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웅포골프장에 대한 부분준공은 당초의 목적사업을 완수한다는 전제하에 승인된 것이다.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는데, 골프장 운영을 계속 허용한다는 것은 민간사업자의 사익을 위해 자치단체가 행정력과 예산을 낭비하고, 다수 주민들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한 결과가 된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웅포관광지 조성사업에 관련된 모든 공무원들은 형사처벌 받아야 마땅하다. 지금 익산시의 선택지는 단 두 가지 뿐이다. 하나는 해당부지의 관광지구 지정을 해제하고 골프장을 갈아 엎어 본래 상태로 돌려놓는 것이고, 또 하나는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해 목적사업을 완수하는 것이다.

웅포골프장은 사기극의 산물이다. 익산시장이 업자의 간계에 넘어가 정신을 못차리고 놀아난 작태의 총합이다. 그 초입에서 업자가 던진 미끼를 덥석 문 민선 3기의 시장을 탓할 수만은 없다. 그에게는 오직 선의만 있을 따름이었다는 점을 부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업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익산시장을 꾀었다. "체육 인프라가 부족한 익산을 골프의 메카로 만들어보시죠. 금강이 보이는 전망좋은 곳에 골프장을 조성하고 골프학교와 연수원을 지어 놓으면, 프로골퍼와 갤러리들은 물론이고 골프지망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것입니다."

신빙성이 있다 생각할 수밖에. 업자는 다름아닌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이었다. 그는 "골프장 개장 전에 골프월드컵을 유치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아예 골프장을 관광지로 만들어 관광자원화 하자"고 했다. "외지인은 물론이고 익산시민들에게도 체육관광문화를 향유하도록 하면 일석이조 아니냐"고 했다.

익산시장은 그 예상되는 체육관광인프라의 가치에 완전히 경도되었다. 골프장을 비롯한 골프학교, 연수원, 관광편익시설 등을 조성할 능력이 있는지를 검증하지도 않고, 골프월드컵 유치가 가능한 것인지를 확인해 보지도 않은 채 웅포 관광체육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일사천리였다. 익산시는 관련 부지를 사들이고, 관광지 조성사업 승인을 받고, 해당 부지에 속한 밭과 임야를 체육시설부지 용도로 변경하는 등 제반 절차를 숨가쁘게 밟았다. 익산시 공무원들은 이 과정에서 토지 매각을 거부하는 주민들을 문턱이 닳토록 찾아다니며 회유와 협상을 거듭했다.

소유주가 끝내 보상에 불응하는 경우에는 공익사업을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토지를 강제로 빼앗았다. 해당 부지는 하루 아침에 토지를 수용당한 주민들이 흘린 피눈물로 물들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자신의 행위가 익산시 체육관광산업의 밝은 미래를 담보한다는 믿음 때문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땅을 사들이고 형질을 변경하는 등 모든 절차에서 수반되는 준조세를 익산시가 부담했다. 밭과 임야를 체육시설지구로 바꾸는 국토변경을 마치자 땅값은 수십 배로 뛰어 올랐다. 혼신의 힘을 다해 업무를 수행했다. 가당치도 않은 감정평가액을 적용해 천신만고 끝에 사들인 땅을 그야말로 헐값에 업자에게 넘겼다.

그러나 골프장 사업부지를 넘겨받은 사업권자는 급조된 부적격 업체였다. 당초 협약상의 증자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익산시가 보증을 선 업권을 가지고 순전히 빚을 끌어다가 사업을 시행했다. 골프장 조성사업 도중에 통장에 있던 자기자본마저 지분 참여자가 인출해갔다.

허울 좋은 업체 '웅포관광개발'은 골프장만 조성했다. 사업계획상의 골프학교를 비롯한 공익시설은 돈이 없어 못한다면서 우선 골프장을 개장하도록 허가해 달라고 떼를 썼다. 받아들이면 협약에 위배되고 관련법을 위반하는 일이었다.

특히, 사업계획(관광지조성계획)상의 목적이 완료되지 않은 지점에서 업체의 골프장 운영 수익을 인정해 주는 것은 골프장을 사유화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절대불가'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익산시와 전라북도는 합심해서 웅포관광지 제3지구(골프관련시설지구)의 부분준공을 승인해줬다.

하지만 골프장을 개장한 업체는 1,770억원에 달하는 회원권을 팔아먹고, 대중제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챙기면서도 300억원 안팎이면 완수할 수 있는 공익시설 조성에 손조차 대지 않았다. 게다가 당초 26홀이던 골프장을 36홀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골프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해서 필요한 규모라고 했다. 이 역시 사업계획을 변경하는 것으로 익산시와 전라북도가 해야 할 일은 '불가' 통보였다. 하지만 익산시는 매우 적극적으로 사업계획변경 승인을 검토했다. 골프월드컵은 익산을 골프의 메카로 자리매김시키는 화룡점정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결국 웅포골프장은 월드컵 개최 요건인 36홀로 증설되면서 면모를 일신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던 일부 시민들은 골프월드컵을 익산에 유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는데, 익산시는 바다 건너에 있는 골프월드컵 협회에 공무원을 파견해 업자가 제시한 진실(익산 골프월드컵 개최 약속)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공무원들이 귀국한 뒤 익산시는 주최측으로부터 '골프월드컵 익산 개최'를 확답 받았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그 대대적인 홍보 내용은 허위였다. 출장을 다녀온 공무원의 복명서에는 '골프월드컵 익산 개최는 매우 지난'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물론, 웅포골프장 개장 이래 골프월드컵은 익산에서 개최 된 바 없고, 그 개최 방식으로 볼 때 앞으로도 불가능하다. 이런 희대의 사기극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웅포관광개발은 끝내 공익시설에 손조차 대지 않았고, 세금마저 체납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또한 경영악화 때문이라며 목적사업을 완수할테니 사업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익산시와 도는 코뚜레에 걸린 소처럼 업자가 당기는 대로 끌려다녔다.

수년 동안 수차례 협약을 변경해 준공기간을 늘려주고 웅포관광개발의 조처만 기다렸다. 협약은 이름도 거창한 '백제문화권 특정지역종합발전계획'을 실행하는 지침인데, 밥먹듯이 뜯어 고친 것이다. 그로인해 백제문화권의 특정지역인 웅포관광지 조성사업은 방향을 잃었다.

협약 위반은 협약 해지 사유다. 익산시는 진즉 웅포관광개발의 사업권을 박탈했어야 했다. 하지만 갈팡질팡하며 미적거리는 사이에 목적사업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수천억원이 증발했다. 익산시와 전라북도는 업자의 봉이 된 것이다.

맛들인 웅포관광개발은 끊임없이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협약을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며, 해야 할 의무는 방기했다. 4년이나 연장해 준 준공기한(2010년 12월 31일)도 넘기며 웅포골프장의 영리에만 매달렸다. 익산시는 또 업자에 끌려다니며 3년이나 '배임'하다가 2013년 5월 3일에 이르러서야 사업을 종료하고 웅포관광개발의 사업권을 박탈했다.

반드시 청산해야 할 제1호의 과거

그런데 익산시의 '배임'은 현재 진행형이다. 즉각적으로 업장을 폐쇄하고 새로운 사업자를 물색해야 하지만, 부도난 웅포관광개발의 채권을 헐값에 매입한 민간사업자와 회원들이 여전히 웅포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웅포골프장에 대한 부분준공은 당초의 목적사업을 완수한다는 전제하에 승인된 것이다.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는데, 골프장 운영을 계속 허용한다는 것은 민간사업자의 사익을 위해 자치단체가 행정력과 예산을 낭비하고, 다수 주민들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한 결과가 된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웅포관광지 조성사업에 관련된 모든 공무원들은 형사처벌 받아야 마땅하다. 지금 익산시의 선택지는 단 두 가지 뿐이다. 하나는 해당부지의 관광지구 지정을 해제하고 골프장을 갈아 엎어 본래 상태로 돌려놓는 것이고, 또 하나는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해 목적사업을 완수하는 것이다.

웅포골프장의 회원들은 선의의 피해자라 하지만, 그 책임이 익산시에 있는 것은 아니다. 업자와 회원들간의 분쟁을 핑계삼아 '배임'하고 있는 익산시의 책임은 실로 막중하다. 웅포골프장 문제는 익산시가 내일을 열기 위해 반드시 청산해야 할 제1호의 과거다.

지금 당장 익산시가 검토해 볼 유일한 해법은 웅포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는 2천억원대의 경제주체로 하여금 목적사업을 달성케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회원규모로 볼 때 회원 개인이 부담할 사업비의 액수가 크게 부담스럽지 않고, 그 편이 회원들의 회원권이 사장되는 것을 막는 길이어서 익산시와 회원 및 민간사업자의 유일한 출구이자 윈윈하는 해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