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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호 난개발을 우려한다

편집국장 공인배

이렇듯 과정과 결과가 불투명한 사업들의 초입 단계에서 축포를 터뜨리듯 사업들을 공표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가뜩이나 지방선거가 몇 개월 남지 않은 마당이다. 자칫 차기 익산시장 당선자에게 부담을 안겨 줄 수도 있는 설익은 사업들을 현 시장의 치적으로 포장하는 행태는 부당하고도 불공정한 행위다.

익산시는 최근 두 개의 민간투자방식 사업 추진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마치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인 양 애드벌룬을 띄우는 것은 온당해 보이지 않는다. 두 사업 모두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사업자들에게 맡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익산시가 국토교통부의 '노후 공공건축물 리뉴얼 선도사업'에 응모하면서 공동사업자인 LH와 사전에 협약한 내용을 보면, LH는 현 익산시청 주차장 부지에 새 청사를 짓는 대신 주민친화시설로 조성되는 현청사의 측면 도로변에 수익시설을 짓고 구 경찰서 부지와 상하수도사업단 부지를 등가교환 한다는 조건이다.

LH는 3,752평방미터의 구경찰서 부지에 약 300세대의 아파트를, 8,720평방미터의 상하수도사업단 부지에 약 180세대의 아파트를 각각 지을 계획이다. 총 사업비 480억 원 가운데 LH가 389억 원을, 익산시가 100억 원 가량을 각각 부담하는 조건이다.

그런데 구경찰서는 대로(인북로)변 사거리 서측에 위치하는 중앙동의 노른자위 땅이다. 당초 협약 과정에서 최소한 10년 내 확보하게 될 부지의 위상에 대한 가치가 제대로 평가됐는지 재검토가 필요한 점이다. 무엇보다 중앙동을 중심으로 하는 구도심은 올해 '중심시가지형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역으로 선정됐다.

익산시는 새 청사 신축을 서두른 나머지 이같은 향후 구도심의 발전 동력을 고려하지 않았을 공산이 높다. 특히, 도시재생사업은 문화와 역사 등 향토성을 복원하고 보전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는데, 대로변에 시야를 가로막는 덩치 큰 고층 건물이 구도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검토해야 할 당위다.

이런 난개발에 대한 공론화는 불가피하다. 익산시가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일 경우 상당한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아파트의 높이를 조정하는 문제를 놓고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것이다. 게다가 LH는 익산시민들의 기억 속에 철저한 기업 이기주의를 각인시킨 사업자다.

익산시와 평화지구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언약해 놓고도 사업 포기와 검토를 거듭하며 15년이나 끌었던 기업이다. 당초 877세대를 짓기로 했던 계획에서 건물 높이를 더 올려 1,000세대로 늘리기로 변경한 것이 사업 착수의 조건이 되었다.

따라서 오직 수익성을 사업의 방향성으로 삼는 LH와, 공익과 사업자의 요구 사이를 조정하면서 사업을 완수해야 할 익산시는 짙은 안개 속으로 뛰어들었다. 게다가 익산시와 LH는 직접 협상을 통해 사업의 단초를 마련하지 않고, 국가 공모사업에 공동으로 응모해 대상지로 선정됐다.

익산시는 그것을 시민들에게 자랑한 마당이다. 무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LH에 끌려갈 가능성이 높은 지형이다. 익산시는 기본구상과 타당성 조사를 마친 다음에야 기본 및 실시설계 과정에서 수탁기관인 LH와 수익모델의 규모나 사업비를 두고 설계 협의를 하게 되어 있다.

LH가 어떻게 발톱을 드러낼지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익산시는 공표한 이상 사업을 진행시켜야 하고 2020년까지 새 청사 신축을 완공해야 하는 입장이다. LH의 수익 추구에 발목이 잡히고 사업이 장기화되면 사업 자체가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간사업자의 수익성 추구를 두려워하지 않는 익산시

익산시는 또, 수도산, 모인, 마동, 팔봉공원 등 4개소의 20년 이상 장기미집행 도시계획 시설들이 산재한 근린공원 가운데 70%를 공원화하고 30%를 수익사업부지로 제공하는 민간공원 조성사업이 성사 단계에 왔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이 사업 역시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간사업자들을 상대하는 일이다. 난개발 논란에 휩싸일 공산이 높고 실현 가능성도 희박한 사업인 것이다.

익산시의 민간공원 조성사업은 6개 업체가 사업제안서를 제출하면서 발단이 되었다. 사업자들은 152만3,495평방미터 안에 있는 건물과 지장물들을 제거한 뒤, 106만6,443평방미터를 공원으로 조성하고, 45만7,047평방미터에 아파트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 사업이다. 익산시는 민간공원 조성사업을 위해 자연녹지로 되어 있는 해당 부지를 2종 주거지역으로 풀어준다는 방침인데, 사업자들은 사업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아파트를 최대한 높이 올리려고 할 것이 뻔하다.

2종 주거지역에서는 건물을 20층에서 25층까지 지을 수 있는데, 과연 익산시가 공원지역 내에 고층아파트 신축을 허가할 수 있겠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상 부지들은 큰 산도 아니고 언덕 수준의 산들인데, 고층 아파트가 버티고 서서 산 꼭대기까지 가려버린다면 공원을 조성한 의미가 퇴색할 것이다.

또한 도시의 자산인 공원은 아파트 입주자들의 전용공간으로 전락할 게 뻔하다. 사업이 난개발 논란에 빠지면 사업자는 도시계획위원회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큰 사업인 것이다.

시민들을 현혹하는 일련의 허세는 지방선거에 나설 정헌율 시장에게도 득이 될 게 없다. 당면한 현안 사업들에 대해 공익에 입각한 보다 신중한 접근과 검토가 요구된다. 스스로 수많은 난관을 예상하면서도 파죽지세로 결과에 도달할 것처럼 허풍을 떠는 것은 자기를 속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