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경

도농통합시(都農統合市) 익산, 그래서 익산은 관광의 도시다.

‘이리’라는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익산시의 시가지는 백제 시대부터 '솝말'(속마을), '솝니', '솜리' 또는 '이리'(裡里)라고 불렀는데, 이는 만경강의 조수(潮水)? 구간에 위치한 늪지대에서 '갈대가 우거진 속에서 멀리 보이는 마을'이란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1912년 호남선과 군산선이 개통되어 이리역이 문을 열었고, 1931년 익산 면이 익산 읍(益山邑)으로 승격되었다가, 다시 이리 읍(裡里邑)으로 개칭되었다. 1947년 이리 읍이 이리 부(裡里府)로 승격됨에 따라 익산군에서 분리되었으며, 1949년 이리시로 개칭되었다. 1995년 5월 10일, 이리시 일원과 익산군 일원을 관할로 도농복합형태의 이리시와 익산군이 행정구역 통합을 하면서 ‘익산시’로 개칭되었다.

오늘 ‘이리’와 ‘익산’ 이라는 이름이나 역사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익산이 도농통합복합도시라는 매력적인 관광 요소를 말하고자 한다.
지난해 7월 4일과 5일, 1박 2일 동안 외국인 서포터즈 20여 명과 함께 익산의 고스락, 산들 강 웅포마을, 성당포구마을과 두동 편백 마을에서 1박 2일을 함께 한 적이 있다. 첫날 익산의 농촌 관광자원을 둘러보고 저녁에 토론회가 열렸다. 한창 열띤 의견이 오고 가고 익산시 관광자원에 대한 소개도 무르익고 있었다.

어느 외국인(이름이 낯설어 외우지 못해서 실명을 거론을 못하네요)이 손을 들고 말했다. “농촌여행이라고 하면 낙후된 지역에서 불편하고 힘든 여행이라는 일부 선입견이 있는데, 익산에서 농촌여행은 한국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라며 “농촌 여행을 ‘rural’ 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country life’ 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듯 합니다.” 라고 말했다.

내가 영어권 원어민이 아니어서 정확한 어감차이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서울과 같은 도시의 생활보다는 이런 농촌 생활이 더 한국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름도 모르는 외국인의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으니 우리 농촌마을이 더 크게 보였다. 익산과 함께 나란히 하고 있는 만경 평야, 호남평야의 드넓은 평야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의 색깔이 있다. 산과 계곡의 그늘과 시원한 물줄기가 우리의 휴식처를 제공해 주지만 뜨거운 태양 아래 평야는 우리에게 ‘감사’를 배우게 하는 공간이다. 자연환경을 잘 받아들이고 마을 전체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마을 이야기를 해보겠다.

일본의 작은 한마을 전체가 유네스코로 지정된 마을이 있다. 바로 ‘시라카와고’이다. 이 마을 하면 가장 떠오르는 게 바로 ‘지붕’과 ‘눈’이다. 갈대로 이엉을 엮어 가파른 경사의 갓쇼즈쿠리(일본의 전통 건축물) 고가옥 지붕의 집들이 118동이 모여 있는 마을이다. 한때 전란을 피해 산골짜기로 들어온 사람들이 마을을 이뤘다는 이 시라카와고 마을은 총면적 0.2㎢로, 안동 하회마을보다 훨씬 작다.

일본에서 오지 중 하나로 연평균 160만 명이나 되는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이 중 외국인이 2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하지만 한때 이 마을도 청년들이 떠나고 빈집들이 속출했었다. 하지만 1971년 오기마치 마을 전 가구가 참여해 '시라카와고 자연환경 지키기 협회'를 설립하고 주민들 사이에 서로 협력해 마을을 지켜내고자 한 것이다.

주민들은 갓쇼즈쿠리 가옥 구조 변경의 심사와 보존, 보존 방식의 연구, 보존 사업의 실천, 주민의 불편 해소 및 조정 등에 나섰다. 마을 주민들의 노력 덕분에 330여㎡(100여 평)이 넘는 거대한 목조 초가를 온전하게 보존해 온 시라카와고 마을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돼 지금껏 많은 관광객이 찾는 마을이 되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문화재(고가옥) 보존 대책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 마을에서는 옛것을 보호대상으로 하고 밤잠도 설치면서 이 마을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다. 양잠을 위해 지었던 갓쇼즈쿠리 가옥 본채와 화장실, 곳간, 건조막, 탈곡실 등 주된 갈대 초가 목조 고가옥 이외에도 돌담과 돌층계, 주목 울타리, 노송도 모두 보호대상으로 정해두고 있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겨울철 이라고 하면 관광 비수기라고 생각하고 잠시 쉴 수도 있겠지만, 이 마을은 그렇지 않다. 인터넷에 이 마을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이 마을 전경이 한겨울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 마을 주민들은 밤새 스포트라이트를 켜서 겨울밤 눈 내리는 마을 정경을 연출한다. 그리고 폭설이 내리면 마을주민들은 갓쇼즈쿠리 목조 고가옥을 지켜내느라 밤잠을 설치며 눈이 고가옥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눈 치우기에 모든 주민이 눈치우기에 나서는 것이다. 주민뿐만 아니라 일본정부에서도 주민들의 삶의 가치를 중요시하고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 지자체 관리소(시라카와무라 사무소의 문화재계)에서도 시라카와고 마을을 유지하는데 주민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쾌적한 주거 환경과 삶의 질은 높여 주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시라카와무라 사무소는 행정요원이 40명, 보건 담당과 소방 담당이 20명이다. 시라카와고 마을은 기후 현(우리나라의 도 단위)의 직속이지만 일반 시군과 같은 수준의 자치권도 갖고 있다.

또한, 시라카와무라사무소 산하에 문화재 보수관리와 주민교육을 맡는 교육위원회가 있고 마을 재단도 설립돼 있다. 또한 일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목조가옥 보존 뿐만 아니라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터널을 뚫고 교통을 편리하게 하는 등 지역주민 삶의 가치를 중요시 여기고 있다. 바로 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함께하기에 세계유산마을이 관광 관련업에 90%를 종사하는 마을이 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세계유산 지정도시, 익산은 도농통합복합도시이다. 역사문화와 함께 농촌 생활문화가 잘 보존되고 있다. 금상첨화이다. 2019년 세계 최대 인터넷 쇼핑몰인 아마존에서 원예 용품 톱 10에 들며 시장을 주름잡았던 일을 기억하고 있는가? 바로 ‘호미’이다. 웬 갑자기 호미로 마무리하는지는 여러분이 이해하실 거라 생각한다. BTS의 노래를 들으며 익산의 ‘호미’를 찾아보자. 그래서 익산은 관광도시가 될 수 있다.
 "내겐 호미가 있어. 들어는 봤니? 한국에서 온 철로 만든 건데, 최고야. 호미로 옥수수도 캐고 너네 뒷마당 돈도 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