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원
                   

                                      

아이들의 삶이 고달프다. 코로나로 인한 등교와 비등교의 어수선함. 총성 없는 전장이 된 성적 경쟁.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빼곡한 일상. 비전과 존재감 없는 학교생활. 긴장과 피로, 무기력, 폭력, 무관심속의 일탈, 배움과 학교로부터의 도주. 성장 후에 드러나고 말 트라우마성 장애 요소가 지뢰밭처럼 널려 있다.

지금 어른들의 어린 시절도 그랬다? 그렇다면 그때보다 열배 이상 늘어난 국민소득의 시대가 던지는 국가, 사회적 성장과의 관계는?, G7에 초대받는 국가적 위상과의 관계는? 질적 변화를 동반하지 못하는 양적 팽창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의 미래는? 그런 미래조차 만나보지 못하고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며 목숨을 끊어버리는 아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책임은? 자신들의 미래가 현재 부모의 능력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버린 아이들, 그 아이들이 주도할 미래사회에서 지금 어른들의 노후 사회는 불안하다.

양식 있는 부모로 살 수만은 없어서 악착같은 학부모의 길을 쫒아가는 어른들의 삶은 행복할까?
개천에서 용 나오던 개발시대의 환상이 깨졌다는 것을 이제는 알면서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 체념을 하다가도 특목고에 매달리고 일류대에 매달려야 하는 학부모들. 인성이 메말라 가는 자녀가 속상하지만 성적을 위해서는 포기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부모는 정말 그 길이 옳은 길이라 믿어서 자녀를 내모는 것 일까?

자녀가 성적 일진이 되길 바라지만 폭력 일진이 될 수도 있는 불안한 성장 환경. 부모로서 감당해야 할 30대까지의 양육. 그 탓에 나의 노후가 사라지는 암울한 미래는? 개천에서 용쓰는 이 시대의 부모들의 분노는 학교로 향한다.

교사로서의 존경심이 실종된 시대, 살아남기를 택해야 하는 교사들은 행복한가?
얼마나 힘든 경로를 건너서 교사가 되었는가? 그 자부심은 산산이 부서지고 이제는 자존심마저 무의미해진 교사로서의 삶. 국가 간 비교에서 직업 만족도는 중간쯤 이면서도 자기효능감이 최하위임을 드러내는 설문 결과에 암담해지는 대한민국의 교사.

순응과 허무로 얻어내는 웰빙의 삶으로도 해소되지 않는 갈등. ‘자식 맡긴 죄’에서 ‘학생 맡은 죄’로 바뀐 학교 불신의 시대에서 겪어내야 하는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폭력과 교권 추락. 성적 올리는 기술로 학원에 비교 당하고 진로 정보도 사교육 시장에 의지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 전문가로서의 어떤 전문성에도 자신감을 잃어버린 채 언론과 여론의 십자포화를 받으며 개혁의 대상이 되어버린 교사의 삶은 존재에 대한 회의감만 가득하다.

답은 변화이고 변화는 불가피하다. 불가피함을 알았을 때 가능성은 열린다. 모든 국민은 학교의 변화를 갈구한다. 그것이 답이다. 학부모들이 공교육을 불신하며 사교육과 대안교육에 미래를 걸고 있으며 변화 없는 학교에 염증을 느끼는 학생들의 탈학교 현상이 폭발적으로 증가해왔다. 그러면서도 자녀를 학교에 보내며 그 학교에서 행복하기를 여전히 소망한다.

교육의 현실을 걱정하고 존재의식에 대해 번민하는 교사들이 작은 학교 연대, 대안교육연대, 혁신학교 등 다양한 학교 변화 운동에 모여들고 있다. 자생성과 자발성에 기초하여 연구와 연수를 만들고 참여한다. 그들은 교사의 권리와 권익 혹은 편의성 보다는 교사로서의 자기효능감과 자부심을 원하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혁신과 학교자치를 통하여 자기 주도성을 학습하고 실천한다.
학부모들은 내 자식보다 내 자녀의 교육생태계를 성찰하며 학교 교육에 참여를 원하고 있다. 학교 관리자의 리더십이 변하고 있다. 제왕적 권위를 내려놓고 민주적 학교운영에 의한 학교리더십을 고민하는 교장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가능하다. 이제 이들이 서로의 걱정과 애정을 모으면 된다.
우리 동네 교육을 위해 우리 동네 사람들이 함께 모여 교육공동체를 건설하는 길이 학교와 교육을 살리는 길이다. 그것이 행복학교로 가는 최소한이며 최선의 답이다.
아이들의 배움터는 지역이라는 이름의 ‘우리 동네’이다. 우리 동네 모든 사람이 아이들의 교사이다.  각자의 우리 동네에서 우리 동네 사람들이 우리 동네 행복한 교육을 상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