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우한과 같은 불결한 환경은 개선될 것이고, 신종 바이러스의 매개체는 퇴치될 것이다. 이 나라의 바이러스 방어체계도 짧은 시간 안에 혁신을 이룰 것이다. 의료와 장비, 시설이 완벽에 가까워지고, 안전망은 더욱 조밀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이 모든 국가적 사회적 노력이 인간의 개별 행동에 의해 한순간에 무너진다는 것을. 신천지가 그것을 명증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가 우리에게 가장 강력하게 던지는 교훈은 바로 그릇된 개인과 개별 집단의 신념이 인류의 종말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생존이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라는 사실을 망각한, 그런 부류들이야말로 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 존재들은 지극히 폐쇄적이며 독단적이다. 그것은 명백히 반사회적인 성향이다.

생명은 연결되어 있고, 생존 문제에 있어서 개인은 존재할 수 없으며 한몸이라는 진리가 모든 종교의 생존교리로 자리매김 되기를 기도하게 되는 오늘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도 종교가 사회 밖에서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지난 23일 '코로나19'와 관련해 최고 경보 단계인 '심각'을 발령했다. '코로나19'가 국내에 상륙한 이후 지역사회에 전달되기까지 한 달 걸렸다. 특히, 1월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이래 2월 18일까지 31명에 그치자 '코로나19'를 잘 막아냈고 곧 공포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낙관을 기습하듯이 그 다음날부터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2월 19일에는 53명, 20일에는 104명으로 증가하더니, 21일에는 100명 가까이 늘어났고, 22일에는 하루에만 229명의 확진자가 추가된 433명을 기록하면서 '코로나19'는 '창궐'의 세력을 거느렸다. 이후 확진자는 연일 세 자릿수 이상씩 가파르게 증가해 2월 28일 현재 2,000명을 넘어섰다.

이 같은 바이러스의 대규모 바이러스 전파 숙주는 신천지대구교회 교인들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교회 신도들이 어깨를 붙이고 밀착하는 예배방식 때문에 집단 감염에 노출되었다고 분석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강력한 전파력을 지닌 '코로나19'는 대남병원의 거의 모든 환자들 몸속에 침투했다.

대남병원 환자를 최초로 접촉한 숙주도 대구신천지교회 교인으로 판명되면서 온 나라가 '신천지포비아'에 빠져들고 있다. 며칠 새 대구·경북 추가 확진자가 가장 많고 경남과 부산으로 확산되면서 신천지교회에 대한 혐오와 공포심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특히 신천지교회의 전도방식이 다른 교회에 추수꾼(포교자)을 보내 신도를 빼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일상이 극도로 불안해지고 있다. 감염이 되었으나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누군가가 바로 옆에 있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탓이다.

불안은 불신으로 치환된다. 더구나 보이지 않는 적과 대치 상태일 때 불신은 극대화된다. 질병관리본부의 봉쇄와 격리도 그 불신에 기초한다. 따지고 보면 '차단'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다. 모든 사람들이 이 불신의 처방전에 다른 의견을 갖지 못한다.

공공장소가 텅텅 비어가고 있다. 사람들의 오프라인 활동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소비자들의 대형마트나 백화점, 면세점 등 오프라인 매장 이용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거리는 한산하고 상점들은 정적에 짓눌리고 있다.

주요 교역국이자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중국과 서로 거리두기를 하면서 하늘길과 물길도 한산해졌다. 항공사들은 대부분 중국노선을 운항하거나 감편하고 있다. 일부 노선은 중단했고, 일부 노선의 운항 횟수는 축소했다.

항공사는 1분기부터 대규모 적자의 늪에 빠졌다. 인천국제공항의 예를 보면 코로나 발생 3주 만에 이용객이 50만명 넘게 줄었다. 항만도 마찬가지다 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을 보면, 대형 컨테이너선들 대다수가 갑판을 3분의 1 이상을 채우지 못한 채 입항하고 있다.

중국 항만이 사실상 마비되어 물건을 선적하지 못한 탓이다. 부산항을 기준으로, 해운 업황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 벌크 화물 운임지수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불과 몇 주 사이에 통상지수보다 80% 이상 급락했다. 무엇보다 바닷길이 막히면 중국으로부터의 부품·소재 조달이 끊겨 자동차·기계·항공 등 국내 주요 공장도 제대로 가동할 수 없게 된다.

현대자동차, 금호타이어, 한화솔루션 등 한국 간판 제조업체 11곳이 코로나19 사태로 가동을 멈춘 상태다. 간판 기업들의 조업 중단에 따른 생산 감소는 내수 침체, 수출 감소 등과 맞물려 '1분기 성장률 쇼크'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제조업의 근간인 자동차업계의 생산 차질은 경제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란 관측이다. 각종 경제 분석 기관이 경제 성장률을 1%대로 하향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본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이 약 1,0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뚝 떨어진 것은 물론이다. 이렇게 인류의 현주소를 비추는 ‘코로나 19'발 종말론적 공포는 시장에 급속히 확장되어 경제 쇼크의 진원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나라는 신천지 코로나19 파동 덕에 당장 세계가 기피하는 나라가 되었다.

예고도 없이 입국하려는 한국인을 거부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이 나라는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우한'보다도 더 위험한 나라로 오인되고 있는 것이다. 이 나라는 코로나19가 상륙한 후 며칠 동안 기민하고 물샐틈없는 대응체계를 자랑했다.

하지만 종교집단은 질본의 방어선 밖에 있었다. 집단적으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를 공유하고, 코로나19 숙주가 된 신천지 신도들은 또 다른 종교시설에 침투하고, 정신병원에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검진을 거부하면서 제멋대로 돌아다녔다.

코로나19가 대구 등 특정 지역들에서 기하급수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다. 최첨단 의료시스템 등을 앞세운 방어와 방역체계를 비웃으며 폭발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를 증가시키고 있는 신천지 덕분에 한국은 글로벌 팬더믹(대유행)을 예고하는 전형적인 모델이 되고 있다.

생존 문제에 개인은 없다

인류는 다시 한 번 통제 불능의 변곡점에 다가서고 있다. 몇 해 간격으로 사스, 신종플루, 에볼라, 메르스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공격하는 바이러스가 창궐했다. 낙타, 박쥐, 천산갑 따위가 숙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바이러스를 가져온 것은 결국 인간이다.

바이러스가 덮칠 때마다 종말론이 고개를 들고 무기력한 인간의 처지에 절망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어떻게든 바이러스를 극복해 온 인류다. 이번에도 새로운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질 수는 없다. 이번 실험대는 벼랑 끝에 몰린 생존 본능의 각성을 부를 것이다.

삶터에 전방위적인 직격탄을 맞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새롭게 출현한 바이러스를 물리치고 인류는 다시 한 번 도약할 것이다. 피해가 클수록 극복해 낸 보상이 컸던 인류사를 돌아보면 그것을 가늠할 수 있다.

우한과 같은 불결한 환경은 개선될 것이고, 신종 바이러스의 매개체는 퇴치될 것이다. 이 나라의 바이러스 방어체계도 짧은 시간 안에 혁신을 이룰 것이다. 의료와 장비, 시설이 완벽에 가까워지고, 안전망은 더욱 조밀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이 모든 국가적 사회적 노력이 인간의 개별 행동에 의해 한순간에 무너진다는 것을. 신천지가 그것을 명증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가 우리에게 가장 강력하게 던지는 교훈은 바로 그릇된 개인과 개별 집단의 신념이 인류의 종말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생존이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라는 사실을 망각한, 그런 부류야말로 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 존재들은 지극히 폐쇄적이며 독단적이다. 그것은 명백히 반사회적인 성향이다.

생명은 연결되어 있고, 생존 문제에 있어서 개인은 존재할 수 없으며 한몸이라는 진리가 모든 종교의 생존교리로 자리매김 되기를 기도하게 되는 오늘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도 종교가 사회 밖에서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종교의 존립해야 할 가치란 무엇인가. 질문하게 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