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익산시의 신청사 건립에 따른 지방재정투자계획을 심사한 전라북도가 '적정' 평가를 내렸다. 또한 제220회 익산시의회 임시회가 기 상정되어 있던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지난 8일 승인함에 따라 신청사 건립을 위한 설계공모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

익산시는 내년에 착공해 4년 뒤인 2023년까지는 신청사 건립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익산시가 전북도에 투자심사를 의뢰한 신청사 건립사업비가 눈길을 끈다. 947억5천만원(예비비 포함)이다. 정헌율 시장이 청사건립 초입에 제시했던 480억원의 곱절에 육박하는 비용이다.

'기본형'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내놓았던 480억원이 두 배 가까이 불어난 것은 454면의 지하주차장을 확보한 탓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처음부터 947억5천만원이어야 했던 사업비를 주차장을 제외한 기본적 산출로 480억원이면 신청사를 지을 수 있는 것인 양 시민들을 기만한 것이다.

왜 그랬는가. 정헌율 시장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 직전에 신청사 건립은 국토교통부가 공모한 '공공건축물 리뉴얼 선도사업'에 선정되어 추진하는 것이므로 익산시는 돈을 하나도 들이지 않고 짓게 되었다고 공표한데서 출발했다.

당시 익산지역 곳곳에서는 그러한 성과를 자랑하는 현수막들이 만국기처럼 나부꼈다. 정헌율 시장은 한 발 더 나아가 법정 선거공보물인 예비후보자 홍보물에 '공공건축물 리뉴얼 선도사업에 따른 신청사 신축'이 '국비 지원사업'이라고 오인될 수 있게 적시했다.

이 같은 일련의 성과 홍보가 정 시장이 선거에 당선되도록 할 목적으로 자행됐다는 사실을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정 시장은 그것을 극구 부인한다. 예비후보자 홍보물에 '공공건축물 리뉴얼 선도사업에 따른 신청사 건립사업'을 국비사업으로 분류한 데 대해, "국비를 확보한 사업에 대해서는 금액을 적시했지만 익산시청 신청사 건립에 대해서는 국비를 적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비 지원액을 적시하지 않았으니 적극적으로 국비사업이라고 홍보한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그러나 그의 말은 한 번 더 들여다보면 어처구니가 없어진다. 국비가 처음부터 일절 지원되지 않는 순전히 익산시의 사업인데 국비 지원액을 어떻게 적시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거짓말을 호도하는 군색한 변명일 뿐이다. 어쨌거나 정헌율은 당선이 됐다. 그의 허위사실 공표가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는지, 그렇게까지는 아닌지 규명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당사자로서는 자신이 한 거짓말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 시장의 끊임없는 말 바꾸기는 자신의 거짓말이 익산시민들의 시야에 뚜렷하게 포착될까 전전긍긍하는 속내가 드러남으로 읽힌다. 슬그머니 드러나 부지불식간에 시민들의 의식에 스며들기를 노심초사하는 비루한 꼴로 포착되는 것이다.

'공공건축물 리뉴얼 선도사업'이란 국토부가 지정한 우선협상 대상자인 LH와 익산시가 협상을 통해 신청사를 건립하는 방식이다. 공모내용에 따르면, 익산시는 땅을 제공하고 LH는 청사를 지어서 익산시에 제공한다. LH는 그에 따른 공사비와 수수료를 수익모델 개발을 통해 회수하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수익모델 개발이다. 익산시가 부지를 제공하고 LH가 서민아파트를 지으면 이를 분양해서 청사와 아파트 공사비 및 수수료를 충당하는 방식이다. 결국 익산시는 아파트 분양 수익으로 청사 공사비와 아파트 공사비에다 법정 위탁개발 수수료 4~5%와 분양 수수료 2~4%를 보태서 LH에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한 눈에 아파트 분양 수익으로 공사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익산시의 산출기준으로 볼 때도 아파트 분양 수익금은 500억원 가량 된다. 이는, 익산시가 현 상하수도사업단(영등동, 1,500평)과 구 경찰서(중앙동, 3,000평 ) 부지를 LH에 제공하는 것을 감안한 산출 결과다.

익산시가 부지로 제공하는 두 곳의 부동산 주변 거래가(평균 200만원 상회)를 감안하면 수익모델 사업재원인 부동산가 총액은 90억원을 상회한다. 지난 민선 6.5기 시장이었던 정헌율은 국토교통부가 2017년 12월 공모한 '노후공공건축물 리뉴얼 선도사업'에 선정되자 이듬해 1월 2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청사 건립과 주민친화시설 조성, 수익시설 개발 등에 총 480억원을 투입하는데, LH가 선투자 하고 사업비는 LH가 수익시설 개발을 통해 회수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익산시는 돈을 한 푼도 안 들이고 신청사를 짓게 되었다고 자랑한 것이다.

익산시는 그 직후 시 전역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정부 공모에 선정되어 새청사를 짓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논란이 일었다. 국비가 한 푼도 지원되지 않는 사업인데, 시민들이 국비사업으로 인식하도록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문제제기였다.

정헌율 시장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논란은 한 달 동안 계속되었다. 그러자 익산시의 담당 국장은 다음달 6일 기자간담회를 마련해 '신청사 건립에 국비지원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국장은 부연하여 사업비 480억원은 기본적인 내용을 근거로 산정한 추정치이며, 사업이 구체화되면 지하주차장 등 추가되는 내용에 따라 변동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2018년 5월 31일, 이 때는 '공공건축물 리뉴얼 선도사업'을 국비사업이라고 적시한 예비후보자 선거홍보물이 배포된 직후였다.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김영배와 정헌율은 KCN·CBS·전북일보가 공동주최하는 토론회장에서 격돌했다. 김영배 후보는 "올해 초도순시에서 마치 국비를 지원받아 청사를 짓는 것처럼 홍보해 많은 시민들이 오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헌율은 이에 대해 "정부공모라고 했지 국비지원이라고 한 적은 없다. 시비 없이 짓는다고 했다"고 맞받아쳤다. 이에 대해 패널이 "주민편익시설이나 주차장을 포함하면 1,000억원에서 1,500억원 정도가 필요한데 공유재산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하자, 정헌율 후보는 "기 발표한 480억원은 공유재산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나머지는 시 재정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고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패널이 "그렇다면 ‘시 예산 없이’라는 표현은 어폐가 있다"고 하자, 정헌율 후보는 "편의시설이나 주차장 예산은 별도 예산이지, 청사예산이 아니다"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패널이 다시 "구 경찰서 부지나 상하수도사업단 부지 역시 시민 세금으로 마련한 재산인데, 시 예산이 들지 않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헌율 후보는 이에 대해서도 "별도로 시민들이 세금을 내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는 익산시의 자산인 부동산을 축내서 사업비를 대체하는 것은 익산시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인 것이다. 과연 회계전문가나 쓸 수 있는 화려한 달변이 아닐 수 없었다.

어쨌든 정헌율은 익산시장으로 당선되었고, 익산시는 지난해 말 신청사 건립 기본계획 수립용역 최종보고를 하면서 총 소요 예상 비용이 758억원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추정 사업비는 2019년 5월 14일 건설국 브리핑에서는 약 850억원으로 늘어났다.

익산시는 이 가운데 450억원은 수익모델 개발수익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400억원은 익산시 재정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전라북도 투자심사에서는 947억5천만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사업비가 이렇게 점차 늘어난 것은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었다.

아무튼 익산시는 청사를 짓기 위해서 500억 가까운 시비를 들여야 할 판이다. 수익사업에 제공되는 90억원은 부동산 가액이니 익산시비는 아니라는 정 시장의 궤변을 눈감아주더라도, 정 시장이 어떤 궤변으로도 부인할 수 없는 익산시비 500억원이 필요한 것이다.

정 시장 거짓말, 주민소환 요건 충족

수수료를 포함하면 익산시가 LH에 지불해야 할 돈은 훨씬 더 추가된다. 익산시비는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청사를 지을 수 있다고 강조하며 시민들을 속인 점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었다. 청사 건립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익산시비 부담액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이대로 청사 건립을 추진한다면 정 시장이 사비로 익산시비를 충당해야 마땅하다. 정 시장의 여러 거짓말들은 그의 부박한 도덕성을 드러내거니와, 이번 청사 관련 거짓말은 도덕성 시비를 부른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당장 시민들을 속여서 당선된 데 따른 정통성 문제에 직면했다.

나아가 막대한 익산시 예산의 손실을 초래했다. 행정기관이 정부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익산시비를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청사를 짓게 되었다고 누누이 공시했다. 행정기관이 갖는 공신력은 행정법이 요구하는 투명성과 선명성, 공공성에서 기인한다. 공시 행위가 법적으로 구속력을 갖는 이유다.

익산시는 공시한 대로 행정행위를 이행해야 한다. 공시와 다른 행정행위는 위법하다. 정 시장이 공시한 바와 다르게 청사를 건립하면서 익산시 재정을 축낸다면, 더구나 그 금액이 500억원을 상회한다면 그 위법한 행정행위는 '주민소환 요건'을 충족하는 '고의 중과실'에 이르는 것이다.

사안이 이토록 엄중한 데도 정 시장은 여전히 자신의 거짓말을 솔직하게 시인하지 않는다. 사과하지 않기 위해서다. 어물쩍 순간을 모면하려는 조잡한 술수를 구사하고 있다. 불신을 받는 정치가 어디에 설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