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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호 기초의회 정상 작동을 위한 4인 선거구제 도입이 절박하다

편집국장 공인배

집행부가 의회를 경시하는 배경이다. 각종 부적절한 동의안들이 부결되면 다음 회기에 다시 상정하고, 또 상정하고, 통과될 때까지 집행부가 밀어붙일 수 있는 이유다. 익산시의회에는 그런 집행부를 견제할 능력이 없다.

안 되면 맨투맨으로 붙어 집요하게 따라다니면 의원들은 못 이기는 척 두 손을 들었다. 밀실 행정, 기득권 짬짜미, 부정부패 등을 만연하게 할 최적의 온상이 아닐 수 없다. 익산시민들이 2인 선거구 폐지와 4인 선거구 도입·확대 목소리를 모아야 하는 당위다.

최근 대구와 광주, 부산 등지에서 '기초의원 4인 선거구 도입'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현재의 2인 선거구는 지역주의에 기댄 1당 혹은 1·2당 독점구조를 심화시켜 왔고, 이는 의회 내부의 견제와 감시기능을 사라지게 만든데 따른 반작용이다.

지역정당 독점 구조의 폐해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다음 한 마디로 압축된다. "공천을 받으면 살인자도 당선이고, 공천 못 받으면 공자님도 낙선이란 우스갯소리도 있다."

익산시민들도 익히 알고있는 사실이다. 익산시의회에는 그동안 온갖 추잡한 종류의 범죄 전력자들이 진입했던 것을 눈 앞에서 보아왔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 한때의 실수를 한 사람을 평가하는 지표로 삼아서는 안 되고, 오늘 그 사람의 도덕성이나 자질이 어떠한가를 평가지표로 삼아야 온당한 일이다.

그러나 후보를 추천하는 정당의 입장에서는 같은 값이면 흠결이 없는 후보를 추천해야 할 책무를 안고 있는데, 일당 독점구조는 지지자들을 경시하는 지역정당의 독단과 교만을 키워온 것이다.

익산시의회는 1당 민주당과 2당 국민의당이 90%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2년 전 분당하기 전까지는 90%가 민주당이었다. 그들은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성추문을 일으키거나,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하거나, 동료의원들 간 막말로 물의를 일으키거나, 집단으로 초청장을 조작해 해외여행을 가거나, 부정행위로 형사사건에 연루되거나 모두 다 방임했다.

윤리위원회 한 번 열지 않았다. 이런 풍토 안에서는 이해당사자 쪽에 경도된 의원이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하는 의원들을 흔들어 훼방놓고, 좌충우돌 분탕질을 하며 떼쓰는 목소리로 의회를 가득 채우는 행동장애가 속출했다.

지역정당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런 사람들을 또 공천했다. 이렇게 민의를 외면하고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이들은 밥값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조례제정을 하나도 하지 않는 의원들이 수두룩하고, 시정질문이나 5분발언 하나도 하지 않은 의원들이 다수이며, 심지어는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질문이나 발언 한 마디 하지 않는 의원들도 있다.

특정한 사안들에 대해 심도있는 토론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도덕적 해이가 아닐 수 없다.

위헌 소지가 있고 권한을 남용하는 조례를 제정하면서도 상당수의 의원들이 집단이기주의에 기울어 무뇌아적인 거수기가 되었다. 대의기관의 구성원으로서 지역구를 대표하는 격을 갖추는데 일말의 관심도 없는 의원들이 아닌가.

다양한 목소리를 지역 정치에 반영하자는 게 4인 선거구제의 골자다. 또, 경쟁의 긴장도를 높여 기초의원들의 일탈을 예방하고, 의회의 도덕적 기준을 높이며,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물론 활발한 내부의 견제와 감시로 특정 정당의 독점정치 구조를 해체하자는 것이다.

익산시의회를 뒤돌아 보면, 개혁을 지향하는 행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컨데, 무소속이나 소수 정당 소속 의원들이 상임위원회별 외유성 해외연수에 불참하고, 이 해묵은 논란에 대해 문제의식을 드러내곤 했지만, 남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세금으로 놀러가는 행태는 지금도 여전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나름 건강하던 소수 의원들조차 변질되어 부적절한 다수 속에 합류하게 된다는 점이다. 부도덕과 비리가 일반화된 의회 내부에서는 '깨끗함'은 튀는 '깨끗한 척'으로 매도될 뿐 아니라 왕따의 대상이 되었다.

고립된 의원들은 스스로를 왜곡하기도 한다. '지역 정가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문제삼지 않고 용인하는 사안에 내가 과민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좋은 게 좋은 거다.'

부조리한 집단 속의 소수 개혁파 치고 자존감이 낮은 경우는 드물기에, 전체 속에 자신을 투신하기 위한 자기합리화의 늪에 빠지는 것이다.

그 자존감은 특히 소수의 목소리를 가로막는 적극적인 장애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의원이 개별적으로 어떤 사안을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고자 할 때 다른 의원들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의회란 표결로 가부를 결정하는 대의기관이다.

깨어있는 소수일수록 고립을 견디기 어렵다. 할 일을 하지 못한다면 의회 안에 존재할 의미도 없다. 집단 이기주의는 소수의 그런 취약점을 잘 알고 있다. 비단 해외연수 문제 뿐이겠는가. 부조리가 일반화된 집단 내부에서의 소수란 그렇게 나약하다.

경쟁의 긴장도를 높여야

기초의원의 본령 자각할 것

속절없이 민주주의는 수(數)다. 익산시의회 뿐만 아니라, 시대정신을 반영한 조례안들이 의석을 독점한 정당의 노선이나 이해관계에 따라서 부결되는 예가 허다하다.

자유한국당 시의원들이 80%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대구시의회의 경우, 지난해 6월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대구시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안'을 부결시켰다.

이 조례안은 아르바이트 등 청소년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정기적으로 실태조사 등을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반 기업적이고 사상교육을 하는 조례"라며 반대했다.

2인 선거구 중심의 기초의원 선거는 이런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만든다. 그 피해는 시민이나 사회적 약자가 보게 되어 있다. 지역경제와 민주주의가 꽃을 피울 수 있게 하려면 지방의회 안에 다양한 세력이 함께 존재해야 한다.

한 정당 독점이 강한 지역에서 기초의원 2인 선거구는 지배정당이 지방의회를 계속 장악하는 도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당제를 정착시키기 위한 선거제도 개편이 당장 시급하다. 4인 선거구 도입은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할 수 있다.

익산시의회와 전북도의회에서 조례를 개정하면 된다. 그러나 국민의당 소속인 현역 시장은 다가올 지방선거 준비에 급급한 양상이고, 시의회 결정 의석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데다 국민의당도 4인 선거구 도입이 양대 당의 의석을 축소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어, 기초의원 선거구를 개편하는 획정안이 정치권에서 나올 확률은 지극히 적다.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을 최종 결정하는 전라북도의회도 의석 분포가 익산시의회와 비슷하고, 도지사도 민주당 소속이어서 지역정치권의 자발적인 선거구 개편 획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선거구 개편은 오직 시민들에게 달린 셈이다.

당초 소선구제에서 중선거구제로 전환할 때, 거대정당의 후보자만 당선되게 만드는 소선구제를 폐지하되 다양한 정치신인들의 진입을 허용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개선이 전제됐었다.

하지만 중선구제 제도도입 초입에서 제시된 '4인 선거구' 안을 비용이 많이 든다는 걸 구실거리 삼아 2인 선거구제로 쪼개면서 하나마나한 제도개선에 머물게 된 것이다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동시에 추진할 움직임이 구체화 되고 있는 마당에서, 정치적인 왜곡과 적폐를 청산하고 정치적인 스펙트럼이 의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4인 선거구제 도입에 시민들이 목소리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시민이 자신의 목소리를 정치에 지속적으로 반영하는 통로를 만드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