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익산시가 정부에서 추진하는 새로운 모델의 청사 신축 공모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사업'을 골자로 하는 도시재생 공모사업에 관해 전국을 돌며 설명회를 실시했는데, 익산시는 자체평가를 통해 개발 대상 청사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청사가 노후되기로는 47년이나 되었으니 전국 최장수에 속하고, 10여년 전에 재난 안전등급 'D'로 평가 되는 등 붕괴우려 건물이었으나 구조물 보강을 통해 D등급을 간신히 모면하고 그럭저럭 사용해 오고 있다. 게다가 사무공간이 협소해 여러 별관에 부서를 배치하면서 업무공조가 더디고 효율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낡은 건물은 내부와 외부 모든 면에서 심미적 거리감 혹은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기제가 된다. 하지만 익산시는 그동안 청사 신축의 그러한 당위를 인식하면서도 감히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무엇보다 1,000억원대 이상이 소요되는 재정부담이 문제였다.

익산시장 후보 시절의 정헌율 역시 익산시를 파산 위기에 처해 있는 부채도시로 규정한 바 있듯이, 중장기 부채상환 계획을 버겁게 이행해 나가는 판국에 청사신축이라니 언감생심이었다. 게다가 익산시는 1995년 5월 10일의 익산군-이리시 통합 합의조건 가운데 하나를 간과할 수 없는 입장이다.

'신청사는 북부권 삼기면 일원으로 한다'는 당시 합의가 그것이다. 민선 4기 익산시가 발진시켰던 청사 신축이전호가 입지선정과 관련한 지역간 갈등 때문에 난항을 겪던 끝에 얼마가지 못하고 좌초한 이유다. 22년 전의 합의를 잊지 않고 있는 북부권 주민들과 수십 년 동안 공동화를 겪어 온 구도심 주민들간 대척점을 움직일 만한 해법은 지금도 딱히 없어 보인다.

국토부의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사업'은 익산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을까. 정헌율 시장은 지난 달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시비 부담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시작했다"고 밝혔다. LH가 건물을 짓고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익산시는 재정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 공모 방식의 새청사는 익산시민들이 알고 있던 공공청사와는 개념이 다르다. 익산시가 대상 지자체로 선정된다면, 익산시는 약 6,000평의 부지(현 청사부지일 경우 시가 약 200억원 상당)를 제공하고, LH가 공공임대주택을 비롯한 편익(상업)시설과 시청사가 공존하는 복합 건물을 건립하는 방식이다.

주택과 상업시설, 시청사가 복합된 초대형 초고층 건물이 지어질 수도 있고, 부지 내에 각 용도의 건물들이 따로따로 지어질 수도 있다. 이 가운데 공공임대주택은 LH가 영구 소유하고, 상업시설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LH가 취득하되 투자비를 모두 회수한 뒤에는 지자체에 기부채납하게 된다.

그런데 투자비와 회수의 등가 산출 권한이 전적으로 LH에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가령 익산시의 현 청사 부지에 상업시설을 건립하는데 따른 사업성을 LH가 평가하는데, 그 수익창출 규모가 회수 연한 내에 투자비를 회수 할 수 없는 정도라면 그 부족분을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익산시 청사 주변을 비롯한 구도심의 공동화는 이미 극심한 상태인데다, 부송동과 모현동 등 신도시가 상권을 분점한 현실을 감안하면 복합청사 내 상가의 집객률이나 구매율이 투자비 충당에 미달될 게 불 보듯 뻔한 실정이다. 자칫 익산시는 LH의 장사에 땅도 내주고 수백억원의 투자비도 대는 봉이 될 공산이 높은 것이다.

분명한 것은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사업 대상에 선정되면 시비 부담이 전혀 들지 않을 것이라는 정헌율 시장의 판단은 오류를 범하고 있거나 거짓말이라는 점이다. 어쨌든 이는 새청사를 남중동의 현 부지에 건립할 경우에 해당한다.

만약에 익산군과 이리시 통합 합의대로 북부권에 새청사를 건립할 경우에는 사업성이 극미한 것으로 평가될 공산이 높다. 따라서 공모 평가에서 북부권 신축안은 탈락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정헌율 시장이 복합청사 신축을 현 청사에 추진한다고 못박은 것은 그런 배경에서 기인한다.

산적한 난제 검토 없이 시민들 현혹

뒤집어 보면, 정헌율 시장은 새청사를 현 위치에 건립할 명분을 잡은 것이다. 22년 전의 시·군 통합 합의 내용을 고려할 필요조차 없게 되었다. 국토부의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사업' 공모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골치 아픈 문제를 일거에 배제할 수 있는 쾌도난마라 할 것이다.

게다가 44억원에 팔았던 함열읍의 옛 익산군청사를 107억원에 되사며 시 재정을 축낸 기록 위에 덮어 쓸 획기적 전기를 맞이했다 할만도 하다. 본청에 있던 농림축산업 관련 행정기능을 통합한 농정국을 옛 익산군청사에 설치하면서 도시와 동·서부 주민들에게 불편 감수를 강요한 책임도 덜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법도 하다.

그래서 차제에 돌아선 도시의 표심을 상당 수 돌려놓을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을 수도 있겠다. 익산시 청사관리 담당공무원이 국토부의 설명을 들은 것 이상도 이하도 없는 내용을, 사업의 타당성이나 실현 가능성 등을 검토하지 않은 채 우선 터뜨리고 보는 행태에서 발견하는 셈법들이다.

그러나 그러한 관점의 시계(視界)는 제로상태다. 당장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사업 대상으로 익산시 청사가 선정된다 하더라도 LH의 사업성 평가에 따른 익산시의 건축비 부담액을 알 수 없는 입장이다. LH의 평가 결과가 익산시에 과도한 재정부담 요구로 이어질 경우 쌍방 합의가 장기간 표류하거나 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

또, 정 시장은 어떤 경우에라도 1995년 시·군 통합 합의 내용을 묵살해서는 안 되는 입장이다. 약속불이행은 북부권 주민들에게 집단행동의 근거를 제공한다. 그 위력은 민선 4기 때에 충분히 확인된 바 있다. 합의 내용은 반드시 담론의 장에 올라야 하고, 새청사를 도시지역에 건립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지역간 갈등 해소를 위한 합의 사항의 대체 수단 마련이 선결되어야 한다.

나아가서는 초대형· 초고층 대형빌딩내 공공청사와 상가, 아파트가 공존할 경우 집중 될 교통량에 따른 교통체증과 주차난, 혼잡에 따른 청사 이용객들의 불편 등 제반 사항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그 결과를 시민들에게 공개해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반드시 검토했어야 할 것은 부대비용 이외에 익산시의 돈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정 시장의 공식 발표가 허위사실공표가 아닌지 여부다. 만약, 단 몇 억원이라도 새청사 건립비를 보태는 일이 발생한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에 관한 사법적 판단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이번 정 시장의 발표가 선거를 앞둔 장밋빛 애드벌룬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기에 그렇다. 새청사 건립 문제는 익산시의 난제다. 쌍방향 소통의 리더십은 온데간데없고, 자가발전식 이슈생산에 혈안이 되는 것은 성과는 전무한 가운데 위험만 감수하게 될 위험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