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정헌율 시장이 조직을 개편했다.

기존 5개 국(局)을 6개 국(局)으로 쪼개고, 3명의 외부인들을 영입한 정책개발담당관실을 신설한 것이 그 골자다.

그런데 총액임금을 할애해 신설한 정책담당관실은 옥상옥에 불과해 보인다.

각 부서가 일손이 부족해 아우성이고, 기간제 근로자를 통상 360명 정도 채용하고 있고, 무기계약직 근로자를 310명이나 채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임기제 계약직인 외부인 3명을 비롯한 9명을 신설부서에 배치해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정 시장의 저의가 몹시 궁금하다.

정 시장은 조직개편 전부터 정책개발담당관실의 필요성을 누누이 언급했다.

익산시는 성과평가(BSC)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와는 별도로 공무원에 대한 평가지표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각 부서별로 정책을 개발하고,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정책추진 과정을 평가하는 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또 정 시장의 구상에 따르면 정책개발담당관실은 독자적으로 정책 개발을 수행한다.

정책을 개발하지 못하는 부서에는 정책개발담당관실에서 정책 과제를 부여한 뒤 그 추진과정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실적평가 결과를 공무원 인사에 반영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상은 근원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행정기관의 업무는 백화점식이라는 점에서 정책 개발과 그 평가는 형평성에 부합하기 어렵다.

각 부서의 업무 난이도가 다르고, 민원 업무나 관리업무 처리는 법률의 제한을 받아 지극히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는 독자적인 사업과 복지를 시행하기 어렵다.

재정도 문제지만, 허용되는 범위가 미미하고, 인력 구조상 국비매칭사업을 처리하기에도 벅차다.

대부분의 부서 업무가 전반적으로 관리범위를 넘어설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는 것이다.

자치단체에서의 정책개발이란 사실상 실재하기 어렵다.

주어진 업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추진할 것인가는 각 부서가 안고 있는 고민이다.

공무원이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방법을 착안하거나, 획기적인 결과물을 수확했을 때 그 평가와 인센티브 제공 시스템은 아무 문제없이 구동되어 오고 있다.

그래서 정책개발담당관실의 정책평가는 '중복'이라는 문제도 안고 있다.

그 기능이 기존 성과평가(BSC)시스템 이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BSC는 조직의 비전과 전략목표 실현을 위해 4가지(재무, 시민, 내부프로세스, 학습과 성장) 관점을 지표로 하는 성과관리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단기적 성격의 목표가치와 장기적 목표가치들 간의 조화를 추구한다.

각 부서 구성원 개개인의 업무 과제 처리 실적은 이 시스템에 의해 평가되고 이 결과는 인사의 가점 지표로 활용되어왔다.

이 평가지표와 결과에 대한 조직 내부의 불만은 지난 2008년 성과관리평가제도가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기된 바 없다.

익산시의 메인 인사시스템은 간부공무원들에 의한 근무평정이다.

동일한 업무를 처리하는 직원들의 태도와 능력을 각각의 부서장들이 평가하고 그 결과를 승진인사에 반영하는 시스템이다.

같은 조건에서 동등하게 경쟁한 결과를 평가받는 것이다.

익산시 조직의 성과향상과 공무원의 능력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근무성적평정과 가점평정 결과는 기존 시스템으로도 충분하게 추출할 수 있었다.

형평성 논란도 없었고, 평가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한 바도 없었다.

정책개발담당관실은 업무개시 직후 각 부서에서 25개의 중점정책과제를 접수했다.

이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매주 추진 상황을 점검할 과제들이다.

그런데 특별할 것이 없는 것들이었다.

기존에 추진되고 있는 현안사업들이 대종을 이뤘다.

또 익산시는 지난 3일 정책평가 시행 3개월을 맞아 1분기 일반정책과제 보고회를 가졌는데, 이날 분기별 점검과제들인 41개 사업이 보고됐다.

이 역시 연장선상에 있는 사업들이었다.

정책개발에 의해 발굴된 사업들은 전무한 것이다.

빈깡통 익산시정을 원하나

성과목표를 달성한 직원에 대한 수시 평정과 보상 시스템은 잘 돌아가고 있다.

그 추진과정에서 기대하는 결과를 내기위해 간부들은 끊임없이 직원들을 독려하고, 성과목표의 설정을 비롯해 수행 과정이나 결과의 평가 등 모든 과정을 지휘체계 안에서 환류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인사권자가 스스로 인사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조직의 메커니즘이다.

물론, 정책개발담당관실에 부여된 정책평가 기능의 한 취지대로 정책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을 평가하고, 결과가 나오기 전에라도 그 과정에서 우수한 실적을 내는 직원을 승진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과정은 좋았으나 결과는 실패일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 가서 승진인사를 철회라도 할 것인가.

과정은 누구나 번지르르하게 포장할 수 있다.

정 시장은 그동안 그런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에게 자주 속곤 했다.

인구정책은 그 단적인 예다.

정 시장은 인구 늘리기 실적이 우수한 공무원을 승진시키겠다는 지표를 내건 바 있고, 실제로 실적이 우수한 공무원들을 대거 승진시킨 바 있다.

그러나 그들이 승진한 뒤 익산시에 전입신고를 했던 위장시민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러나 정 시장은 그 평가의 오류를 성찰하지 않고 있다.

정책개발담당관실 신설이 그걸 방증한다.

그 폐해의 심각성을 인지한다면 이런 우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익산시 조직은 거품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바닥으로 가라앉고 말 것이다.

주목을 받을 수 있다면 내용 없는 조직이라도 좋은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라도 정책개발담당관실의 '정책평가' 업무를 없애고, 소중한 인력을 격무부서에 재배치 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책개발담당관실은 외부 전문인력 영입에 걸맞게 '정책개발'업무와 '정책조정'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것이 익산시민들을 위해 봉공하는 익산시장의 지위를 재확인하는 길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