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전북경찰청이 조직내 A씨의 정치행보에 발맞춰 정적인 현역 정치인을 저격하는 망동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믿고 싶다. 절대로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익산시장에 대한 전북경찰청의 수사행태의 끝에서 우리는 결코 보고싶지 않은 갈지자 족적들을 목도한다.

상식적으로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내용 없는 판을 너무 크게 키웠다. 만약 전북경찰청이 모종의 목적을 가졌었다면, 완벽하게 성공한 작전이다. 익산시장의 정치적 입지를 파괴하기 위해서라면 그 언론플레이 과정에서 충분히 달성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는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범죄 혐의나 고소·고발이 없는데도 특정인을 대상으로 삼아 그에게 범죄 혐의가 없는지 찾는 방식으로 수사하는 경우를 '표적수사'라고 한다. 형사소송법 제195조에 명시된 수사개시 항목에 없으니 표적수사는 명백한 위법행위다.

단,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은밀하게 조사해 특정인의 범죄 혐의를 입증할 근거를 포착한 경우라면, 그것이 표적수사라 해도 직권남용죄의 처벌은 받지 않을 수 있다. 범행을 단죄하는 법익이 공권력 남용을 처벌해 얻는 법익보다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적수사가 위법성조각 사유에 해당되어 처벌받지 않았다고 해서, 그 절차적 하자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우리는 그동안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는 공권력의 남용을 지근거리에서 수없이 목도해 왔다. 오늘날 경찰이 개혁의 도마 위에 오른 이유다.

하물며, 고의성이 다분한 특정 범죄자가 악의적으로 한 말을 기화로 표적수사를 개시하고, 범죄 혐의를 입증할 어떠한 단서도 없는데, 대놓고 공개적으로 수사하는 것은 중범죄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필경 표적수사 대상이 된 사람의 인권을 복원 불가능한 상태에까지 유린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경찰이 자신들의 부당한 행태가 가벌성의 범주에 들도록 내버려 둘 리는 없다. 사건 기록 안팎에 온갖 수식을 달아 수사개시와 그 과정의 정당성을 강변한다. 우리는 공권력을 어처구니없게 남용한 경찰이 자기 보호에는 허술한 적을 본 적이 없다.

개인이 공권력 남용에 의한 인권침해를 호소 할 때, 해당 형사절차가 인권보호를 위한 기본 원리에 충실했는지 엄격하게 살펴야 하는 까닭이다. 그때그때 달라지는 내규, 또는 내규의 모호성에 기대어 불법행위를 정당화하는 검불 수식들을 일거에 태워버릴 '적법절차의 원칙'과 '무죄 추정의 원칙'을 그 단죄의 잣대로 삼아야 한다.

그 형사절차 원칙의 본령은 다음의 헌법 제27조 4항이다. '형사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이 원칙은 수사 절차에서부터 형사 재판 절차에 이르기까지 형사절차를 구체적으로 지배한다.

현행범으로 체포 및 구속된 사람이라도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하는 것이 헌법 정신이다.

그런데 전북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업자의 의도에 부화뇌동하며 익산시장에 대한 표적수사를 개시하고, 지난 수개월 동안 증거가 가리키는 것이 아닌 업자가 가리키는 범죄사실을 꿰어맞추려다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증거가 없으니 증언이라도 확보하지 못하면 '표적수사' 책임을 면치 못하게 생겼는데 여의치 않자, 관련이 없는 공무원들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조사한 공무원을 거듭 소환해 조사하면서 압박하는 무차별 수사를 진행했다.

지난 1일 정헌율 시장에 따르면, 전북경찰청은 석산관련 건으로 17명의 익산시 공무원을 50여회에 걸쳐 소환 조사를 벌였다. 수사가 장기화 될 수밖에 없었다. 마치 석산업자의 지휘를 받아 전북경찰청이 충성을 다 바친 꼴이다.

익산시장에 대한 혐의사실을 뒷받침할 신빙성 있는 증언을 확보하지 못하자 전북경찰청은 직접당사자인 익산시 B전 국장과 석산업자에 뇌물수수·증여 등 복수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것처럼 보였다. 아니 마무리 했어야 옳았다.

어떠한 증거나 증언조차 없는 표적수사였기에, 그 정도 선에서 물러섰더라면 익산시장 또는 익산시민들의 분노가 지금처럼 팽배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경찰의 불안을 조장한 과잉행위(공권력 남용) 책임에 그치지 않고 위법행위 책임론에 직면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근거없는 공권력 사용에는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전북경찰청은 B국장의 비리사건에 익산시장이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입건했다는 수사상황을 언론에 흘렸다. '익산 석산비리 수사가 시 수뇌부를 정조준하고 있다'가 주된 보도 프레임이었다. 다수의 언론이 수일 동안 연속적으로 그걸 받아 보도했다.

지난 6월 13일부터 17일까지의 일이었다. 보도내용은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면서 부풀려졌다. "국장이 한 일인데 시장이 몰랐겠느냐" 혹은 "국장이 받은 돈을 시장과 나눠먹었겠지 혼자먹었겠냐"라는 밑도 끝도 없는 연상들이 삽시간에 퍼져나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게다가 B국장과 익산시장이 공범이라는 전제하에 보면, B국장이 업자에게 장학금을 내라고 강요하고 업자로부터 받은 1천만원을 장학금 명목으로 받아 착복한 결과이니, 죄질도 나쁘다. 언론보도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그렇다.

그 보도들이 있었던 다음 주간에는 경찰이 위의 수사내용을 언급하면서 익산시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것이라고 언론에 흘렸다. 그 다음 주간에는 소환사실과 수사내용이 일제히 언론에 보도되었다. 21일 동안 경찰의 말을 일방적으로 받아쓴 각 언론의 보도는 무려 189건에 달했다.

그 과정에서 익산시장은 영락없이 장학금 명목으로 기부를 강요하고 업자에게 받아낸 장학금을 B국장과 함께 나눠먹은 범법자가 되어버렸다. 물론,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이 전부 경찰의 말을 인용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기자가 기사에 임팩트를 주기 위해 추측하거나 부풀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일련의 보도들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기에, 보도를 접한 익산시민들은 물론 도민들 전체가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표적수사 의혹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전북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의 익산시장에 대한 수사 확대가 다른 목적에서 출발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세간에 증폭되는 이유다.

불과 달포 전까지 익산경찰서장이었고 이후 전북경찰청 간부로 재직하다 명퇴한 A씨를 지원하려는 수작이었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A씨는 익산경찰서장으로 부임한 직후부터 다가올 민선 7기 익산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 수도권을 떠나왔다는 소문을 달고 다녔다.

그는 지난 6월 23일 전북경찰청에 전보된 직후에도 7월에 명퇴를 신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실제로 지난 7월 12일 명퇴를 신청했다. 그의 명퇴는 같은 달 31일 수리 되었고, 그는 곧 민주당에 입당해 내년 지방선거의 당내 경선을 준비할 것이다.

경찰의 조직적 권력남용 칼은

미친자가 든 칼보더 더 위험해

전북경찰청이 조직내 A씨의 정치행보에 발맞춰 정적인 현역 정치인을 저격하는 망동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믿고 싶다. 절대로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익산시장에 대한 전북경찰청의 수사행태의 끝에서 우리는 결코 보고싶지 않은 갈지자 족적들을 목도한다.

상식적으로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내용 없는 판을 너무 크게 키웠다. 만약 전북경찰청이 모종의 목적을 가졌었다면, 완벽하게 성공한 작전이다. 익산시장의 정치적 입지를 파괴하기 위해서라면 그 언론플레이 과정에서 충분히 달성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는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부당한 경찰관서의 소환에 불응할 수 있다. 이번 석산비리 사건의 내용으로 볼 때 익산시장에 대한 체포영장은 발부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나 경찰의 언론플레이에 휘말린 당사자, 특히 정치인은 소환 불응을 감행하기 어렵다.

전북경찰청의 언론플이에 당한 익산시장은 소환에 불응할 경우 시민들에게 떳떳하지 못한 입장으로 오인될 것이 두렵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언론플레이는 올가미였고, 강박상태에 빠뜨렸기에 폭력이었다. 그렇게 공기로서 흉기를 휘둘렀으니, 사과를 하자니 그 책임을 감당하기 어렵고, 슬그머니 거두자니 비난의 목소리에 장기간 시달릴 것이 두렵지 않았을까.

끝내 익산시장 사건을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한 ‘배째라’는 식의 행태를 보면서, 그 이면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경찰의 불순한 기술에 선량한 국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아닌가.

77년 전 미국 법무부장관을 거쳐 연방대법원 판사까지 역임한 잭슨은, 가장 무서운 권력이란 법을 집행하는 자가 싫어하거나 곤란하게 만들고 싶은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을 선택한 다음, 그들의 범죄 사실을 찾는데서 나온다고 설파했다.

이번 전북경찰청의 인권유린이 얼마나 엄중한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금언이다. 인권침해 감찰을 의뢰받은 경찰청과 국가인권위원회가 삼아야 할 지표다. 새 시대, 환골탈태를 알리는 일벌백계로 법을 수호하기 위해 법을 지키는 사법정의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