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이처럼 불친절의 기제만 양산하면서, 인사원칙을 또 바꿔서 친절공무원을 승진시키는 것은 또 다른 ‘내 맘대로 인사’를 정당화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고 누가 생각하지 않겠는가.

이렇듯 불친절한 시장의 마인드가 익산시 구석구석에 스며들고 있는데, 그 입으로 친절을 언급하는 자체가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정헌율 시장은 친절을 중시한다.

‘친절 우수공무원’을 승진시키겠다고 거듭 천명하고 그것을 실행했다. 승진한 공무원을 평가한 지표가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것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다만, 친절공무원 평가를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것을 볼 때 정 시장이 생각하는 익산시 공무원들의 친절도가 형편없다는 점은 명백하다.

현장 관리자의 눈을 평가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정 시장은 간부공무원들이 부하 직원에게 접대를 받고 뇌물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부들의 부서 직원들에 대한 근평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평가해 승진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매년 7,000만원씩의 의뢰비를 외부기관에 쥐어주며 평가를 위탁하는 만큼 나름의 과학적인 잣대가 사용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친절도 평가와 그 점수 가감에 따른 인사 등 일련의 시스템이 고객을 감동시키는 행정서비스를 체질화·체계화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람이 감동하는 것은 아부하는 어투와 행동에 있는 것은 아니다. 정성이 있어야 한다.

민원인에 대한 공무원의 정성은 진정한 공복의 마음에서 비롯한다. 중용(中庸) 23장이 가리키는 바와 같이 공복은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익산시의 친절평가 지표는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공무원을 포착해 낼 눈이 될 수 없다.

외부기관에 의뢰하는 친절도 평가는 10년이 넘게 해왔던 것이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이 그걸 방증한다.

반기별로 5명의 친절·칭찬 공무원들을 선발해 가점을 부여하고, 해외연수를 제공해 왔다. 또 본청 현관에 사진을 게시하는 등 귀감으로 삼기 위해 대내외에 공표해 왔다.

연말에는 고객만족 으뜸부서를 선정해 표창과 상금을 수여하고 부서 성과평가에 그 점수를 적용해 왔다.

6개 항목의 선정기준이 평가지표였다. 가상시나리오 통화방식의 전화 친절도 조사를 비롯해 고객만족 실천과제 발굴 및 추진, 친절향상교육 이수율, 전화친절 자가진단 실천여부 등이었다. 그동안 100명이 넘는 친절공무원들이 선발되어 왔다.

그러나 익산시 공무원들은 정 시장의 눈에 불친절하게 보일 정도로 바닥을 치는 친절도를 보이고 있다. 감동은커녕 민원인들이 체감하는 형식적 친절도조차 나아지지 않았다는 걸 나타내는 지표다.

이는 익산시의 친절평가 시스템은 친절을 확산시키는 기제로 작용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정 시장은 민선 7기 출범과 동시에 기존 평가방식과 대동소이한 방식으로 친절공무원을 선발해 친절공무원을 승진 서열 앞에 놓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실제로 민선 7기 두 번째 인사에서 하위직 공무원 4~5명이 선배들을 제치고 승진했다.

그로부터 10개월째다. 친절도는 향상되었을까. 고객감동 서비스가 조금이라도 체질화 되어가고 있을까.

무엇도 예단할 수는 없다. 당장 눈앞의 의문은 친절공무원을 선발해서 승진시키면 친절도가 향상되리라는 정 시장의 생각은 어디에서 비롯했을까 하는 점이다.

이미 10여년 동안 검증된 실효적이지 않은 방법이다. 아무리 보아도 그럴 법한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오히려 부작용의 요소만 보인다. 친절공무원을 선발해서 승진시키는 것은 상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선발 당사자를 제외하면 기실 다수에 대한 강압이다.

강제력 행사는 위축을 부른다. 조직의 수동화를 부추긴다. 강제력이 시정의 중심 기치가 되면 조직의 반발력을 키운다. 강제력을 수반하는 평가지표가 다른 목적을 이루는 도구로 읽히기 쉬운 이유다.

조직원들은 종국에 평가지표를 믿지 않게 된다. 무시하게 된다.

친절공무원 선발이 조직의 친절도를 높이는 프로세스가 될 수 없었던 까닭이다.

그래서 친절공무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던 기존 시스템을 변환해 승진인사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공직사회를 더욱 경색시키는 기제가 될 뿐인 것이다.

시민을 감동시키는 친절은 자발적이어야 한다. 누구나 안다.

자발적인 조직의 직원은 건강하다. 말초신경까지 혈류가 원활해 낯빛부터가 밝다.

즐거워야 건강해진다. 신바람은 상대방에게 전해지는 법이다. 살맛이 나야 즐거워진다.

공조직의 구성원들이 살맛나는 환경은 단순하다. ‘공정함’이다.

엄격한 상벌이 공정한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누구든지 열심히 한 만큼 인정받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아부에 능수능란하고 시류에 영합하며 비위를 저지르는 자들을 단호하게 척결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시민 위한 시장으로

환골탈태가 선결돼야

공조직의 합당한 상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내부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하게 한다. 공조직의 합당한 벌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타성(惰性)을 버리게 한다.

공조직이 투명해지면 가장 먼저 시민들이 안다. 시민들은 바른 공조직의 구성원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갖게 된다.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민원인을 어떤 공무원이 불친절하게 응대하겠는가. 아주 사소한 민원을 처리하면서도 더 잘할 것이 없나를 찾을 것이다.

공정함은 구성원들의 자긍심과 자존감의 원천이다. 공조직 구성원들의 자존감은 그 조직의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다.

공정함은 이렇게 조직의 선순환구조를 구축하는 요체다. 단적으로 상벌권과 인사권을 쥔 공조직의 수장의 도덕성과 친절에 대한 마인드가 친절공무원의 방향성인 것이다.

정 시장처럼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공무원들을 윽박질러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것이다.

더구나 위장전입 실적을 올린 직원들을 승진시켜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를 장려하고, ‘간부들이 청렴하지 않으니 근무평정을 인정하지 않고 내 맘대로 하겠다’며 무원칙한 인사전횡을 휘두르고 있는 정헌율 시장이다.

이처럼 불친절의 기제만 양산하면서, 인사원칙을 또 바꿔서 친절공무원을 승진시키는 것은 또 다른 ‘내 맘대로 인사’를 정당화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고 누가 생각하지 않겠는가.

이렇듯 불친절한 시장의 마인드가 익산시 구석구석에 스며들고 있는데, 그 입으로 친절을 언급하는 자체가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고객감동의 행정서비스를 체질화·체계화시키려고 한다면, 정 시장이 시장을 위한 시장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시장으로 환골탈태하는 것이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