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익산시처럼 인구 유출이 심각한 도시의 입장에서는 재정운영의 방향성이 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는 꼴이다.

반면, 익산시가 부채를 다 갚았다고 해서 재정건전성과 효율성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2019년(2018회계연도) 지방자치단체 재정분석 결과에 따르면 익산시는 모든 재정운영 지표에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헌율 시장이 인구문제를 진정성 있게 고민한다면 재정운용의 방향성은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

전문조사기관의 익산시의 인구 분석에 따르면, 2009년 부터 2019년 4월말 현재까지 10년 동안 1만7,978명이 감소했다.

지난 9월말 현재 영등2동의 인구가 1만4,834명인 것을 감안하면 한 해 동안 번화가 동단위 인구가 사라진 셈이다.

함열읍(7,244명)을 기준으로 보면 2개 이상의 읍단위 인구가 사라진 꼴이다.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함라면(2.339명)단위 대비 7.6개 면의 인구가 익산시를 빠져나갔다.

10년 동안의 인구 추이를 보면 2009년부터 2014년까지는 증감 시소를 탔고,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연평균 1,310명씩 감소했다.

그런데 2017년말부터 2018년말까지 한 해 동안에는 무려 6,125명이 줄었다.

비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상 초유의 이상현상은 현역 정헌율 시장 체제에서 발생했다.

특히 이 현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2019년 1월부터 4월말까지 4개월 동안 3,061명의 인구가 익산시를 빠져나갔다.

도시의 핵심 자원들이 빈곤을 견디지 못하고 나서는 피난행렬에 앞다투어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익산시의 입장에서 인구정책은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익산시는 인구 늘리기는 고사하고 인구 감소세 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인구감소 원인을 파악하고 있는데도 그렇다.

전출입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익산을 떠나는 이유 가운데 ‘일자리 부족’이 59.3%로 가장 많았다.

그들은 부족한 일자리 가운데서도 낮은 임금 수준, 단순 노동집약적 일자리 등 열악한 고용환경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시민들의 “익산은 후진적 일자리의 집합소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반영한다.

청년들이 전공을 살려 직장을 구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타 지역에 있는 직장으로 옮길 때도 익산에서 일한 근무경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익산의 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산업으로 개편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자치단체의 입장에서는 지역의 ‘산업구조 개편’이라는 말 자체에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지역 내 국가산업단지를 관리하는 주체도 아니고, 기존의 산업구조 개편을 어젠다로 삼을 만한 지위에도 있지 않으며, 그 실행 역량도 전무하다.

익산시의 경우 한양방산단, LED산단 같은 특화산단을 조성했지만 요구되는 여러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결국은 좌절됐다.

하지만 익산시가 주체적으로 일자리 확보를 전혀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직접 조성해서 관리하는 익산일반산업단지와 농공단지를 767만여평방미터나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삼기면 오룡에 있는 제3일반산업단지(279만4천평방미터)와 함열읍 다송리에 있는 제4일반산업단지(50만3천평방미터)는 아직 미분양분이 남아있다.

3산단의 경우 29.3%가 남아있고, 4산단은 15.1%가 남아있다.

고부가가치산업을 유치할 기회가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인구 수 유지 또는 인구를 유인하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할 조건이 그나마 주어져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실적 위주의 무분별한 기업유치 정책을 폐기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일반산업단지에 기 유치된 업종 현황은 도시가 산단 효과를 공유토록하겠다는 마인드 부재를 단적으로 방증한다.

당초 한양방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조성했던 4산단의 경우 수산물가공 조미김을 비롯해 방역장비, 축산, 고구마단호박퓨레 등 식품가공, 두유류·음료류, 진공비닐필름, 항공용무선기기, 화장품 원료 공장 등이 입주해 있다.

3산단에는 플라스틱 창호제조업, 화장품 제조업을 비롯해 기타 구조용 금속제품, 그 외 기타 분류 안 된 화학제품, 합성수지, 화학살균·살충제, 광고용 조명장치, 부직포, 그 외 분류 안 된 섬유제품, 염료·착색제 , 축전지, 여자용 겉옷, 석회·플라스터, 산업처리공정 제어장비, 그 외 기타 플라스틱 제품, 정형 내화 요업제품, 그 외 기타 특수목적용 기계, 자수 제품, 면 방적업, 편조원단, 복합비료·화학비료, 혼성·재생 플라스틱, 귀금속관련 제품 제조업체 등이 입주해 있다.

각 산단 조성비로 수천억원씩 투자했는데, 고용효과가 눈에 띄지 않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이유다.

특히 상당수 환경유해 업종은 도시의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도사리고 있다. 기왕에 산단분양 효과가 도시의 기대수준만큼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 선택하고 집중하는 기업유치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당초 산업단지 조성 목적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추진해 온 익산시의 기업유치 정책은 본궤도를 이탈했던 셈이다.

인구 정책과 기업유치 정책은 도시 발전을 견인할 쌍두마차라는 관점에서 TF팀 등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또한 실적 위주의 관련업무 추진 평가 시스템에서 도전과 과정에 무게를 두는 평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 같은 필요 조건들을 살펴보면 기업유치 전략 수립에는 장기적인 안목이 요구된다.

선택하고 공을 들이는 전 과정이 거듭 수정되면서 결실을 맺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기업유치로 산업구조 개선을

경기부양 예산 확대로 지역경제 활력을

그렇다면 인구를 잡기 위해서 단기적으로는 무엇이 필요한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부양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소규모 숙원사업과 관련한 토목사업을 가능한한 많이 벌여야 한다.

서민들의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이다.

지역 토건업의 활황은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의 한 축이 될 수도 있다.

공공사업에 소요되는 모든 물품을 지역에서 구매하는 것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시민들이 익산에서 살기 어렵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 돌지 않는데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날품을 팔기도 어려운 환경에서는 소비가 위축된다.

그것이 심화된 도시에서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비비고 설자리를 잃게 된다.

서비스업이 불황의 늪에 빠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공공시설물을 설치하거나 개선하는 일에 가용한 예산을 전면적으로 배분해야 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익산시의 토목사업은 늘기는 커녕 오히려 줄었다.정헌율 시장이 익산시의 부채를 갚기 위해 지출예산을 최대한 줄였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부터는 매년 중앙정부가 지방에 이전해 온 종전의 보통교부세에 1,000억원 이상씩을 더 보태서 내려보냈지만, 정 시장은 이 돈을 생산적인 데에 쓰지 않고 부채를 갚았다.

익산시는 이를 대대적으로 자랑했다.

효율적인 재정운영과 예산절감으로 계획보다 7년이나 앞당겨 지방채 전액을 조기상환했다는 것이다.

정헌율 시장 취임 당시 1,593억원이었던 지방채를 2016년 취임 이후 144억원, 2017년 448억원, 2018년에는 593억원을 각각 상환했고 2019년에는 나머지 408억원 전액을 상환했다.

도농복합도시에 유리하게 적용된 보통교부세 산정기준의 변경에 따라 받은 돈으로 부채를 갚은 것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지역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보호하기 위해 출연하고 운용해 오던 중소기업육성기금을 폐기해 발생한 126억원 전액을 부채를 갚는데 썼다고 자랑한다.

부채를 7년 앞당겨 조기상환 함으로써 29억원의 이자를 절감했다고 자랑한다.

결국 익산시는 지방채 ‘제로’를 달성했다.

이로써 익산시의 재정건전성이 향상되었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자치단체에 부채가 있다도 해서 재정이 불건전한 것은 아니다.

어느 자치단체든지 적정수준의 부채가 있다.

하지만 어떤 자치단체도 예산 운용의 효율성을 외면하고 예산을 경직시키는 쪽인 부채상환에 경도되지는 않는다.

부채는 적정한 기간에 나누어 갚으면 된다.

적정한 관리비율을 지키고, 부채상환 조건을 지킬 수만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채가 있다고 해서 재정운용이 전적으로 불건전한 것으로 평가되지는 않는 것이다.

게다가 4년 동안 부채만 갚고 부채를 한 푼도 발생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자치단체가 시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한 신규사업을 아예 벌이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더구나 익산시처럼 인구 유출이 심각한 도시의 입장에서는 재정운영의 방향성이 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는 꼴이다.

반면, 익산시가 부채를 다 갚았다고 해서 재정건전성과 효율성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2019년(2018회계연도) 지방자치단체 재정분석 결과에 따르면 익산시는 모든 재정운영 지표에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헌율 시장이 인구문제를 진정성 있게 고민한다면 재정운용의 방향성은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

경기부양에 전폭적으로 예산을 배분하는 것이 빠져나가려는 인구를 붙잡는 유일한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