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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호 왜 비리의 온상인 뉴워터와의 협약해지의 소를 제기하지 않는가

편집국장 공인배

특히, 낭산 폐석산 지정폐기물(비소, 발암물질) 대량 반입 사태에 봉착해 진실을 밝히는데 단호한 태도를 견지했던 정 시장으로서, 민·관 감사팀을 다시 한 번 꾸려 갖은 방법으로 감춘 진실을 들춰 보인다면, 그 신뢰의 기반 위에 누구도 거부하지 못하는 지표를 거양할 수 있을 것이다.

삼척동자를 붙잡고 물어보라. 공무원들이 사기꾼에 도적과 한통속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그런 사실이 믿어지지 않으니까.

민간사업자가 익산시와 계약으로 정한 준공일을 지키지 못했다. 민법상 져야할 위약금(지체상금)액이 91억원이나 산출될 정도로 장기간 준공이 지연됐다. 그러나 익산시 담당공무원들은 국가계약법대로 위약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엉뚱하게도 결정력이 없는 주체에게 문의하거나, 중앙행정관청의 소관 부처에 묻되 한 번 떠보는 식으로 통화하는 등 이런 저런 구실을 찾아서 11억여원만 위약금으로 부과했다. 담당공무원들은 나아가, 업자가 제기한 '조정'에 동의했다.

행정재판의 조정이 아니다. 당초 대한상공회의소가 부설기관으로 설립했던 대한상사중재원의 조정이다. 상공회의소가 뭔가. 기업활동을 돕는 이해집단이다. 익산시는 관련법상 편향성이 의심되는 이 조정을 거부할 수 있었지만 아무런 이의제기도 하지 않고 받아들인 것이다.

그 결과 문제의 지체상금 사건은 민간사업자가 1억5천만원을 물어내는 선에서 조정됐다. 담당공무원들이나 업자는 대한상사중재원이 중재법에 의해 독립기관이 됐으며 정부출연 공공기관이라고 강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왜 행정재판으로 시비를 가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답이 있을리는 만무하다.

판단의 객관적인 구속력이란 당사자 뿐 아니라 제3자가 수긍할 때 확보될 수 있다. 제3자라면, 담당공무원들이 위약금을 구속력 있는 법에 의해 부과·징수하지 않은 점을 납득할 수 없다. 특히, 공무원은 법을 집행하는 주체가 아닌가.

그런데 거꾸로, 89억5천만원을 깎아주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뛴 여러 흔적들을 보면서, 담당공무원들이 본분을 저버리고 사익의 도구가 된 대가는 도대체 무엇이었는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체상금(위약금)은 국고로 귀속되지 않는 자치단체의 세외수입이다.

89억5천만원이면 서민아파트 200채를 사고도 남는다. 금액을 잘게 나누면 억조창생이 밥을 나눠먹을 수도 있다. 위약금이 1.6%로 축소되는 과정에 공무원들이 부당하게 개입했거나 부작위가 있었다면, 그것은 자치단체에 손실을 입힌 범죄 행위가 명백하다.

조정내용을 공개하고 감사를 실시해야 마땅하다. 관련 공무원들의 범법행위가 적발된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워야 한다. 그러나 익산시 수뇌부는 지체상금 부과와 관련해 직접적인 감사를 지시하지 않고 있다. 시민들이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한다.

지체상금 부과일이 2012년 5월이니 징계시한은 지났다. 하지만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배임 혐의가 드러난다면 형사고발을 단행해야 한다. 정현율 시장이 표방하는 '일하는 공직사회' '청렴한 공직사회'가 허울좋은 구호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괴사한 환부를 방치하는 건 공멸을 부르는 것

괴사한 환부는 도려내지 않으면 번지고 결국에는 전체가 썩고 만다. 그걸 모를리 없기에 메스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거기에 더하여 이 위약금 사건의 민간업자가 다름 아닌 뉴워터(왕궁가축분뇨공공처리장 운영업체)라는 점에서 더 이상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뉴워터는 다름아닌 벽산이라는 이름으로 왕궁특수지역(한센인 축산단지)의 가축분뇨처리 공법을 제안한 업체다. 주 처리방식이 미생물에 의한 소화방식인데, 현존하는 공법 가운데 최상의 공법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익산시는 그 기술을 높이 사서 시공과 운영을 한꺼번에 맡기는 협약을 체결했다.

뉴워터는 그렇게 새만금 수질 개선이 화두였던 전라북도 가운데, 만경강 수질 악화의 주범이었던 왕궁 특수지역 오염원 제거를 책임지겠다며 틈새를 파고든 것이다. 그러나 이 업체는 시운전과 동시에 삐걱거렸다. 왕궁축산단지의 저류조에 담겨있던 가축분뇨를 아예 처리하지 못했다.

불용성 부유물질(SS)이 7만ppm이 넘는 가축분뇨 상태 때문이었다. 뉴워터의 SS처리 능력은 3만PPM이니, 가축분뇨량 보다 곱절 이상의 물을 타지 않으면 처리시설내에 반입조차 할 수 없었다. 이 시설을 무용지물로 만든 것은 담당 공무원들이었다.

당초 익산시는 2002년 8월에 왕궁 축산폐수 연계처리 시설공사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을 발주 했는데, 그 보고서에 따르면 왕궁특수지역의 수질 가운데 SS는 7만7,616ppm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도 익산시 담당공무원들은 실제 협약을 체결하면서는 전국 표준이라는 미명하에 뉴워터 시설의 SS처리 능력을 3만ppm으로 정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익산시는 곱절 이상의 운반비와 처리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처럼 막대한 재정 손실을 입히고 있는 공무원들이 견강부회로 자기를 방어하고, 정헌율 시장은 또 거기에 보기좋게 속아넘어가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꼴이 익산시의 현 주소인 것이다.

그뿐인가. 뉴워터는 물탄 축산분뇨 조차 처리하지 못해 233일이나 준공을 지체했다. 이는 다름 아닌 사기행각이다. 위약금을 물리기 전에 협약 해지를 먼저 고려했어야 할 사안이다. 아니면, 불공정한 협약을 전면 수정하는 계기로 삼았어야 맞다.

준공 지체기간 동안 새만금 수질을 오염시킨 뉴워터의 죄를 묻고, 익산시를 기망해 이익을 편취한 뉴워터의 죄를 물었어야 했다. 공무원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장치를 하는데 협조했다면 그 또한 마땅히 죄를 물어야 한다.

비리를 발본색원하는 길이다. 시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자치단체에 빨대를 꽂는 흡혈귀 업자들을 추방하는 길이다. 익산시가 뒷짐을 지고 있는 지금, 업자는 어떤 행태를 보이고 있는가. 왕왕 보증수질을 맞추지 못하고 오염된 물을 방류한다. 이런 저런 이익을 노리고 온갖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익산시민들을 봉으로 보는 사기꾼 아닌가. 익산시가 협약해지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이유다. 선제적 대응 방법이다. 또, 전면적인 감사 결과를 토대로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진행중인 대부분의 재판에서 패소할 수밖에 없고, 그 원인이 어떤 경우라 할지라도 그 책임은 담당 공무원들에게 있다.

정헌율 시장이 이를 번연히 예상하면서도 방임한다면, 수장으로서 자질을 의심받게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범법자들을 비호하는 공범이 되어 지탄받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계속 수수방관하며 앞서 담당공무원들과 업자가 장치한 대로 나올 결과를 기다릴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