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중앙동 일원의 원도심에 대한 도시재생뉴딜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250억원 규모다. 익산시는 거점기능을 담당하게 될 건물 두 동을 매입했다. 한 동은 다기능 주민편의시설로, 다른 한 동은 도시재생통합센터 등으로 리모델링하는 설계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 도시재생뉴딜사업의 추진 방식으로는 상권이 쇠퇴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 사업이 초입단계인데 부정적 관점이 제기되는 이유가 뭘까. 이 사업의 성패를 가를 원도심의 주요 토지와 건물주들이 적극적인 참여를 꺼리는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는 도시재생의 최종 목적인 '마을경제 활성화'를 믿지 않는 토지·건물주들이 대종을 이루는데서 비롯한다. 달리 말해, 익산시가 그들을 설득하지 못한 것이다. 익산시가 내놓은 도시재생사업의 틀과 방향성도 이 사업의 직접적인 동력이 될 그들에게 어필되지 못하고 있다.

익산시는 지난해 12월, 영정통 북쪽에 있는 일명 교복거리의 건물(남중동 516-1번지, 지하1층, 지상3층)을 매입했다. 이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역노인 및 주민을 위한 편의시설과 시니어케어센터를 조성하는 등 다기능 주민편의시설을 구축하기 위해서이다.

익산시는 같은 시기에 하노바관광호텔 건물과 부지(중앙동2가 54-5번지 일원, 지하1층, 지상6층)를 매입했다. 이 건물에는 우선 도시재생통합센터가 설치되고, 창업지원 어울림플랫폼이 구축된다. 또 이 건물의 일부는 공공임대주택 및 공공임대상가 등으로 리모델링되며, 문화예술인 레지던시 공간도 마련된다.

구 하노바관광호텔을 중심상권 기능 회복을 위한 복합 앵커시설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익산시는 그 실행을 위해 필요한 각종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이 같은 도시재생 거점시설이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만한 핵심 자족시설 기능을 담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토지·건물주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당장 공공임대주택에 외부 인구를 유입시킬만한 문화시설이나 기관 등 매력요인 부재가 결점으로 꼽힌다. 특히 공공임대상가의 경우는 주변상권을 잠식하고 지역상권을 침체시키는 역기능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원도심의 토지나 건물이 기 추진되고 있는 도시재생에 힘입어 제값에 거래될 것 같지 않다는 게 현지인들의 시각이다.

또한 토지·건물주들은, 도시재생사업의 원도심에 대한 물리적 환경개선이 지극히 제한적이어서 당초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골목사잇길 조성이나 다목적 광장 조성 등으로 편의성은 높일 수 있겠지만, 건물들이 밀집된 공간구조를 개편하지 않는 이상 그 효용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빈집·빈점포 활용과 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가뱅크 운영이 잘 될 리 없다고 전망한다. 익산시가 원도심 도시뉴딜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 역량강화를 위해 도시재생주민협의체를 구성하고 도시재생대학원대학을 운영하고있지만 주요 토지·건물주들의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다.

그로 인해 민·관 도시재생 추진주체가 구성부터 본래 취지를 충족하지 못한 형편이다. 도시재생주민협의체의 대표성이 약할 수밖에 없다. 역량강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부 주민들도 도시재생사업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힘을 가진 경우가 드문 실정이다.

도시재생협의체의 구성인자를 보면 정회원 14명 가운데 10명이 중·매·서 시장과 중앙동 일원의 상인들이다. 거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재생보다는 어떻게 하면 집객효과를 높일 것이냐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도시재생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또 11월 20일 현재까지 5회차 수강생을 배출한 도시재생대학원대학의 경우 평균 20~30명이 수강했는데, 도시재생협의체 10여명이 매 기수에 참여하고 극소수의 중앙동 주민들과 도시재생에 관심이 있는 중앙동 밖의 시민들이 채우고있다.

익산시는 중앙동 일원에 대한 도시재생뉴딜 사업비 60% 이상을 거점시설 매입에 소진했다. 이 건물들의 리모델링비로 15% 가까이 쓰일 예정이다. 내년까지는 창업 경제모델 및 지원사업 기반 구축과, 도시재생대학 운영 기반이 마련 될 것이다.

그리고 남은 돈 60여억원으로는 원도심지역의 기초생활인프라를 조성하고 생활환경개선사업, 상권활성화사업, 문화관광자원화사업, 특화거리 조성 등을 실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나열된 사업들이 현지의 토지·건물주들의 협조 없이 가능할까.

밑그림조차 그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은 토지·건물주들의 계획을 모르고, 그들이 도시재생사업에 협력할지 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도시재생뉴딜사업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가로환경개선사업에 그칠 공산이 높은 것이다.

도시재생협의체는 상인협의체에 불과

정작 해야 할 일은 꿈도 꿀 수 없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영정통의 '문화예술의 거리'가 그것을 실증한다. 2012년 '문화예술의 거리'를 조성한다고 공표한 순간 영정통의 건물들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기존에 형성되어있는 거래가와는 상관없이 토지·건물주들이 내키는 대로 가격을 불렀다.

거점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폐허나 폐가조차도 가격협상의 공전으로 매입 과정이 험난했다. 가격을 실거래가의 두 배 이상을 부르는 토지·건물주들도 있었다. 문화예술의 거리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예술공방 하나를 입점시키려 해도 빈 점포 소유주들 대부분이 비싼 임대료를 불렀다.

익산시는 그들을 설득하는데 막대한 행정력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사업에 착수한지 3~4년여가 지나는 동안 '문화예술의 거리'의 기초조차 닦지 못한 이유다. 지금의 모양을 갖추는데만 해도 무려 7년이 걸렸다.

그런데 익산시는 지난 2017년 12월 14일 도시재생뉴딜사업(중심시가지형)에 선정된 이래 지금까지 원도심의 토지·건물주들이 참여하는 토론회 한 번 마련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도시재생뉴딜사업은 토지·건물주들에게 또 하나의 '재개발사업'으로 인식되고 있을 뿐이다.

도시재생사업이 토지·건물주들에게 '협력'이 아닌 '사익획득의 기회'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원도심에 도시재생뉴딜사업의 방향성인 '공익성'이 연착륙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 상태로는 필요한 면적의 주차장 하나도 조성하기 어렵다.

토지·건물주들이 부동산 가치의 상승을 노리고 적정한 보상에 불응하는 일이 불보듯 뻔한 실정이다. 너도 나도 보상협의를 거부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간다면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도시재생 추진주체에서 원도심 토지·건물주들이 배제되어서는 단적으로 사업이 추구하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취지인 일자리 창출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 일자리를 창출한다 해도 계속 유지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공가나 빈 점포들이 활발하게 활용되지 않고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같이 도시재생뉴딜사업은 사업의 '필요성' 보다 '전시성'에 방점을 둔 국비확보 자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될 실정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은 도시재생뉴딜사업이 전액 국비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총사업비 250억원 중 국비는 60%가 지원되고 나머지 40%를 도비와 시비로 충당하는데 익산시가 75억원을 부담한다.

그 필요성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면, 지방재정을 그만큼 할애할 이유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차라리 도시재개발이 답이었다.

업자들이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금새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은데다, 지방재정을 단 한 푼도 축내지 않고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뉴딜사업이 최종적으로 주민역량을 강화해 '내 삶을 바꾸는 도시재생'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면, 현지인(토지·건물주들)의 참여는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그런데 익산시는 현지인들의 참여를 도외시하고, '상인자치협의회'와 다름없는 협의체로 원도심 재생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거점시설이 구축된 뒤, 현지인들이 배제된 상태에서 도시재생주민협의체가 내놓는 의사결정이 과연 어느 정도 실현될 수 있겠는가를 살펴봐야 할 지점이 아닐 수 없다.

협의체의 의사결정 범위조차도 지극히 제한 적일 수밖에 없다. 가로환경 개선 같은 익산시가 돈만 있으면 일상적으로 해오던 일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공간 재편 혹은 공간 환경 개선은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도시재생뉴딜은 환경만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을 바꾸는 일이다. 주민들의 삶의 양식을 민주적으로 재조직화 하지 않고서는 당초 취지의 도시재생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 도시재생의 동력은 공동체 회복을 통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원도심의 토지·건물주들이 도시재생에 참여하도록 설득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도시재생뉴딜사업의 성패는 현지인들의 참여율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