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근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교육위원회 설치지원

전문위원

지금 아이들은 행복하다고 생각합니까? 자신도 아이들이라는 시간을 거쳤고 자녀 혹은 자녀의 자녀가 아이들인 모든 어른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두 자녀를 키웠고 비록 남의 아이들일망정 학교에서는 내 자식이라 여기며 교사로 살아온 필자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었고 반성과 다짐의 화두였다. 심지어는 퇴직한 이후조차 등하교 하는 아이들을 보며 묻는 질문이다.
분명한 것은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세우고 그것을 향해 가는 길이 거침없고 즐겁다면 행복한 것 맞다. 아이들의 그런 삶을 보장하는 것이 자신의 책무라 여기는 어른들이 있고 국가의 정책이 있다면 그 사회에서 아이들은 행복하다.

지금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는가?
‘민식이법’을 만들기 전에 수많은 민식이가 있었고 사후약방문 이후에도 부주의한 어른들이 여전하다
부모가 자기 자녀를 폭행으로 사망하게 하고 입양한 아이를 참혹하게 살해해도, 날마다 언론에 오르내리는 아동학대에 경악해도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청소년들이 늘어가도, 차라리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고 외치며 죽어간 초등학생의 유서가 있어도 그 곁에 어른과 사회는 부재(不在)한다.

교육이 이러한 문제의 시작이며 해결의 열쇠다.
아이들이 고통을 받기 전에 교육이 고통의 시작이라 말한다. 아이들이 죽기 전에 학교는 죽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배움으로 행복을 얻어야 할 교육이 불행의 시작이라 거침없이 말한다.
돌아보자 우리교육. 그리고 아이들의 고통은 어른과 사회의 고통이 되고 아이들의 죽음은 그 사회의 죽음이란 것을 알아내자.

극소수에게만 허용된 이른바 스카이 대학에 가기 위한 전투는 초등학교부터 아이들의 밥 먹는 시간마저 빼앗고 가족문화를 해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들어간 대학은 다시 입사 전쟁터가 되고 스펙을 쌓기 위한 사교육비는 또다시 천정부지로 가정경제를 무너트린다. 청년실업은 늘어가고 결혼 연령은 늦춰지며 출산율 저하가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이 어두운 미래를 아이들도 짐작한다. 아무런 전망도 없는 아이들의 일탈은 깜짝 놀랄 만큼 다양하고 잔인하게 폭력화되고 학교는 배움터가 아닌 뒷골목처럼 인식된다.
많은 아이들이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 채 오늘도 학교에 등교하고 혹시나 있을 학교폭력의 눈치나 살핀다. 운이 좋아 학교에 적응하는 아이들도 무표정하다. 성적으로 만족하는 것 말고는 학교가 즐겁지 않다. 그 성적을 유지하기 위한 또 다른 상대와의 긴장에 스트레스를 쌓아간다.

우라늄 같은 원소에 적용하는 반감기처럼 지식도 반감기가 있다.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의 절반이 필요 없어지는 기간을 말한다.
산업혁명이 원시인류부터 쌓아온 지식의 절반을 소멸시킨 시기라면 인터넷 혁명은 산업혁명 이후의 지식을 다시 반감시켰다. 이 반감기는 놀라울 정도로 가속화되어 어떤 학자는 20년 후의 지식반감기가 73일일 것이라 추정치를 내고 있다. 십 수 년 죽도록 암기한 정보지식이 70여일 후에 쓸모없는 기억이 되는 세상을 살고 있는데 오늘도 아이들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그 소멸될 지식을 위해 인생을 탕진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은 지식정보를 체득하는 능력을 가진 자, 그 정보를 가공할 능력을 가진 자, 끊임없이 학습하는 능력을 가진 자라 말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아이들을 소멸할 세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자기주도성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이 아닌 성적을 강요하는 교육에서 아이들이 고통을 받는다.
학교 부적응아의 숫자를 헤아리기 어렵다. 단지 학교 폭력의 가해 피해자라는 공인된 부적응 학생 말고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심리적 상처를 감추고 사는 비공인 부적응아, 그리고 잠재적 부적응아. 자신이 부적응아인지 모르고 그냥 습관처럼 등하교하는 아이들... 결국 학교 부적응아보다 적응한 아이들을 헤아리는 것이 훨씬 쉬울 것 같다. 이러한데 아이들은 행복할까?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나라인가?

불행하게 자란 아이들이 만들어 갈 우리 미래가 불안하지 않은가?
행복하게 성장한 아이들이 우리의 행복한 미래사회를 보장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지 않은가?
교육에서 답을 찾자. 지금까지 해 온 교육방식이 과거 사회의 답이었다면 앞으로의 교육은 달라져야 답이 된다.
주입시키고 암기시키고 줄 세우는 교육에서 아이들의 상상력과 자기주도성, 즐거운 표정이 살아나는 교육으로 가야한다. 어른들과 사회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