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세 곳 중에 어느 한 곳이든, 가령 중앙동 일원의 '역사가 문화로'가 선정되어 그 결과를 완성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익산시는 국비 250억으로 동네 하나를 재생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구도심 전역을 지속가능한 도심으로 탈바꿈 시킬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그 가치란 천문학적이어서 수치로 가늠하기 어렵고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춘석 민주당 사무총장에게 익산시가 신청한 세 곳의 도시재생 대상사업 가운데 한 곳이라도 선정되도록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쏟아부어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지난달 24일 익산시립모현도서관 1층 시청각실에서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본 익산 원도심의 미래와 전망'이라는 공청회가 열렸다. 이춘석 의원이 주최했다. 2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곳에 300여명이 몰려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정부 각 부처에서 도시재생 관련 주요 연계사업들을 담당하고 있는 책임자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그 가운데서도 발제자로 나선 김이탁 국토부 도시재생사업기획단장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익산시는 지난 10월 25일, 중앙동 일원을 중심시가지형으로 하는 도시재생사업인 '역사가(驛史街) 문화로(文化路)' 설계 등 3개 사업 구상안으로 국책사업 공모에 응모한 상태인데, 총사업비가 709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김이탁 단장은 그 평가와 선정을 결정하는 부처의 최고 실무책임자인 것이다.

전국적으로 도시재생 열풍이 불고 있는 지금 그를 공모지역 공청회에 발제자로 참석시킨 이춘석 3선의원 또는 여당 사무총장의 역량이 빛을 발한다.

평가의 정점에 있는 책임자가 특정 현장의 열기를 체감하고 지역과 친밀도를 높였다면 아무래도 그 지역에 관심이 끌리게 마련이다.

"다는 어렵더라도 익산시가 국토부에 제출한 3개 사업계획 가운데 중앙동 일원의 도심재생사업(250억)은 선정되리라" 하고 조심스럽게 관측해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지역이 그걸 가능케 할만한 힘 있는 의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아무튼 그동안 구도심 활성화나 복원 같은 일련의 과정을 지켜 본 사람들은 웬 호들갑이냐고 반응할 수 있다.

그간 그런 사업들을 계속해 왔지만 무엇을 어찌했다는 것인지 그 효과가 미미하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도 모호했던 탓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중요한 국정과제로 수립한 '도시재생'은 기존의 환경개선에 주목했던 도시정비사업과는 개념이 다르다.

국가적인 문제로 대두된 도시의 쇠퇴를 어떻게 막을 것이냐, 또는 축소일변도의 도시를 활력이 넘치는 도시로 역전시키기 위해 선순환구조를 어떻게 구축할 것이냐가 그 출발점이다.

우리는 주택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신시가지 개발이 어떤 폐해를 낳았는지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신시가지는 주요 선순환동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구시가지는 젊은층의 정주인구를 잃고 고령화 되었으며, 소비자의 급격한 감소로 상업기능이 쇠퇴했다.

특히 수요자들이 급감하면서 문화를 비롯한 교육, 복지 같은 도시기능도 크게 약화됐다.

이같은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악순환을 극복하기 위해 물리적 환경정비 위주의 도시정비사업을 시행해 왔지만 이는 이미 황폐화된 구시가지를 회복시키는 대안이 되지 못했다.

익산시의 경우 저성장 인구절벽의 늪에 빠진지 오래되었으나, 오히려 주택공급을 늘리는 신시가지 위주의 도시 확장정책으로 구도심 공동화를 가속화시켰다.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고 창출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역민들 뿐 아니라 각계각층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이유다.

'도시재생'이란 물리적 정비사업을 포함해 적절한 프로그램 주입을 통해 도시를 부흥시키는 방법이다. 기존 도시가 가지고 있는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치유하기 위한 모든 행위를 말하며, 익산과 같은 축소도시에 더욱 절실한 방향성이다.

'도시재생'은 토목건설 중심의 구도심 성장정책을 지양하고,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를 보전하고 고양하기 위한 과정적 산물을 중시한다.

물리·환경적으로 노후화된 인프라를 재정비해 공간 구조재편 및 신공간 창출을 도모하고, 생활·문화적으로 공공·민간·지역주민 등 다양한 개발주체의 참여를 통해 지역 고유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유도하며, 경제적으로 도시의 지역산업과 경제 등 종합적인 도시부흥을 유도한다.

선진 사례를 보면 '도시재생' 이후 효율적인 토지 이용이 이루어져 경제 활동이 촉진되고, 도시 환경이 정비되면서 범죄나 비행 등 사회적 병리 현상과 환경 오염에 따른 각종 병폐가 줄어들었다. 또 도로와 주차장이 넓어져 이용자의 편익과 안전에 기여하고, 보행 공간과 도심 공원 등을 확보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며, 나아가 도시 미관을 아름답게 변모시켰다.

무엇보다 주민참여 활성화를 통한 민간, 학계, 정부가 함께하는 다양한 수준의 거버넌스 모델이 개발되는 등 커뮤니티와 관련한 주민들의 의식수준을 높인 성과가 집중 조명되고 있다. 참여 주체들이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고, 주민의 소득 수준·입지·토지 소유 관계 등의 상황을 고려한 다양한 재개발의 방법이 적용되는 과정에서 얻은 성과다.

이는 또, 기존 민간주도형 도시개발의 문제점이었던 개발이익의 과도한 사유화를 비롯한 도시기반시설 부족과 기형적 난개발, 도시 어메니티 상실, 저소득 계층의 주거안정 훼손 및 사회적 통합 저해 등의 부작용을 막는 장치가 되었다.

또한 장소성과 역사성을 회복하고 공공성을 확보한 것은 무엇보다 큰 '도시재생'의 수확이 될 것이다.

이날 김이탁 단장이 전한 '도시재생'의 귀착점은 도시의 공간적 범위를 수평·수직적으로 확장 입체화하고 다양한 기능을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융합시킨 입체 복합 시설을 갖추는 것이다.

이는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의 능력 및 지불의사에 부응하는 저비용의 적절한 주택을 계속 공급함으로써 사회통합적 주거공동체 기술을 개발하고, 커뮤니티 재생을 위해 또는 낙후된 지역에 토지 및 도시공간의 이용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종국에는 도달해야 할 지점이다.

도시를 통째로 지속가능하게 탈바꿈 시킬 지표

'도시재생'은 결국 공간만 재편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주민, 커뮤니티를 혁신하는 지표다.

함께 생각하며 함께 일하고 함께 이루는 동네 복원 사업이다.

또 지속가능한 공동체 활동 공간을 확보하는 현장에서 학습기회를 갖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낡은 건물과 시설 등 환경을 개선하는 일자리를 나누고, 동네의 비전을 마을 사람들 모두가 공유하면서 시민의식은 한층 더 성숙할 것이다. 도시재생 전 과정에 참여하는 동안 성취감과 자부심이 자라고, 그것은 애향심과 자긍심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같은 '도시재생'은 이 나라의 역대 어느 정권도 다룬 바가 없으며, 백지 위에 새로 그려나가야 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이다.

생각과 생각을 수많은 횡(橫)에 연결하고 그 네트워크를 종(縱)의 통로에 연결해 상상의 결과를 구현하는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시도다. '도시재생'이 익산에 절실한 까닭이다.

세 곳 중에 어느 한 곳이든, 가령 중앙동 일원의 '역사가 문화로'가 선정되어 그 결과를 완성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익산시는 국비 250억으로 동네 하나를 재생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구도심 전역을 지속가능한 도심으로 탈바꿈 시킬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그 가치란 천문학적이어서 수치로 가늠하기 어렵고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춘석 민주당 사무총장에게 익산시가 신청한 세 곳의 도시재생 대상사업 가운데 한 곳이라도 선정되도록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쏟아부으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이춘석은 야당 의원 시절에도 지상역사로 설계되어 있던 KTX 익산역사를 선상역사로 설계변경시킨 저력을 보여줬다. 국책 턴키사업에 있어서 최초의 일이었다.

또한 미륵사지박물관을 국립박물관으로 승격시킬 때도 가망없어 보이는 마이동풍의 관계자들을 장기간에 걸쳐 접촉한 끝에 결국 성사시키면서 강인한 지구력과 불굴의 의지를 보여줬다.

그의 말마따나 익산은 운명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익산시가 국토부에 제출한 3개 지역에 대한 사업계획서는 1차 서면평가를 통과했고, 지난달 중순의 현장실사에 이어 2차 종합평가가 이뤄졌으며, 오는 14일 발표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그가 정치에 입문하고 줄곧 고민해 왔다는 도심재생의 문제다.

이춘석을 3선 의원으로 만들어 준 익산시민들에게 이제 그가 보답할 차례다.

어쩌면 이번 도심재생 프로젝트는 그가 4선으로 가는 교두보를 마련할 절호의 기회다.

축소도시 익산에게는 유일무이한 돌파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