고, 단계별로 개발시 전체적인 개발계획을 재수립해 추진하라"며 최종 부결 처리했다.

익산시는 이후에도 당초 계획안을 변경하지 않고 도시계획위의 요구사항은 별도의 개발계획을 수립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익산시 담당부서장은 그러한 입장으로 1년 2개월 동안 도시계획위의 각 위원들을 개별접촉하며 설득했고, 재검토 약속을 받아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익산시는 2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허송했다.

전라북도의 요구에 따랐으면 착공도 가능했을 시간이 흘러가버린 것이다.

특히, 익산시의 도시개발 정책에는 이상한 데가 있다. 20년 전에 지정된 부송4지구 도시개발구역 남측 주거지지역을 지금까지 개발하지 않고 방치해 왔으면서 도시외곽 쪽에 신규택지개발을 추진하는 것이다.

미개발 주거지역 면적은 4만평이다. 도시계획위가 개발계획에 포함하라고 한 6만여평의 팔봉공원 면적과 합하면 총 10만평에 달한다.

부송4지구 면적에 육박한다.

미개발 주거지역과 팔봉공원을 택지로 개발해도 부송4지구 도시개발사업의 취지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미개발지역을 먼저 개발하라는 상급기관의 의견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정 시장의 말에 의아해지는 이유다.

단체장은 균형을 유지해야

무엇보다 도시의 형편상 익산시가 도시개발구역을 확장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택지를 개발할 때마다 인구와 상권이 새로운 택지로 이동해 기존 시가지들의 공동화가 심화되고 있다.

증가 일로에 있는 기존 시가지의 주택이며 상가들의 공실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게다가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개발구역을 늘려야 할 요인이 전무한 것이다. 익산시는 지난해 12월 치솟는 아파트 분양가를 잡기위해 아파트 공급물량을 늘리겠다고 했으니, 그것을 도시개발구역 확장의 이유로 내세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역시 1차적인 정책 실패를 호도하는 행태다.

익산시의 아파트 가격은 확실히 비싸다.

전주·군산·익산 중에서 인구 비례 등 도시의 시세를 감안했을 때 익산의 아파트 값이 가장 비싸다.

지난해에는 평당 9,695만원짜리 아파트가 분양됐고, 1,000만원을 호가하는 주상복합 건물이 분양되었다.

익산시에서 군산시로 주소지를 옮기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이 살던 아파트를 팔고 군산에 있는 아파트를 사면 사업자금이 남기 때문인 경우가 꽤 많다.

이같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 가격은 익산시가 인허가 과정에서 얼마든지 조정할 수가 있었다. 명분은 충분했다.

도청소재지 전주와 산업중심도시 군산과 비교했을 때, 익산시는 산업기반이 열악하고 취약한데다 상권도 미약하다.

사실, 익산시는 부송동의 미개발 주거지 개발에도 신중하게 착수해야 할 판이다.

하물며 토목업자 배나 불릴 뿐 도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도시개발구역 확장은 생각하기 조차 어렵다.

그런데 정 시장은 도시계획위의 합리적인 부결 결정을 놓고 정적인 상급기관장의 사업 훼방 행위로 규정하고 주민들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자칭 행정전문가로서 전문가로 구성되는 도시계획위에 도지사가 정치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하는 정 시장을 보며 참담해진다.

그는 일상적으로 익산시 도시계획위의 결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다른 말이기 때문이다.

흑백논리로 정 시장 자신의 무능을 덮고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식의 인지오류가 단체장의 방향키라면, 이는 또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익산시민들은 균형을 유지하는 단체장을 원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