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익산시가 편성한 내년 국화축제 예산은 12억5천만원이다. 올해보다 2억5천만원이 증액된 규모다. 이 예산은 익산시의회에서 심의되고 있다. 정헌율 시장은 담당부서를 향해 이 예산액이 그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그 필요성에 대해 잘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요구도 붙였다. 정 시장이 국화축제 예산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메시지다. 그럴만한 이유는 몇가지 있다. 우선 국화축제가 익산지역 내 국화 생산농가들의 소득원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축제장은 국화 생산과 전시를 중심으로 할 뿐만 아니라 다른 농특산물 홍보의 계기로도 활용되는 등 지역경제에 기여하고있다. 또 농촌에서 재배한 국화를 도시민들이 향유한다는 점에서 도농복합도시의 면모에 부합되며, 지역축제가 갖추어야 할 요건 중 하나를 충족하기도 한다.

국화축제는 또 관광객을 끌어모아 직간접적인 경제유발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가을 열흘동안 개최된 익산천만송이국화축제에는 71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의 관람객 수보다 7만명이 증가한 실적이다.

관람객들이 먹고 자고 상품을 구매하는 등 지역에 돈을 쓰는 규모가 커진 것이다. 축제가 소모적인 잔치에 머물지 않고 생산적인 관광상품으로 진화하는 중인 것 처럼 보인다. 내년에는 국화축제의 콘텐츠와 볼거리를 보강해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 정 시장에게 있는 것이다.

익산시 담당부서는 예산 증액의 필요성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마산과 함평의 국화축제 추진 현황을 비교 분석해 의회에 제출했다. 특히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마산의 경우를 조명해 익산천만송이국화축제 예산 증액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올해 치러진 마산국화축제에는 211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는데, 이는 지난해 보다 50만명이 늘어난 실적이다. 그런데 마산국화축제 예산이 18억원으로 익산천만송이국화축제의 두 배를 육박한다. 이 돈으로 국화축제와 지역 상권을 연계시켜 773억원의 경제유발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 시장이 국화축제 예산을 증액 편성하고, 예산을 심의하는 의회에 반드시 관철시키라고 주문한 것은 그러한 배경 때문으로 읽힌다. 그러나 마산국화축제의 예를 들어 그 예산 증액의 필요성를 주장하는 것은 여러 부적절한 면이 있다.

그 하나는, 익산시의 축제기간이 10일인 반면 마산의 경우는 3번의 주말을 포함하는 16일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집객기간이 길수록 관람객 수가 많다는 것은 상식이다. 또 하나는 마산이 선점하고 있는 국화축제의 매력을 고려하지 않았다.

마산은 우리나라 국화재배의 한 획을 그은 곳이다. 1961년 회원동 일대에서 여섯 농가가 전국 최초로 국화 상업재배를 시작한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다가 1972년 국내 처음으로 일본에 수출을 했다. 현재 국내 재배면적의 13%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간 40만불의 외화를 획득하는 등 자타가 인정하는 우리나라 국화산업의 메카다.

국화재배에 알맞은 토질과 온화한 기후 덕이 컸다. 게다가 첨단 양액재배 기술보급 등으로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마산국화축제는 마산 국화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홍보하고 국화 소비 촉진을 위해서 지난 2000년부터 개최하고 있다.

물론, 후발주자라고 해서 국화의 품질이나 국화조형물이 마산에 뒤지라는 법은 없다. 패배의식도 금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화재배를 선도하며 국내외에 날려 온 마산의 명성을 무시하고 비교 평가를 하는 것은 무모하다. 더구나 마산은 국내에서 국화축제가 최초로 시작된 곳이다.

또 하나, 마산은 익산과는 달리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놓치고있다. 익산은 사면이 건물숲인 중앙체육공원에서 축제를 치르는 반면, 마산은 짙푸는 바다를 마주하는 어시장과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돌섬 등지에서 축제가 펼쳐진다.

볼거리도 풍성하거니와 현지의 싱싱한 해산물들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식당들은 저마다 맛집으로 유명하다. 둠벙 하나도 귀한 익산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떠돌이 장돌림 식당들이 매년 식상한 음식을 파는 익산천만송이국화축제장이 마산에 비교나 되겠는가.

마산국화축제는 본래 국내 최초의 해상유원지인 돌섬에서 10년 동안 개최했었다. 메인 축제장을 마산 어시장 앞으로 옮긴지는 6년째 되었다. 국화축제는 돌섬에서도 동시에 열린다. 돌섬은 황금돼지가 누워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황금돼지섬이라고도 불린다.

돌섬에서는 바다를 가로질러 마산과 창원을 연결한 마창대교를 지척에서 볼 수 있고, 국화꽃들의 향연에 풍덩 빠질 수 있다. 돌섬과 메인 국화축제장인 어시장은 유람선으로 10분 거리다. 유람선을 타면 배꼬리를 따라 몰려드는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을 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돌섬의 아름다움은 여말 선초의 문신 '이청'의 시에 나타난다. 짙푸른 모습으로 구름 위에 솟아있고, 동남쪽으로 푸른 바다를 누르고, 기운은 가을 하늘과 더불어 아득하다. 돌산에는 마산이 낳은 불세출의 시인 '이은상'의 '가고파' 시비가 세워져 있다.

2시간 정도 걸리는 돌산 트래킹 코스도 국화축제의 즐길거리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마산국화축제는 발전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한마디로 국화가 아니어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오색국화향기가 가을바다를 물들이고, 1,315 송이의 국화가 한줄기에서 꽃을 피운 세계최대 작품 '천향여심 다륜대작'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렇다면 모든 조건 면에서 열악한 익산이 다만 국화로 71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은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순전히 국화로 승부를 낸 것이이니 더욱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익산의 국화축제는 소모적인 잔치 이상을 넘어서기 어려운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관람객이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점증하는 것을 과대평가하고, 더 많은 투자를 하면 훨씬 많은 관람객을 유인할 수 있다는 생각은 과욕의 산물이다. 축제기간을 늘려서 더 많은 관람객을 유치하는, 물리적인 변화를 주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익산이 지닌 축제 외적 조건으로 보면 더 많은 비용 증액은 무의미하다.

익산의 국화축제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마산국화축제는 마산의 대표축제이지만, 익산천만송이국화축제는 익산의 대표축제가 아니다. 대표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을 상징하는 요소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향토적 가치가 응축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지역이 역사성과 정체성을 발현한다. 대표축제가 차별성을 갖는 이유다. 그렇게 구축한 브랜드를 지역의 관광자원과 접목하고 향토산업과 연계하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익산의 대표축제는 '서동축제'다. 서동축제는 마산국화축제가 가지지 못한 차별성이 있다.

서동(무왕)이 천도한 도성이 있고, 단일 유적에서 국내 최대의 백제 유물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경을 초월한 서동과 선화의 사랑이야기가 있다. 익산시는 이 대표축제를 별도로 개최한다. 10억이 들어간다. 익산시는 또 (사)마한백제민속예술제전위원회를 지원해서 백제무왕천도 입궁의례식을 매년 별도로 거행토록하고 있다.

여기에 6천만원이 또 들어간다. 말하자면 익산시는 매년 축제 비용으로 20억6천만원을 써 온 것이다. 그런데 정 시장은 2억5천만원을 더해서 23억1천만원을 잔치비용으로 쓴다는 것이다. 구멍난 도시다. 인구가 모래알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중앙 정부에서 지원받는 교부금이 1천억 가량 늘어난 지 3년이 되었지만 도시는 추락일로에 있다. 국비도 점증적으로 늘었으며 내년 국비는 사상 최대인 7,152억원을 지원받게 되었다. 하지만 예산 운용의 방향성이 바뀌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겟는가.

그동안 재정을 어떻게 운용했는지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봐야 할 국면이다. 잔치를 벌이는데 23억이 넘는 돈을 쓰는 것이 분수에 맞는 것인가. 축제를 단일화하여 비용을 대폭 줄이고 내실을 기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건전한 재정운용의 첫걸음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