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정부 구성원들 모두가 우향우 하고, 재계가 머리를 조아리고, 맹종하는 우편향 앞잡이들이 생겨났다. 일극중심 프레임은 그렇게 좌·우 분열에 의해 공고해졌다. 발전 주체로서 좌·우가 아니라, 경쟁일변도의 좌·우 갈림은 극단적으로 심화되기에 이르렀다.

나쁜 예로서 17, 18대 정부의 키위드는 '권력의 사유화'다. 일극중심주의 사고에서 기인한 폐단이다. 공권력은 흉기였다. 칼이 되어서 절박한 약자들을 겨누고, 방망이가 되어서 춤을 추면 허공에서는 피가 튀고 길바닥엔 유혈이 낭자했다.

그것도 모자라 물대포가 되었고, 선량한 국민은 물대포를 맞은 죄로 악랄한 국민으로 매도되어 죽어나갔다. 권력이 국민을 위해서 사용되지 않으니, 국민은 보호받지 못했다. 사유화된 권력은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했다.

국민을 적으로 삼으며, 영속을 꿈꾸는 권력은 감시와 통제시스템을 구축했다. 비정상 권력의 생존 방식이었다. 개인을 사찰하고, 여론을 조작하고, 그런 당치 않은 짓들을 감추기 위해 폭력을 휘둘렀다. 그 모든 것이 오직 숫자(표)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정부 구성원들 모두가 우향우 하고, 재계가 머리를 조아리고, 맹종하는 우편향 앞잡이들이 생겨났다. 일극중심 프레임은 그렇게 좌·우 분열에 의해 공고해졌다. 발전 주체로서 좌·우가 아니라, 경쟁일변도의 좌·우 갈림은 극단적으로 심화되기에 이르렀다.

'사실'이 다각적으로 검증되어도 '거짓'이라 하고, 정당한 심판도 음모라 한다. 편향은 그렇게 판단력을 마비시킨다. 파벌 집단은 그렇게 눈감고 귀막고 고함만 질러댄다. 이 나라 꼴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청맹과니들이 길 위에서 혹은 어둠 속에서 기승을 부린다.

그것은 힘센 쪽에 기생하는 천민의식에 기반한다. 나라를 말아먹은 만고 죄인을 향해 읍소하며 주인 잃은 단장의 슬픔을 천명하는 후안무치가 적지 않은 국민들의 얼굴이다. 그것은 자존감의 부재, 상식의 부재, 제어력의 부재에서 오는 것.

권력의 군림과 억압을 용인하는 것. 무슨 짓을 해도 저항하지 않으며, 그러한 예속을 대물림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 상대 다수의 국민이 스스로 헌법 제10조(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를 부정했던 것이다.

그래서 권력은 약자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가. 2009년 1월의 용산4구역 철거현장 화재 사건은 그 양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막다른 길에 몰린 세입자와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들은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위치한 남일당 건물 옥상에 설치한 망루에 올라가 배수의 진을 쳤다.

그들은 불평등한 법과, 약자를 보호하지 않는 공권력의 차가운 시선에 밀려 궁지에 빠졌고, 용역 깡패들과 대치하며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화염병은 최후의 수단이었고, 옥상 점거농성은 상식이 통하는 사람들에게 업자의 비인간적 행태와 폭력을 고발하고자 함이었다.

경찰이 진압에 나선 것은 용역 깡패들과 공조하는 걸 의미했고, 세입자들의 불안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었다. 몇 차례의 화염병 투척이 그걸 말해준다.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화염병이 가득한 옥상은 위험한 곳이니 섣부른 진압시도는 재앙을 부를 것이라는 걸 경찰이 모를 리 없었다.

그러나 경찰은 서둘렀다. 경찰특공대가 탑승한 컨테이너를 크레인으로 끌어올려 옥상에 내려놓는 작전을 밀어붙였다. 화염병들이 연쇄적으로 폭발해 옥상은 삽시간에 불지옥이 됐고, 농성하던 사람들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했으며, 2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남일당 사건은 권력의 편향성, 국민을 취급하는 권력의 태도와 광기를 한눈에 보여주는 이 나라의 축소판이다. 또, 현장 상황에 대한 무관심, 목적(소수 기득권의 이익)에 함몰된 지휘, 공권력을 오직 공격력으로 삼는 작전, 현장을 구경꾼의 눈으로 보며 모든 책임을 분쟁을 일으킨 혹은 시스템에 저항하는 약자들에게 씌우는 빗나간 권력의 마인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같은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결국 현장 요원(경찰특공대)들까지도 사지로 몰아넣었다. 경찰특공대는 상부로부터 남일당 옥상과 망루에는 다량의 인화성 물질이 있다는 가장 기초적인 아니 치명적인 정보도 전달받지 않았다. 돌격 명령을 받은 그들은 칠흑 속에서 닥치는 대로 격파해 나갔다.

그리고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입었다. 이런 현장 불감 권력은 사후에 어떻게 하는가. 희생양을 찾고 감추기에 급급하다. 청와대는 연쇄살인 사건을 키워 남일당 참사를 덮으라는 지시 문건을 전방위적으로 시달하고, 검찰은 농성에 참여한 철거민들만을 기소했다.

테러가 아닌 시위진압 과정에서 일어난 일인데, 경찰의 과잉진압 책임은 묻지 않았다. 죽은 사람들은 원혼이 됐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5년에 달하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8년 전의 일을 왜 다시 들춰내겠는가. 이명박 정부의 권력 시스템이 박근혜 정부에 어떤 수정도 없이 통째로 이양됐기 때문이다.

그 국정철학의 근간은 국정원의 여론 공작 활동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박근혜의 대통령 당선에 국정원의 여론 공작이 상당부분 기여했다는 점은 사법부가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그런데 최근, 국정원의 여론공작부대 '알파팀'이 외부에 존재했고, 그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 꾸려졌다는 폭로가 나왔다.

권력에 불리한 사안들이 발생할 때마다 보수단체에 외주를 줘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 가짜뉴스들을 발행케 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보수단체의 여론 공작 팀을 수시로 평가하고 활동을 적극 독려하며 대가를 지불해왔다. 알파팀 리더는 김성욱 현 한국자유연합 대표이고 팀원들은 국정원을 학교라 부르며, 국정원장을 교장이라 불렀다.

이런 암호들은 우리 사회 속에 버젓이 존재하는 수단이었다. 알파팀은 주간 단위로 자신들이 작성한 글을 캡처해 실적을 보고하고, 조회 수 등을 기준으로 한 성과를 실적으로 계산해 차등적으로 돈을 지급받았다.

학교는 보수의 심장이었다. 알파팀은 보수언론의 게시판에는 찬양의 글을 올리고, 야당 정치인들과 진보 논객들의 신상털기에 나섰으며, 심지어는 현직 판사의 판결을 편파적이라고 비난하고, 용산 남일당 진압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18대 대통령 선거의 여론조작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의 대선개입사건은 검찰에 의해 제대로 수사되지 못했다. 권력이 검찰총장을 찍어내고, 엄정한 수사를 표방하는 수사 검사들을 좌천시키며 검찰을 무력화시켰다.

권력 앞에선 국민이 왜 분루를 삼켜야 하는가

권력은 그렇게 사실상 노골적으로 사법부를 깔고 앉아 너무나 쉽게 진실을 은폐했다. 국민들이 너무나 쉽게 묵인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그런 바탕 위에서 발생했다. 발단은 현장 상황에 대한 권력의 인식부재와 국민을 경시하는 권력의 태도였지만, 사후에 그러한 진실을 은폐하려는 권력 때문에 세월호 피해자들과 국민들은 보지 말아야 할 꼴들을 또 봐야 했다.

피해자 가족은 곡기를 끊는 결연한 의지로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했지만, 그 앞에 와서 폭식을 하며 조롱하는 보수진영 사람들, 시체 장사를 한다는 보수진영의 매도 앞에 떳떳하기 위해 지금까지도 보상을 받기를 거부하고 있는 피해자 유가족들, 세월호 인양이 너무 오래 걸린 탓에 세월호 문제에 둔감해진 수많은 국민들이 가장 못 볼 꼴들일 것이다.

제 아버지를 보고도 권력은 영원할 것이라는, 아니 영원한 권력을 설계하던 박근혜가 사법부의 심판대에 서고, 그 궐위를 채우기 위한 대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오늘 우리를 여기에 서게 해준 힘은 광장으로 나온 촛불이다.

촛불은 무엇인가. 일극체제가 낳는 부조리에 대한 국민적 성찰이다. 권력을 사유화 해 국정을 농단하고, 법 위에 선 권력이 국민의 주권을 유린하며, 조작과 은폐로 영속을 꾀하는 권력의 유해성을 뼈아프게 깨달은 행동이다.

더이상 업신여김 당하지 않고 기만당하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일극체제를 해체해야 한다. 권력을 분산시켜 권력이 견제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번 대선이, 누가 올바른 개헌을 이끄느냐에 귀결되는 까닭이다.

하지말아야 할 일을 반복적으로 서슴없이 하는 권력을 영구 퇴출시켜야 한다. 헌법 제1조와 제10조의 완전한 실현을 개헌을 통해 이룰 후보가, 그리고 흔들림없이 그 가치를 지켜나갈 후보가 선택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