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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호 전북도경의 정헌율 시장에 대한 인격살해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편집국장 공인배

강제규정이 아니라 선택규정이라고 발뺌할 것인가. 그렇다면 수사사건 등에 관해 오보가 있는 때에는 그 오보의 내용과 사건의 진상을 신속하게 파악해 직근 상급기관에 보고하도록 강제하는 훈령 규정을 지켰는지가 반드시 밝혀야 할 일이다.

익산에 한 골재채취업자가 있다. 수완이 여간 아니다. 법적으로 불가능한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할 정도였다. 하지만 특정 종중의 돌산을 개발하던 그는 난관에 봉착했다. 업자에게 토지사용을 승낙한 대종중의 대표성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대종중은, 소종중이 대표의 적격성을 확인하기 위해 제기한 법적 분쟁에 휘말렸고, 대종중은 의사록을 위조한 데 따른 형사처벌을 받은 상태였다. 익산시는 관련법을 근거로 돌산 개발을 중단시켰다. 그런 와중에 민선 6기 익산시장이 취임했다. 세간에는 업자가 공무원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그 당시에는 분명히 카더라 통신이었다. 업자가 이런저런 자리에서 "관련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준 걸 기록한 장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는 둥 "뇌물을 받은 공무원들이 결국 돌산 개발 재개를 허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는 둥 떠벌리고 다닌다는 얘기였다.

더구나 당시에는 익산시장 P씨가 선거법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예민한 시기였던 만큼 세간의 관심이 쏠렸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업자가 함구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다. 업자의 앞뒤 없는 분노도 익산시청 안팎에서 사그라드는가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예의 골재채취업체 대표가 바뀌었다. 새 대표는 엉뚱하게도 현직 지역 언론인이었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 익산시장 P씨 사건의 변호사 A씨의 친구였다. 딱히 그렇지는 않지만, A씨는 향판(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인데다 갓 퇴직한 상태여서 전관예우빨이 먹힐 것이라는 기대가 짱짱했던 만큼 예의 언론인의 지위를 거기에 필적하게 여기는 착시현상이 만연했다.

특히, 그 언론인이 P씨의 지근거리를 그림자 처럼 배회하고 상궤를 벗어나면서까지 P씨를 옹호하고 돕는다는 소문이 자자한데다, P씨가 그 언론인에게 통상의 범주를 벗어나 혈세를 퍼주니, 적어도 익산시청 내부에서는 그 언론인이 P씨의 최측근이라는 인식이 심화되는 시기였다.

돌산개발 허가의 가부를 결정하는 공무원들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가뜩이나 한번 꽂히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자기 뜻을 관철시키고야 마는 P씨의 서슬이 시퍼렇던, 부당성을 간언하다가 그에게 찍히면 결코 무사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도 공무원들은 허가요청 서류를 반려했고, 업자는 핵심적인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않은 채 거듭 토석채취 변경 신고서를 접수했다. 공무원들이 보완을 요구하며 버틴 것은 물론이다. 그러자 새로 취임한 업체의 대표는 길길이 날뛰었다. 사무실이 찌렁찌렁 울리게 고성을 지르며 "가만두지 않겠다"고 겁박했다.

그는 2015년 6월 29일 서류를 접수한 이래 수 차례 산림공원과에 가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그런 일련의 시도는 무위에 그쳤다. 그 과정을 반추해 보면, 굳이 내용을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해당 돌산의 개발허가는 내줘서도 안 되고 내 줄 수도 없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런데 44일만인 8월 12일 정기인사에서 담당과장은 함라면장으로 좌천됐고, 담당계장은 부서내 한직으로 밀려났다. 우연의 일치여야만 한 일이지만, 필연으로 보는 눈들이 상당했다. 익산시장의 인사에 영향을 끼친 것은 업자의 뇌물이냐 혹은 예의 언론인이냐는 작용의 메커니즘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게 일었다.

그들의 부적절한 행태가 익산시청 내에서 파다한 마당에, 부당한 업체에 맞선 공무원들을 치운 인사는 그런 합리적인 의혹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익산시장 P씨는 선거법위반 범죄가 인정되어 당선된 바 없는 상태로 돌아갔고, 재선거를 통해 정헌율 시장이 당선됐다.

그가 취임한 직후였다. 폐석산에 1급 발암물질 비소가 3만8천톤이나 매립된 사실이 검찰에 의해 적발됐다. 수 년 동안 이루어진 일이다. 익산시의 관리감독 시스템 부재가 백일하에 드러나는 순간이엇다. 이 메가톤급 사건은 누군가의 책임을 요구했다.

환경직 공무원이며 사건의 당사자인 환경국장에 대한 대기발령은 수습과정에서 불가피한 수순이었다. 행정지원과장이던 B씨가 환경국장 직무대리를 겸직했다. 평소 추진력이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고, 정년을 6개월 가량 앞둔 고참 사무관이라는 점이 그가 발탁된 직접적인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행정직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기대에 부응했고, 21일 뒤에 단행된 정기인사에서 서기관으로 승진한 뒤 환경국장으로 보임됐다. 불행의 시작이었다. 그는 문제의 골재채취업자와 막역한 관계였다. 업자에게는 절호의 기회였을 것이다.

업자는 호기를 극대화 하려는 듯 전격적으로 회사 대표를 C씨로 교체한다. C씨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정헌율 익산시장후보 선거 캠프를 기웃거리며 배회하던 인물이다. 그러나 두 해 전 실패한 정 후보 선거 캠프에 참여했던 C씨 였기에, 익산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C씨가 정 시장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었다.

업자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돌산 허가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들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국장까지 허가를 강요하고 나서자 담당 공무원들이 "시장의 뜻인가"라고 생각했을 법도 하다. 그런데도 담당 공무원들은 불허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환경국장 B씨가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운 비서실 직원을 이용해 문제의 골재채취 허가업무와 관련한 회의를 비서실에서 주재하기까지는 그랬다. 윽박지르던 국장의 서슬을 버텨내던 담당 공무원들이 서로 오열하면서 그냥 국장이 해달라는대로 해주고 말자고 자포자기 하게 된 것은 결국 그렇게 조장된 분위기 때문이었다.

목적을 달성하려는 업자의 수작이란 결국 그런 것이었다. 청내에서 가장 막강한 뒷배가 있는 것처럼 관계들을 장치하고, 그 설정 효과를 최대한 증폭시켜서 담당 공무원들에게 불가항력의 프레스를 가하는 방식이다.

살펴보면 이 사건의 가해자는 업자다. 결국 모두가 업자에게 놀아난 꼴이다. 공공기관인 익산시의 입장에서 비참한 지점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목적이 있는 자와 이용당하는 자들의 합작품이 이번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의 정헌율 시장을 보면, 부하직원이 전결규정까지 어기면서 저지른 행위에 엮여 예상치 못한 유탄들을 맞고 치명적인 내상을 입었다. 전북도경도 거기에 한몫 했다. 이번 사건의 혐의가 뇌물죄라면, 뇌물을 B국장에게 건넨 업자는 왜 구속수사하지 않는가.

누가 보아도 계획적인 범행이다. 이 사건과 관련한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여기 기록하는 사실들을 도경이 몰랐을 리 없다. 업자는 실패했고, 인허가의 최종결정권자인 익산시장에게 앙심을 품었다. 그가 한 발 더 나아가 모든 혼란의 중심이 된 이유다.

34일 전, 업자의 주장은 한 지역 인터넷 신문에 그대로 보도됐다. 정헌율 시장이 인허가와 관련이 있거나 위탁 재계약을 앞둔 업체들을 상대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장학기금 또는 복지기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중심사실이 업자의 입이 아니라, 경찰관계자의 입에서 나왔다고 밝힌다. 하지만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전북도경은 언론에 그런 사실을 확인해 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기사를 쓴 기자는 한때 골재채취업체의 대표직을 겸임했던 예의 그 언론인이다.

기사는 경찰발로 사실을 적시하고, 경찰은 그 런 말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다면, 그 말의 출처가 업자이고 한때 같은 업체의 바지 사장을 맡았던 언론인이 서로 공모한 행위라고 의심하는 쪽이 합리적일 것이다.

지난 12일 전북도경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은 정헌율 시장에 따르면, 기금모금 강요는 업자의 주장일 뿐이었고, 업자의 말이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차원의 조사였다. 이를 감안하면 경찰은 정 시장을 소환하기 전까지 어떤 것도 대외적으로 공표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추측성 허위보도 부추긴 속내는 무엇인가

그런데 인터넷 신문의 보도를 기점으로 여러 언론매체들이 그 보도내용과 대동소이한 내용을 잇따라 보도했다. 하나 같이 전북도경의 말을 인용하는 형식이었다. 그것이 사실을 보도한 것인지, 추측성 허위보도인지는 전북도경이 가장 잘 안다.

정헌율 시장은 하루아침에 범법자로 오인되어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리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전북도경은 정헌율 시장에 대한 소환일정을 조율한다는 점은 적극적으로 공개하면서도 수사 중인 내용을 공표할 수 없다는 기존의 모호한 태도를 고수했다.

정헌율 시장은 그 다음 주에 구속된 B국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윗선' 의혹보도에 노출되었고, 그 다음 주에는 기부금 강요죄와 관련한 피의자가 되었다. 몇몇 또는 여러 언론사들이 그렇게 집단으로 린치를 가했다. 보도들은 한결같이 '경찰에 따르면'을 보도의 근거로 삼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본지는 그와 같은 보도행태의 중심에 있는 전북도경에 인권 문제를 신중하게 다뤄줄 것을 요청한 바도 있다. 그러나 도경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보도자제를 요청한다거나 허위보도의 위험성에 대한 일말의 경고도 보내지 않았다.

그렇다면 전북도경은 도의적으로 정헌율 시장에 대한 '인격살해'의 책임을 져야 한다. 명시적으로는 경찰청 훈령을 어긴 책임을 져야 한다.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로 인해 사건관계자의 권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 수사사건의 내용을 공표·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도경의 책임이 얼마나 엄중한가. 세간에는 정헌율 시장이 언제 구속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생겨날 정도다. 악소문은 날개를 달고 미담은 숨는 법이다. 정헌율 시장은 그동안 진퇴양난이었다.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 왈가왈부 할 수 없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한 달 동안 터무니없는 누명들을 뒤집어썼다. 훼손된 명예와 이미지를 회복하기란 실로 난망한 실정이다. 경찰이 이번 사건 전담팀에 대한 자체 감사를 벌여, 그 부적절할 행위와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고 신속히 공개해야 하는 이유다.

오죽하면 경찰에 자진 출두하던 정헌율 시장이 도경에 진치고 있는 카메라를 보고 차를 돌렸을까를 생각해 봐야 할 오늘이다. 그 트라우마는 곧 익산시민들의 트라우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의 자체감사는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이양받으려고 하는 경찰의 인권 의식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