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참으로 철두철미한 행정이 아닐 수 없었다. A씨는 자신이 '행정의 표적이 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먼지를 턴다는 생각이 치밀어 너무나 불쾌했다.

A씨는 4층짜리 건물을 지었다.

익산시로부터 준공허가가 나서 사용을 시작한 지 며칠이 된 때였다. 낯선 사람들이 찾아왔다.

익산시청 주택과 직원들인데, 불법건축물 신고 민원 때문에 나왔다고 했다. 순간 A씨의 뇌리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A씨의 건물을 짓던 업자 B씨였다.

B씨는 자신이 운영하지 않는 사업체를 실재하는 것처럼 속이고, 무자격 업자인데 자격이 있는 것처럼 속였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또 공정률이 50%도 채 되지 않는데 100% 완료되었다고 우기며 계약 잔금을 모두 달라고 요구하고 당초 계약금의 두 배를 상회하는 공사비를 청구했다.

A씨가 그 부당성을 따진 것은 당연했다.

그러자 B씨는 공사를 중단한 채 A씨를 상대로 공사비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가 B씨에 대해 소송사기와 사기, 건설산업 기본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를 하게 된 경위다.

그런데 B씨는 이 분쟁 과정에서 '익산시청 주택과에 친구가 있다'며 'A씨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한 바가 있었다고 한다.

A씨는 공무원들에게 "민원 제기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정을 악용하는 상황이다"고 호소했다.

민원 내용이라는 게 4층 베란다에 칸막이를 해서 보일러실과 다용도실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면적을 늘린 것이 아니고 건물 내부에서 필요한 용도를 추가했다. 타인에게 불편을 주거나 공유재산을 침해하거나 공공의 가치를 훼손한 것은 아니었다.

이웃이나 지나가던 사람이 알 수도 없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익산시 주택과 직원들에게 그런 현장과 법 사이의 괴리는 무의미했다. 사인간의 분쟁도 관심 밖이었다. 자신들은 민원을 해소하면 그만이라는 태도였다. 그들은 옆집 건물 옥상에 올라가 칸막이를 한 베란다 사진을 찍었다.

며칠 뒤 익산시 주택과에서는 익산시장 직인이 찍힌 공문을 A씨에게 보냈다. 민원이 제기된 건물은 건축법을 위반하고 있으니 시정하라는 명령서였다.

A씨는 억울했다. 이런 식으로 불법건축물 단속을 하기로 하면 불법에 해당되지 않는 건물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칸막이가 건축법을 어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A씨는 4층 베란다의 칸막이를 철거했다.

A씨는 익산시가 이 사안을 종결 처리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익산시청 주택과 직원은 A씨와의 이 같은 내용의 전화통화를 하던 중에, 4층 한쪽 모서리가 설계상 꺾어져 있는데 칸막이와 유리 지붕을 씌워 직각으로 만드는 바람에 3분의 1평 정도의 불법 공간이 발생했으니 철거하라고 했다.

A씨는 그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약 3분의 1평을 꺾은 것은 건축사의 설계오류인데, 내부 인테리어 과정에서 직각으로 수정된 부분이었다.

그런데 익산시 주택과 직원들은 당초에는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철거 후 느닷없이 추가된 부분이었다.

참으로 철두철미한 행정이 아닐 수 없었다. A씨는 자신이 '행정의 표적이 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먼지를 턴다는 생각이 치밀어 너무나 불쾌했다.

A씨는 새로운 불법을 지적하려면 앞선 민원을 종결 처리하고, 새롭게 문제를 제기 한 뒤 행정절차를 밟아야지 얹어서 느닷없이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항의했다.

그랬더니 익산시 주택과는 얼마 뒤에 익산시장의 직인이 찍힌 공문을 A씨에게 보냈다.

말이 바뀌어 있었다. 4층 모서리 변경 부분은 새롭게 발견된 곳이 아니라 당초 민원 사항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사실이 그렇다면 4층 모서리 부분을 추가로 언급할 필요가 없었다. 불법 건축물 처리를 최종 검토하는 과정에서 4층 모서리 부분은 왜 누락되었느냐고 물어보면 될 일이었다.

익산시 주택과는 왜 추가로 발견한 문제를 기존 민원사항에 포함되어 있다고 허위 주장을 하는 것일까.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어쨌거나 '민원이 해소되자 추가 단속 거리를 찾다가 꼬투리를 잡았다'는 지적이나 반발은 피하고 싶어 하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린치 목적에

악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익산시 주택과 담당 직원들이 왜 이렇게 까지 할까.

업자 B씨와 한통속이라는 의심을 사고, B씨와 친구인 익산시 주택과 내의 공무원 C씨가 배후에서 작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는 일이다.

공무원들과 한 시민을 둘러싼 이 서사는 공무원들이 사인간의 분쟁에 뛰어들어 일방에게 린치를 가했다는 인상을 떨칠 수 없게 한다.

더구나 익산시 주택과에서 추가 적발한 3분의 1평 부분은 해당 건물에 대한 설계 도면 두 장이 익산시 주택과에 존재하는데서 비롯했다. 당초 주택과 승인된 도면과 건축주도 모르게 변경된 도면이 각각 제출되어 있는 것이다.

당초의 도면에는 4층 모서리가 직각으로 되어있었는데, 설계사무소가 준공승인을 받기 위해 제출한 도면은 모서리가 대각선으로 꺾인 상태였던 것이다.

건축사의 단순한 실수였다. 그런데 익산시 건축과는 이 두장의 도면을 대조했고, 두 도면에서 서로 다른 점을 적발한 것이다.

A씨는 익산시의 명령에 따라 결국 이 부분의 칸막이와 유리 지붕도 철거했다.

하지만 억울한 마음은 점점 더 깊어가고 있다. 당초의 도면을 기초로 건축 승인을 한 것은 익산시 주택과였다. 위법에 대한 책임이 없지 않다.

건축주도 몰랐던 건축사의 실수로 위법사안이 발생했다. 건축사가 제출한 최종 도면대로 준공이 났으니, 건축 신축 단계에서 제출한 도면 대로 건축을 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단인 것이다.

최초 제출된 설계 도면에 대해 건축 승인을 한 것은 최초 도면이 건축법에 위배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익산시 주택과에서 들이대는 법의 잣대가 선량한 시민에게 금전적 부담을 지우고 불편을 끼칠 뿐 아무런 실익이 없어 보이는 이유다.

무엇보다 이러한 행정행위는 불친절해 보인다. 통제의 칼을 휘두를 뿐, 선량한 시민의 피해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없다.

게다가 각 단속 지점에서 행정이 악의적인 목적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에 사로잡힌다.

왜 지방자치 시대인지, 왜 민선시장에게 자치조직을 맡기는지 돌아보게 되는 지점이다. 민과 관의 소통과 민과 관의 합의가 없는 자치조직이 의미가 있는 것일까.

문턱을 낮추고 자세를 낮추고 법보다 현장을 중시하고 명문의 법을 고집하기보다 그 입법의 취지를 살피지 않는 행정행위는 A씨와 같은 억울한 시민을 양산하게 된다. 행정행위의 목적을 의심하게 한다.

이러한 사실을 익산시 공무원들은 몰랐을까.

참으로 불편한 민낯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