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재단의 운영자에게는 전문성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전문성과 창의성의 기반은 무엇인가. 지역문화에 대한 이해다.

익산문화관광재단(재단)의 대표이사가 선출되어 집무 개시를 기다리고 있다.

초대 대표이사 A씨는 정헌율 시장의 뜻에 부합하는 '중앙에서 활동하던' 인물이다.

A씨는 평생을 롯데월드에 근무했었다.

새로운 체제의 재단은 놀이시설 관리자에게 맡겨진 것이다.

지역사람들에게는 답이 없다는 정 시장의 관점이 낳은 결과다.

전국을 대상으로 공모했고, 제시된 자격기준은 지역사람들이 넘기 힘든 진입장벽이었다.

주요 대상자는 문화예술, 관광, 경영 등 관련분야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당해 직무분야에서 일정한 실무경력을 쌓은 사람으로 제한됐다.

박사는 5년 이상, 석사는 9년 이상, 학사는 12년 이상의 실무경력자여야 한다는 기준이다.

학위 취득자는 더러 있을 수 있겠지만, 실무를 쌓을만한 기관이나 단체는 익산지역에 지극히 제한적으로 존재할 뿐이다.

아무튼 재단 대표이사를 지역사람으로 뽑지 않은 것은 정 시장이 지역사람들을 우물 안 개구리로 보는데서 비롯했다.

고위 공직자 출신이 지닌 신념의 발로일 법도 하다.

그러나 중앙(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유능하고 지방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무능하다는 식의 흑백논리는 갈등과 반목의 근원이다.

시민들이 화근을 안고 있는 꼴이다. 단체장의 불균형한 사고방식은 수많은 시한폭탄을 도시 곳곳에 설치할 것이기 때문이다.

백번 양보해서, 대표이사 선출의 방향성이 '중앙에서 활동하던 사람에게만 재단을 운영할 전문성과 능력이 있다'였다면 문화예술과 관광분야에 정통한 사람을 뽑았어야 한다.

그런데 익산시는 앞선 본 공모를 통해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정헌율 익산시장 캠프에서 선거를 도왔던 B씨를 뽑았다.

'미리 내정해 놓고 다른 사람들을 들러리 세운 것 아니냐'는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정 시장이 인사위원회를 자기 목적 달성의 도구로 이용했다면 직권남용에 대한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정 시장이 인사위원회를 책임 면피 수단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시민들 사이에서 분노로 전환되었다.

재단 대표이사 선출 절차는 정 시장의 뜻을 처리하기 위한 요식행위였고, 재단 대표이사 제도 도입 자체가 B씨를 뽑기 위한 사기극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결국 B씨는 공고상 정해진 기간이 경과했는데도 채용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B씨가 자동 탈락하자 익산시는 재공모를 통해 A씨를 뽑았다.

여러 개의 문화예술분야 학위를 취득하고 관련 직무분야에서 수 십년 종사한 지역사람들을 떨어뜨린 결과다.

응모자들 중에서 놀이시설을 관리하던 사람이 재단을 가장 잘 운영하리라 평가한 지표가 어떻게 세워졌는지 지역사람들은 알고 싶어 한다.

A씨가 재단의 정체성과는 너무나 동떨어졌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역사람들을 깔보는

정체성 부재의 단체장

익산문화관광재단은 기존 문화재단에 관광 진흥 기능을 추가 탑재한 비영리 공익단체다.

문화재단의 당초 설립취지 가운데 가장 핵심된 사항은 문화예술 정책 개발과 문화환경 조성이다.

취지의 방향성은 문화의 정체성 확립, 문화예술의 경쟁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전문성을 요하는 일이다. 다른 취지들은 이미 익산시 문화관광과에서 수행해 왔던 일들이다.

따라서 문화재단의 핵심취지를 달성할 수 없다면 문화재단은 존립해야 할 까닭이 없다.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 된다.

관광진흥은 왜 추가했는가. 단순하다.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는 것이다.

방법이 무엇인가. 문화자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무엇이 필요한가. 문화자원을 육성하고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문화예술의 경쟁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지역 문화를 팔아먹을 수 있다.

문화예술과 문화자원을 융합해 상품을 만들고 고유한 방식으로 포장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백제문화유적지구 또는 다른 지자체와 다르지 않은 상품 홍보로 관광객을 유인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무위로 끝날 수밖에 없다.

재단의 운영자에게는 전문성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전문성과 창의성의 기반은 무엇인가. 지역문화에 대한 이해다.

그렇다면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문화예술인 보다 외부인의 지역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말할 수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재단의 대표이사에게는 전문성이 필요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어떤 방식으로든 관광객 유치를 증대시키면 됐지 거기에 전문성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 익산시는 제일 먼저 "왜 전문성을 강조하는 자격기준을 공모요강에 담았느냐"는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학력이며 경력이 무에 필요하겠는가. 단순히 관광객 유치를 잘하는 경영자를 원했다면 애당초 복잡한 평가지표가 필요없었다.

홍보분야에서 성공한 인물이라든가 성공한 사업가라든가 실사구시 차원의 선별 대상은 쌔고 쌨다.

그런데 대단한 인물을 뽑을 것인양 전국을 대상으로 아주 까다로운 자격기준을 내세우며 호들갑을 떨더니 생뚱맞게도 놀이시설 관리자를 뽑은 것이다.

아무 것도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공모 전 과정과 결과가 석연치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재공모에서 뽑힌 A씨가 취임을 포기한 B씨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익산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선출 결과를 놓고 보면, 굳이 상임이사 체제에서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어야 할 이유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위인설관 의혹을 낳고, 지역사람들에게 자괴감과 절망감을 안겨준 공모 파동은 정헌율 시장의 현주소를 가리킨다.

그는 지역사람을 깔보는 지방자치시대의 익산시장이다.

그는 지역이 곧 경쟁력이며,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새 시대의 지표와는 무관해 보인다.

자신 역시 우물 안 개구리라는 사실을 보지 않고 있다.

그는 문화재단이란 지역문화자원을 보존하고 육성하며 지역문화예술의 질을 높이는데에 기여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지역문화 전문가의 저변을 확대해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정 시장은 엄중한 요구 앞에 서있다.

왜 익산시장인가를 돌아보아야 할 때다.

오해받을 짓을 피하지 않는 것은 시민들을 하잘것없게 아는 심리의 발로다.

누적된 직권남용 의혹은 더 이상 용서받을 수 없는 수위다.

모두 다 차치하고라도 익산을 빠져나가는 인구를 잡기 위해 일자리 하나가 절박한 지형이 아닌가. 재단 대표이사는 지역에서 뽑아야 마땅했지 않는지, 정 시장은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