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무위의 참된 뜻은 사람의 욕심에 의한 온갖 인위적인 것을 부정하며, 인간의 허위허식을 비판하고 부정한다. 공자의 생각이 그런 노자의 생각과 달랐던 것은 아니다. 다만 공자가 배가 불러도 먹이를 향해 한사코 달려드는 호랑이를 어떻게든 현실 속에서 멈추게 하려고 했던 반면, 노자는 그런 호랑이에게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깨우치게 하려 한 점이 달랐다 할 것이다.

공맹(孔孟)을 얘기하다 보면 반드시 노자(老子)가 떠오른다. 한사코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하는 직업의 생리 때문일까.

현학에 대한 갈증은 이렇게 찬바람이 돌 때 더 심해지는 법도 하다.

이런 감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몇 있다면 아무런 목적이 없이도 노자의 세계관 가운데 한 편린을 얘기하며 한 밤을 새워봄직도 하다.

공자의 학문이 '드러냄'의 정수라 한다면, 노자의 학문은 '드러내지 않음'의 갈파라 할 법 하다.

공자의 '예(禮)'는 형식을 중시한다. 예의 본질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올바른 법도'이고, 예의 양식은 위계나 관계를 뚜렷하게 분별하며, "예로 돌아가라"는 설파는 욕심을 좇다가 멀어진 본래의 품성을 되찾아 이상적인 세상을 구현하자는 방향성이다.

그러한 예는 사회 질서의 근간이고 도덕률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필요한 정도의 억압을 개인에게 감당하도록 요구한다. 그 억압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겠지만, 그 필요한 정도의 억압이란 인체의 기관이 생명 유지를 위해 부단히 활동하고 있으나 정작 사람은 그 치열한 작동을 잘 모르는 것과 같은 정도를 이른다.

그러나 예는 종종 과하거나 미치지 못하여 예다움을 잃어버린다. 개인차에 따라 혹은 입장이나 상황에 따라 예는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개인이 건강한 상태의 절제(억압)를 수용하면 사회는 안정되지만, 거부하면 불안정해진다. 예의 한계다.

사람을 틀에 찍어낼 수 없듯이 예를 고정불변 상태의 규범으로 만들수도 없다. 하지만 예는 체제이념에 따라 사회 체계를 획일화하거나 종속화 하는 수단으로 항용되었으며, 그러한 오류에 빠진 통치원리로서의 예는 사회 구성원들의 자유보다는 과도한 무게의 억압을 요구하기 마련이었다.

예는 바라보거나 행하는 태도에 따라 해악의 도구가 되거나 아름다운 세상의 기저가 되니, 예는 드러냄에 절도를 지키기 어려운 불안정한 내면의 표출이자 사회적 지표가 아닐 수 없다.

공자의 학문이 추구하는 가장 큰 가치는 예의 본질을 살피고, 예가 예답게 세상에 있게 하며, 예의 오용을 막는 것이다.

예의 과잉이 개인들을 속박하고, 그로 인하여 예가 가치를 상실하고, 사람들이 무례(無禮)를 자유로 삼으며, 결국에는 진정한 예가 사라지고 없는 세상 속에 공자가 있었다. 사람의 길이 보이지 않는 세상에는 금수(禽獸)의 길이 어지러이 얽혔다.

약육강식의 논리로 무장한 권모술수의 창안자들이 방방곡곡에서 목소리를 다투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예가 지나친 간섭의 수단으로 쓰이는 것도 모자라 지나친 복속을 요구하는, 심지어는 살육의 명분으로 쓰이는 세상을 그들이 주도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그런 적자생존 편향이 만들어내는 비정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예를 가장한 불예(不禮)의 마수는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지점의 멍에를 주도면밀하고도 집요하게 찍어 누른다.

신분과 빈부의 차이를 운명으로 여기고, 그것을 대물림하는 것을 마땅히 여기며, 종적 또는 횡적 관계의 다름을 지엄하게 분별하며 다른 것들 끼리의 섞임을 부덕으로 여기던 시절이었다. 예는 이렇게 사회를 유지하는 근간이지만 태생적인 한계를 지녔다.

예의 본질을 통찰한 노자는 예(禮)의 다른 이름인 도(道)를 품고 은일(隱逸)했다.

그는 인위의 예가 세상을 망쳤다고 보고 무위의 도를 행한 것인데, 다음의 도덕경 56장에 그 뜻이 잘 드러나 있다.

"그 이목구비를 막고 욕망의 문을 닫으며, 날카로운 기운을 꺾고 혼란함을 풀고, 지혜의 빛을 부드럽게 하여 속세의 티끌과 함께하니 이것을 현동(玄同)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친해질 수도 없고 소원해지지도 않으며, 이롭게 하지도 않고 해롭게도 하지 못하며, 귀하게 할 수도 없고 천하게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천하에 귀한 것이 된다."

세상을 지탱하는 두 개의 균형 축

만물을 생장케 하지만 차별하지 않는 태양이 현동과 닮았다.

어디에서나 두루 일을 행하며 만물에 스며들어 섞이지만 위태롭지 않으고 자기의 공을 내세우지 않는다.

도는 그렇게 아무런 작위도 없이 자연스럽게 저절로 그렇게 된 것처럼 만든다. 그것을 무위(無爲)라 한다.

무위의 상태를 자연이라 부른다. 사람들은 도의 위대한 작용이나 존재를 의식조차 못하기 일쑤다.

노자는 이처럼 자연스러워서 의식조차 되지 않는 것이 올바른 도라고 했다. 그러한 도의 섭리에 의해 우주와 만물은 잠시도 쉬지 않고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는 언제나 근본으로 되돌아간다.

따라서 이 세상에서 상대적인 분별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그 분별은 언제나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만 여기지만 이 때문에 추악하다는 생각이 생겨나고, 좋은 것을 좋다고만 여기지만 이 때문에 나쁜 것이 생겨난다.

모든 변화가 근원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는 움직임보다는 고요함이 중시되고, 그들은 빠른 것보다는 느린 것, 앞서는 것보다는 뒤서는 것, 교묘한 것보다는 졸렬한 것, 화려한 것보다는 소박한 것 등을 중시한다.

노자는 그런 눈으로 "약한 것은 도의 작용이다(도덕경 40장)"라고 말한다.

강한 것을 위시하여 사람들이 쟁취하려고 하는 모든 좋은 것들은 변화의 극점에 가까운 것들이고, 약한 것을 위시한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들은 변화의 시작에 가깝기 때문이다.

높은 것은 억눌리고 낮은 것은 끌어올려지며, 여유가 있는 것은 덜어내어지고, 부족한 것에는 보충되는 것이 변화의 원칙(77장)이다.

이른바, "삐뚤어진 것은 온전히 되고 만다. 구부러진 것은 곧게 되고 만다. 움푹한 곳은 가득차게 되고 만다. 낡은 것은 새롭게 되고 만다. 적은 것은 더 보태어지고 만다. 많은 것은 미혹되어 잃게 되고 만다(22장)."

따라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은 결국 좋은 것이 되지 못한다. 알고 보면 그것은 소극적인 것들보다도 더욱 일시적이고 불안한 것들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억세고 강한 것을 이기는 것(36장)은 그 때문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상징이고, 억세고 강한 것은 죽음의 상징이다.

무위의 참된 뜻은 사람의 욕심에 의한 온갖 인위적인 것을 부정하며, 인간의 허위허식을 비판하고 부정한다.

공자의 생각이 그런 노자의 생각과 달랐던 것은 아니다. 다만 공자가 배가 불러도 먹이를 향해 한사코 달려드는 호랑이를 어떻게든 현실 속에서 멈추게 하려고 했던 반면, 노자는 그런 호랑이에게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깨우치게 하려 한 점이 달랐다 할 것이다.

공자의 눈에는 노자가 구름과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어떻게도 잡을 수 없는 용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바른 예로 바르지 않는 예를 바로잡으려 했던 공자나, 인류가 인위적인 오류에서 벗어나 무위의 자유를 구가하기를 바랐던 노자나 서로 상호 보완적인 관계인 것만은 명백하다.

사람이 땅에서 삶을 영위하지만, 땅 위에서의 경쟁에만 경도되면 멸망할 수밖에 없고, 만물에게 하는 일이 없지만 하지 않는 일이 없는 하늘의 법도를 따라 하나의 공동체로서 섬기고 나누며 지속가능성을 확보해 나가듯이, 공자와 노자는 인간세상을 지탱하는 두 개의 축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