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익산시와 시의회가 규명해야 할 진실, 양측이 벌일 공방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그러나 정헌율 시장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의회의 끝장토론 요구를 묵살하는 등 정면대응을 기피한다.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시민들이 알아서 해석하라는 식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이 대응의 전부다.”

지난 1일 동산동 발전협의회(발전협) 등 6개 주민단체 관계자들이 민간시설인 금강동 음식물폐기물처리장(처리장) 입구를 가로막았다.

그 바람에 처리장으로 들어가지 못한 음식물쓰레기(쓰레기) 수거 차량들이 인접해 있는 하수처리장에 들어가 고립되었다.

상황이 긴박했다.

익산시 청소자원과 녹색환경과 직원들은 물론이고 지역구 시·도 의원들이 현장에 나가 주민들을 설득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속수무책이 된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은 속이 타들어갔다.

이날은 처리장으로 반입되어야 할 하루치 처리량의 쓰레기를 가로막았지만, 수거 차량에서 쓰레기를 내리지 못하면 다음날부터는 수거 차량의 발이 묶여버린다.

쓰레기가 담겨있는 수집통을 비우지 못하면 집밖으로 나온 음식물쓰레기는 도시를 명실상부한 악취도시로 떨어뜨릴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예고됐었다.

발전협 등은 지난달 10일 익산시와 의회를 방문해 자신들의 요구가 9월 중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10월 1일부터 처리장으로 들어가는 모든 쓰레기에 대해 반입을 저지하는 실력행사에 들어간다는 공식입장을 전달했었다.

발전협 등의 요구는 처리장 시설개선공사를 9월 중에 재개 하도록 익산시가 허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리장은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를 위한 건조시설 허가’를 익산시에 신청한 상태다.

그동안에는 쓰레기를 발효시켜서 퇴비를 만드는 공정이었는데, 건조해서 비료로 만드는 공정으로 바꾸겠다는 내용이다.

‘발효’와 ‘건조’는 굳이 화학적으로 설명할 필요도 없이 전혀 다른 처리방식이다.

기존 설비를 뜯어내고 완전히 새로운 플랜트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검토가 간단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문제다.

익산시는 발전협이 방문하기 전인 지난달 9일 업체측(처리장, P사)에 미비하거나 불투명한 대기배출시설, 도면, 비가림 시설 등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다.

업체측은 그로부터 14일 뒤인 지난달 23일 보완서를 익산시에 제출했다.

익산시는 이 보완서 가운데 대기배출시설 관련 기술 검토를 국립환경과학원과 한국환경공단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

이 과정에서 익산시가 의도적으로 검토 시간을 지연시킨 흔적은 포착되지 않는다.

이같이 발전협 등이 요구한 시한 내에 결론을 내기 물리적으로 어렵게 되자, 정헌율 시장은 지난달 30일 부랴부랴 발전협 등의 관계자들을 만나 익산시의 사정을 설명한 뒤 집단행동을 재고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발전협 등은 이를 거부하고 계획된 것은 실행한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그런데 발전협 등의 쓰레기 반입저지 행동은 하루 만에 끝났다.

다음날 태풍 ‘미탁’의 여파로 비가 내리자 자진해서 집회를 취소했고, 그 다음날에도 우천으로 인해 주춤거리다가 익산시가 최대한 서둘러서 허가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겠다고 약속하며 집단행동 자제를 요청하자 슬그머니 모든 집회를 철회했다.

서로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에까지 몰고간 행태를 봐서는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로 쉽게 물러난 것이다.

발전협 등은 하루의 실력행사를 통해 자치단체를 극한의 공포 속에 몰아넣었고, 어느 쪽에도 출혈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종결지은 것이다.

다시 말해 물리적인 충돌은 물론 집회에 따른 공권력 투입과 고소고발 등 장차 치러야 할 대가를 피하면서도 익산시의 부담을 극대화한 것이다.

이 효과 만점의 퍼포먼스를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의문을 갖는다.

이들의 행위에는 특정한 목적이 있어 보이고, 미심쩍다는 의심이다.

이들은 표면적으로 처리장의 악취저감을 위한 시설 개선을 촉구하고 있는데, 실상은 익산시로 하여금 건조시설 허가를 빨리 내주라고 압박을 가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는 처리장의 악취저감시설을 위한 시설개선공사는 시작된 바도 없는데 그들이 “시설개선공사에 제동을 걸었다”, “공사가 조속히 재개되도록 익산시와 익산시의회에서 앞장서 달라” 주장하는데 따른 것이다.

악취저감시설이라면 익산시나 시의회 또는 시의회의 소관 상임위원회가 적극적으로 권장 할 일이다.

그런데 그것에 제동을 걸었다면 모든 익산시민들에게 지탄받아 마땅하다.

가뜩이나 익산시는 ‘악취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처리장은 악취저감시설 개선이 아니라 건조시설을 새로 갖추려고 한다.

게다가 이 음식물처리장은 굴뚝을 낮춘 이후로 악취 초과배출 제로 사업장이 되었다.

업체 입장에서 악취를 개선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발전협 등도 업체가 굴뚝을 낮춘 이후 이 업체와 관련해 어떤 악취 문제도 제기한 바 없다.

그런데 업체가 익산시에 음식물처리시설 변경 허가를 신청한 이후 이 업체의 인허가와 관련한 의혹이 시의회에서 제기되며 논란이 일자 동산동 곳곳에는 의혹을 제기한 의원을 압박하는 현수막들이 나붙었다.

발전협 등의 명의였다.

해당 의원이 악취저감을 방해한다는 취지의 뜬금포를 날린 것이다.

발전협 등은 그 연계선상에서 처리장 내 쓰레기 반입을 가로막을 때도 ‘악취저감’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 명분을 전제로 조속한 시설변경 허가를 촉구하는 행태가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질 까닭이란 없다.

물론 발효시설을 건조시설로 변경하면 악취가 저감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 공법 변경 문제는 단순하지 않게 되었다.

익산시의 앞선 인허가 때문이다.

P사는 지난해 1월 26일 난데없이 ‘건조 후 연료화’ 공정의 하수슬러지처리시설 기획안을 만들어 익산시에 그 시설의 설치와 운영자 지정을 제안했다.

익산시는 한 차례 서류를 반려했다가 업체에서 재차 접수하자 이 민간시설 설치를 허가했다.

의회에서 제기된 특혜의혹은 그에 따른 것이다.

시외지역 처리장에 비용을 들여 하수슬러지를 처리해 오고 있는 익산시는 지역 내에 직영시설을 확보해야 하는 형편이다.

타 지역 폐기물 반입을 터부시하는 지역이기주의와 과도한 비용 부담이 가장 큰 이유다.

그래서 익산시가 하수슬러지처리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모행위를 할 경우, 익산시공공하수처리장과 연접해 있고 하수슬러지처리시설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현 P사의 처리장이 거의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

경쟁상대가 없는 것이다.

의심을 일소하는 해명이 관건

특히 하수슬러지처리시설 허가조건을 주목한다.

익산시가 민간사업자에게 발급한 허가증에는 영업대상폐기물(하수처리오니)을 익산시 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또 업체가 제시한 계획을 보면, 공공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하수슬러지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밀폐이송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가장 가까운 사업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또한 하수슬러지에서 발생하는 소화가스(바이오가스)를 당초에는 공공하수처리장의 소화조 보일러 가동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판매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이 가스를 하수슬러지 건조시설에 공급하고 건조시설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다시 받아 공공하수처리장 소화조 보일러 가동에 사용하는 것으로 변경 되었다는 점은 이 업체를 사전에 내정했다는 의심과 특혜의혹을 동시에 샀다.

나아가 하수슬러지처리시설에 대한 자본투자는 민간이 선행하지만, 처리위탁사업자로 선정되면 익산시가 업체에서 기 투자한 비용을 보전(반영)해주는 방식이다.

여기에 입각한 하수슬러지처리시설 허가와 향후 공모 사이의 특혜의혹 제기는 불합리하지 않아 보인다.

익산시의회는 또 음식물폐기물처리장과 관련해서는 같은 맥락에서 익산시의 책임을 묻고 있다.

익산시의 음식물폐기물 처리를 위탁한 이후 이 업체에 투자비 57억원 전액을 보전해주고, 이후 9년 동안 업체에서 시행한 악취 등 시설개선비 30여억원 전액을 보전해줬다.

그런데 이 업체는 지난해 1월 지분 100%를 83억원에 다른 회사에 매각했다.

이는 공무원과 업체가 공히 법률적, 행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을 초래했다.

그런데 지난달에는 50억원이 투입되는 건조시설을 짓겠다며 변경허가를 신청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음식물처리시설 건조시설은 같은 플랜트 안에 건설될 하수슬러지 건조시설과 대동소이하다는 점에서 제기되는 모든 의혹을 부각시킨다.

무엇보다 민간 하수슬러지건조시설 사업자 익산시에 P사 단 한 곳만이 존재한다.

익산시와 시의회가 규명해야 할 진실, 양측이 벌일 공방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그러나 정헌율 시장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의회의 끝장토론 요구를 묵살하는 등 정면대응을 기피한다.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시민들이 알아서 해석하라는 식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이 대응의 전부다.

특히 익산시는 문제가 불거진 직후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자기 자신을 수사해 달라고 수사기관에 의뢰했다.

그것이 무엇을 의도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스로의 발목을 잡은 것만은 분명하다.

모든 행정행위가 살얼음판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검토하고 또 검토하는, 전례 없이 신중한 태도를 요구하는 상황을 스스로 만든 것이다.

음식물폐기물 건조시설 허가가 발전협 등의 생각보다 지연되고 있다면 그 원인은 시의원의 문제제기에 있지 않다.

익산시가 진실규명에 정면으로 나서는 대신 스스로 사법당국의 볼모로 잡힌 데에 있다.

제기되는 의혹이 가당치 않다면 왜 나서지 않는가.

만약 업체에 문제가 없다면 선량한 업체가 불성실한 자치단체에 의해 고사 될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다.

익산시에 못지 않게 동산동을 비롯한 연접지역 시민들이 우려할 만한 점은 발전협 등의 행태다.

당장에 그들에게는 도시를 음식물쓰레기 대란에 빠뜨릴 만한 어떤 명분도 없다.

나아가서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그들이 제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06년 어렵게 국비를 확보해 10년 동안 중지와 재개를 거듭하다가 공사에 착수해 20%의 공정률을 보이던 하수슬러지처리시설 공사를 중단시킨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민선 6기 들어 기 추진중인 하수슬러지처리시설 공법을 변경하라는 민원을 제기하면서 집단행동에 나섰고, 당시 시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공사를 중단시켰다.

그 바람에 익산시는 국비를 반납해야 했고 사업자에게 공사 공정률에 따른 수 십억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무엇보다 익산시는 하수슬러지처리시설을 국비로 지을 수 있었던 기회를 발로 차버렸다. 익산시장은 감당할 수 없는, 해서는 안 되는 결정을 내렸고 발전협 등은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익산시가 또다시 주민민원을 빌미로 해서는 안 될 결정을 내리지 않는지 시민들이 숨죽이고 지켜보게 된 까닭이다.

오직 익산시의 성실하고 진정성 있는 태도와 행정행위만이 사태 수습의 관건이라는 점을 명심하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