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그러나 익산은 늘 그들로 인하여 술렁거린다. 욕심 때문이다. 실적을 올리려는 욕심, 경쟁에서 이기려는 욕심, 무풍지대에서 전횡하고 군림하려는 욕심 따위가 그들이 노리는 틈이다.

사람은 욕심으로 망한다. 공자의 문하 10철(十哲)가운데 한 사람인 '자공'은 사람의 욕심을 꿰뚫어보는 눈을 가졌다.

욕심은 사람을 어리석게 만든다. 그래서 욕심은 사람의 급소다. 춘추시대 말기에 노나라 사람 '자공'이 그런 사실을 명증한 바 있는데 떠올릴 때마다 전율이 인다.

그의 무대는 스케일도 컸다. 무려 다섯 나라가 그의 혀끝에 놀아나 전란에 휘말리는 바람에 10년 사이에 천하가 지각변동을 겪었다.

'자공'이 천하 유세에 나서게 된 발단은 노나라를 전쟁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서였다.

제나라의 실권자 전상(田常)이 권세가들을 제거한 뒤 나라를 삼키려는 역심을 품고 제나라의 노나라 공격을 획책한 것이다.

사기(史記)의 중니(공자)제자열전에 따르면 자공은 단 한 번의 유세로 노나라를 존속시키고, 제나라를 혼란에 빠뜨렸으며, 오나라가 망하게 하고, 진나라가 강국이 되게 하고, 월나라를 패자(覇者)로 만들었다.

첫 번째로 제나라를 찾아간 '자공'은, 눈엣가시인 대신들의 세력을 전쟁터로 내몰아 힘을 약화시키려는 전상(田常)을 만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상공께서 노나라를 치려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노나라는 정벌하기 어려운 나라입니다. 왜냐하면 성곽은 낮고 볼품없으며, 군주는 어리석고 어질지 못하며, 신하들은 거짓된 자들뿐이고, 병사들은 전쟁을 꺼립니다. 그러니 싸울 만한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황당해 하는 전상을 바라보며 '자공'이 힘주어 말했다. "상공께서는 차라리 오나라를 치십시오. 오나라는 성이 높고 두꺼우며, 무기는 튼튼하고 새것이며, 병사들은 정예병이고 군량도 넉넉하며, 훌륭한 장수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야말로 쉽게 정벌할 수 있습니다"

역시 말이 되지 않는 소리였다. 전상이 얼굴을 붉히며 화를 벌컥 냈다. "선생은 어찌 거꾸로 말하시오. 쉬운 것을 어렵다 하고, 어려운 것을 쉽다고 하니 말이 되오?" 자공이 차분한 어조로 설명을 해나갔다.

“제가 듣건대 걱정이 안에 있으면 강한 나라를 치고, 걱정이 밖에 있으면 약한 나라를 친다고 했습니다. 지금 상공의 걱정거리는 안에 있습니다. 상공을 견제하는 대신들이 그것이지요. 그런데 허약한 노나라를 치면 결과가 어떻겠습니까. 이길게 빤하니 그 공을 업고 대신들의 세력이 더욱 커지지 않겠습니까. 차라리 강한 오나라를 치면 싸우다 지쳐서 그들은 힘이 다 빠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제나라는 저절로 상공의 나라가 될 것입니다. 어느 쪽이 득일지는 따져볼 것도 없지 않습니까?”

속셈을 들킨 전상은 흠칫 놀라면서도 솔깃한 귀를 기울이며 자공에게 물었다. "그럼 어찌 하면 좋겠소. 이미 군대를 노나라 쪽으로 보냈는데, 이제 와서 오나라로 돌린다면 대신들이 나를 의심하지 않겠소?”

전상의 마음이 넘어온 것을 확인한 자공은 쐐기를 밖았다. "오나라가 먼저 제나라를 공격해 오면 그때 자연스레 군대를 돌리면 됩니다. 제가 오나라로 가서 노나라를 구원한다는 명분으로 제나라를 공격하도록 하겠습니다" 전상은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자공은 오나라로 가서 패자(覇者)가 되려는 야망을 갖고 있던 부차(夫差)에게 제나라를 치도록 설득했다. 하지만 부차는 철천지 원수지간인 월왕 구천(句踐)이 신경 쓰여 쉽게 군대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자공이 부차의 욕심에 불을 붙였다. 천하의 패자가 되려면 강국인 제나라를 쳐서 약한 노나라를 구원해 이름을 높이라고 부추인 것이다.

그리고 부차의 걱정거리인 월왕 구천은 도발은 커녕 오히려 오나라에 지원병을 보내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부차는 그렇게만 된다면 자공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자공은 다시 월나라로 갔다. 그리고 오나라에 복수를 꿈꾸고 있는 월왕 구천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속셈을 들키지 말라"고 했다.

오나라에 복수하려면 오히려 지원병을 보내 상대를 감쪽깥이 속여야 한다고 설득했다. 구천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자공은 진나라로 가서 오나라가 강해지는 것을 대비하라고 충고했다. 오나라가 제나라를 이기면 다음 타깃은 진나라라는 것에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수순이었다.

진나라도 자공의 말을 듣고 전쟁 준비를 단단히 했다.

자공이 유세를 마치고 노나라로 돌아가자, 과연 제나라가 노나라로 향하던 군사를 돌려 오나라를 쳤다. 오나라는 월나라의 방조 아래 제나라 군대를 대파하고, 내친 김에 진나라로 진격했다.

대비하고 기다렸던 진나라는 오나라의 공격을 물리쳤고, 이때를 노려 월왕 구천은 쇠약해진 오나라를 쳐서 멸망시키고 마침내 패자(覇者)가 되었다.

이처럼 자공은 뛰어난 지략가였다. 단숨에 천하의 판도를 바꿔놓은 그의 언변과 협상술은 예나 지금을 막론하고 경영하는 사람들의 귀감이 될 만하다.

그러나 각국 군주들의 야욕이 천하에 만연하지 않았다면 자공이 가진 실이 아무리 훌륭했다 하더라도 다섯 나라가 전쟁의 도가니에 빠지도록 꿸 수는 없었을 것이다.

자기를 이긴 자들의 도시를 바라며

이렇듯 과도한 야심은 비참한 최후를 자초한다. 하지만 한껏 부려도 되는 욕심이 있다. '나'를 이기려고 하는 욕심이다. 남을 이기려고 한다면, 먼저 나를 이겨야 한다.

무리한 승부를 피할 수 있는 요체다. 나를 이긴 뒤에 남을 이기면 후유증이 없고, 나를 이긴 뒤에는 남에게 지더라도 언제든지 재기할 수 있다.

나를 이긴 사람은 피할 수 없는 승부만을 맞이하며, 정정당당하게 겨루기 때문이다.

그런데 익산은 언제부턴가 음해가 두드러지는 도시가 되었다. 흑색비방으로 사법기관을 흉기로 악용하여 누군가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누군가를 지속적으로 모함하여 고립시키려는 모리배들이 준동하고 있는 탓이다.

'자공'의 아류들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늘 실패했고, 앞으로도 실패만을 거듭할 것이다. '자공'은 공자의 3대 제자 가운데 하나였을 뿐만 아니라, 당대의 거상( 巨商)이었고, 노나라의 재상이었다. 하지만 익산의 그 아류들은 생계를 꾸려나갈 변변한 능력조차 없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익산은 늘 그들로 인하여 술렁거린다. 욕심 때문이다. 실적을 올리려는 욕심, 경쟁에서 이기려는 욕심, 무풍지대에서 전횡하고 군림하려는 욕심 따위가 그들이 노리는 틈이다.

이는 자기를 이기기 위해 거울 앞에 서는 이들이 이 도시에 없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뚜렷이 하는 일도 없으면서 타인에 대해 음해를 일삼는 자들은 '공공의 적'이다. 그들 앞에서 영원히 안전을 보장 받을 사람이란 아무도 없다.

그들은 이익을 포착하면 누구나에게 언제든지 위해를 가한다. 척결해야 할 사회악의 숙주일 뿐이다.

그런 무리를 옹호하는 정치세력의 책임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익산 지역사회가 건강해지는 첫걸음은 정치세력이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욕심을 제어하는 것이다. 사회악을 등에 엎고서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