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도시공원 일몰제가 임박했다. 내년 7월이 그 시한이다. 자치단체는 그동안 개발을 제한했던 도시공원 내 사유재산을 매입해 공원다운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 하지만 재정의 한계를 안고 있는 많은 자치단체들은 향후 10년간 시간을 벌 수 있는 도시자연공원 지정 등 다른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익산시는 무슨 까닭인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공원을 개발하는 방식의 민간공원특례사업 일변도를 견지하고 있다. 익산시민사회는 특혜시비와 도시공원의 공공성 약화를 부르고 지역사회의 혼란과 갈등을 야기할 이 사업에 대해 심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익산시는 이를 전면 묵살하고 있다.

시민적 합의와 치밀한 대안 검토 및 준비를 주문하지만, 익산시의 폭주기관차 같은 일방통행 앞에서 시민 여론은 한낱 장애물에 불과하다. 그런 가운데 익산시는 지난달 29일 마동·모인·수도산 등 도심 3곳의 사업시행자와 도시공원민간특례사업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익산시는 이에 앞서 북일·배산공원 우선협상 대상사업자와의 협상은 실패했다. 이 두 곳의 협상 실패 원인은 익산시가 지정하는 아파트 건립 위치가 사업성(아파트 분양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사업자들의 판단이다.

총 7곳의 민간공원특례사업 가운데 두 곳의 협상이 결렬된 것이다. 진입단계에서 28%에 해당하는 사업이 좌절되었다. 이는 익산시가 추진하는 민간공원특례사업의 본질과 향후 향배를 가늠할 잣대가 된다. 이 사업은 '민간사업자의 이익 담보'라는 조건을 먼저 수용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다.

배산공원의 경우가 그것을 단적으로 가리킨다. 익산시는 당초 '배산공원 동측변 남쪽(배산웨딩홀쪽)에 아파트를 짓는 조건의 공원 개발안'을 제시한 사업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실시했다. 그런데 모현동 일원을 기반으로 하는 시의원이 집단민원을 제기했다.

검토되고 있는 아파트 부지는 적절하지 않으니 위치를 변경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익산시는 사업자에게 부지를 북쪽(원대사거리 쪽 논)으로 옮기는 조건의 수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사업자는 이 부지가 배산공원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학세권과 너무 멀어지는 등의 조건을 끝내 수용하지 못하고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이는, 마동·모인·수도산 등을 개발하는 다른 민간공원특례 사업자들이 익산시와 협약을 체결하고 토지 보상비 등을 예치한 것은 이들 사업자가 획득하고자 하는 이익을 보장받았다는 걸 반증한다. 이 사업자들은 당초 자신들이 제안한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조건으로 공원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이들 사업자는 입주자들이 공원을 정원으로 쓸 수 있는 위치에 아파트를 짓게 되었다. 학세권에 소재하는 등 각종 생활편의가 보장되는 도심인데다 공원의 가치가 부가되어 최대의 분양수익을 거둘 수 있는 민간공원 '특혜' 사업을 이 사업자들이 맡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사업들이 익산시와 사업자들의 생각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도시공원을 분점하고 있는 토지소유주들이 순순히 제시되는 매입가를 받아들일지 미지수이고, 매입을 마친 뒤 도시공원의 특정 위치에 아파트를 순조롭게 건설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토지소유주들이 사업자가 제시하는 매입가를 받아들이지 않고 버티면 일몰제 이전에 민간공원특례사업을 완료하지 못한다. 보상협의가 안 될 경우 익산시는 '도시공원특례사업'에 강제력을 부여하는 법에 따라 해당 토지를 수용하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있다.

익산시와 토지소유주들이 대척점에 서게 되는 것이다. 토지소유주들이 사업을 저지하는 집단행동에 나설 공산도 높다. 그로 인해 사업이 좌절될 수도 있다. 아무튼 토지소유주들과 익산시간의 갈등은 피할 수 없고 어떻게 결론이 나든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게 되어 있다.

또한 민간공원특례사업에 따라 도시공원의 특정 위치에 아파트가 올라가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민간공원특례사업의 실체를 알아차리게 되어 있다. 아파트가 공원을 가리고, 공원이 아파트의 정원이 되는 것을 목도하게 되어 있다. 그때 시민들이 반발할 공산도 적지 않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익산시의 부담이 큰 것이다. 정헌율 시장이 그걸 모를 리 없다. 특히 공유재산을 지키고 관리하는 책무를 지닌 자치단체가 오히려 공원의 공공성을 약화시키거나 사유화시키는데 앞장서는 것은 스스로 존재의미를 부정하는 꼴이다. 익산시가 정헌율 시장 개인의 사단으로 변질되어 가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어 가는 이유다.

익산시는 공원에 아파트를 짓는 대신 숲도서관을 짓고 청년들의 창업문화공간을 만들고 전통문화공연장을 건립하고 복합문화센터를 짓고 실내수영장을 짓고 탄생석 정원 등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제공한다며 개발될 공원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누가 공원 안에 건물들을 지어 숲을 훼손하는 것을 환영하겠는가. 정헌율 시장은 이렇듯 도심의 허파를 난개발로 잠식하면서도 짐짓 민간공원특례사업으로 권역별 특성에 맞는 명품테마공원을 조성한다고 대대적으로 자랑한다.

그는 또 그러한 공원개발을 통해 "시민들의 건강증진 및 쾌적한 주거환경 제공에 기여할 것"이라고 널리 홍보한다. 자연공원을 해치면서 시민들의 건강증진을 들먹이는 것은 강변이며 기만이다. 가뜩이나 익산은 숲이 적은 도시가 아닌가.

그래서 한여름 도시의 열섬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게다가 익산은 미세먼지 농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도시다. 숲을 없애면서 시민들의 건강증진이라니 궤변이 아닐 수 없다. 시민의 행복추구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자연축을 허무는 행위가 시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것이라니 어불성설이다.

도시공원을 건물들로 채우면서 500만 그루 나무심기는 왜 하는가. 정헌율 시장의 말마따나 공원에 지은 아파트에 입주하는 주민이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받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이 공의로운 행위인가. 도시공원에 건설하는 특정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면서 공원을 사유물로 전락시키는 것이 그렇게 자랑할 일인가.

아파트 이름은 달리 지을 것이 없다. '특혜 아파트'면 될 것이다. 아파트의 위치나 전망이 독보적이니 분양가가 독보적으로 비싸도 날개 돋친듯이 분양될테니 말이다.

퍽이나 자랑스럽겠다. 정헌율 시장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민간공원특례사업의 결과물들을 바라보며 대다수 시민들이 기뻐하고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저렇듯 대대적으로 홍보했겠는가.

반인간적인 일을 벌이려고 그 오랜 세월 동안 도시공원 내부에 있는 사유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면서 공원의 원형을 보존해 온 꼴이다. 더구나 익산시는 2017년 12월에 도내 최초로 민간공원특례사업을 추진한다고 자랑했다. 정헌율 시장은 6.13지방선거를 앞둔 출마 기자회견에서도 그것을 거듭 자랑했다.

당장 결과물이 보이지 않는 마당에서 시민들은 "익산시가 도시공원을 공원다운 공원으로 조성해서 시민들에게 돌려주겠구나" 했다. 그는 또 임박한 일몰제를 앞두고 재정이 열악한 익산시의 입장에서 민간공원특례사업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시민들은 전북에서 최초로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것을 보면서 정헌율 시장에게 박수를 보냈다.

자칭 '행정전문가' 정헌율에 대한 신뢰와 지지율을 단기간에 높일 수 있는 사안이었다. 선거에서 당선된 정헌율은 조직을 개편해 전담부서를 만들고,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 사업의 기본계획이 알려지면서 공론화와 여론수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빗발쳤지만 묵살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 7월로 다가온 일몰시한 때문에 시간이 없다고 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익산시는 좌절 된 배산공원과 북일공원에 대해 익산시가 직접 시행하는 재정사업 실시인가를 받으면 시한을 5년 더 벌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시한이 촉박하다는 주장은 또 다른 대시민 기만인 것이다.

도내에서 익산시와 규모가 비슷한 도시인 군산시의 경우는 민간공원특례사업을 전면 배제하고 도시공원의 토지를 매입하기 위한 재정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전주시도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가련공원을 제외한 도시공원들에 대해 토지 우선매입 선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익산시는 시간을 벌 수 있는 다른 대안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발'과 '보존'으로 대별되는 양축의 가치 충돌을 조율할 의사를 처음부터 가지고 있지 않았다. 시간을 가지고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인데도 시간이 촉박하다며 시민들을 속였다.

또 하나의 대형 시민 사기극

정헌율 시장은 결과적으로 시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도려내 민간업자들의 배불리는 민간공원특례사업을 발빠른 선택과 대응인 양 속여 지방선거의 호재로 삼았다. 또 시간이 없다고 시민들을 속여 여론수렴 과정을 생략했다.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 현재 진행형이다.

시간적 한계를 내세워 일방통행하는 속내가 따로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부르는 이유다. 민간공원특례사업이 노른자위 공원을 노린 특정업자의 제안에 의해 시작되었고, "시장으로서는 꿩먹고 알먹기이며, 실패해도 책임지거나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특정업자의 잔머리에 정헌율 시장이 놀아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사실처럼 들리는 이유다.

이 같은 정헌율 시장과 특정업자간의 유착의혹이 갈수록 더 심화되는 것은, 익산시가 검토의 여지가 있는 순간에서조차 국민적 요구와 정부의 대안 제시 등 입장 변화에 모르쇠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등으로 구성된 '2020 도시공원 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은 국·공유지 일몰대상 제외, 토지매입비용 국비 지원(80%),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시 상속세·재산세 100% 감면, 실효시점 3년 유예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5월 28일 지방채 발행 이자 지원(70%),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 활용, 국·공유지 10년간 실효 유예를 방안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국민의 우려에 반응하고, 정부와 국민이 합리적인 대안 모색에 들어간 상태다. 일몰제 때문에 양쪽의 절충안이 나오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종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서 손해볼 일이란 하등에 없다. 익산시로서는 기다려서 얻는 실익이 크다. 공원을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하지 않고도 쾌적한 공원을 조성해 익산시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익산시는 전면적으로 민간공원특례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곶감이 당장 먹기에는 좋겠지만, 이런 식으로 무절제하게 과식했다가는 곶감 창자를 틀어막을 것이라는 걸 정녕 모르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민간공원특례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시민의 공원 이용권과 자치단체의 역할, 공원의 기능을 진단하는 시의회와의 논의와 시민공론화가 필요하다.

도시공원의 민간투자특례사업 방식을 공개하고 시민들의 평가 앞에서 고민하는 것은 시대가 요구하는 자치단체의 본령이다.

다른 자치단체들은 도시공원의 공공성 보장을 위해 자체사업, 자연공원구역 지정 등의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익산시는 갈등과 반목이 불가피한 길을 무리하게 가고 있는 꼴이다.

이대로 계속 강행한다면 정헌율 시장에 대한 의심이 분노로 바뀌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최소한 정부가 최종적으로 대안을 내놓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정헌율 시장을 향하는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