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근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교육위원회 설치지원

전문위원

 지난 1일부터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행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with 코로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종식'이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택한 것이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언제까지 ‘사회적 존재’인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며 접촉을 피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 공무원과 의료진의 희생은 물론 벼랑끝으로 몰린 자영업자들의 아우성을 더 이상 모른 체 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 등교제한 등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고립’되어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수능 이후 실시되는 전면등교를 앞두고 교육부장관은 학교의 감염위험 증가를 우려하면서도 ‘안전한 학교’와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학생과 학교의 일상회복을 위해 교육부가 가장 염두에 두어야할 것이 학생들의 안전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안전한 학교’는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의 목표도 ‘안전한 학교’를 기반으로 한 학교교육의 정상화다.

그런데 대면수업중심의 교육과정이 운영되는 것만으로 학교교육이 정상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코로나와 공존을 제안했던 전문가들은 행동백신을 넘어 생태백신을 이야기한다. 학교교육도 마찬가지다.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입시를 위한 획일적 경쟁체제의 관료적 학교를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배움이 살아있는 민주적 공간으로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생물다양성을 복원하는 것이 코로나 19 바이러스 대유행을 해결하는 근본적 대책인 것처럼 학생들의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배움이 가득한 ‘배움의 다양성’을 실현하는 것이 원격수업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고 학교의 가능성을 이어갈 수 있는 해법이 될 것이다.

학교의 역할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일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지해주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우리가 걸어야 할 교육의 길은 우리 아이들에게 ‘실패해도 괜찮아, 도전해봐, 네 뒤에는 우리가 있어.’라고 말해주는 길이다. 우리 아이들이 경제적 상황과 관계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며 스스로 배울 계획을 기획하고 경험하는, 공부하고 싶은 의욕과 공부하는 힘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군산에 있는 회현중과 군산남고(現 한들고) 교장으로 근무했던 시절의 일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배움에 대해 성찰하고 계획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자기주도학습비’를 지원했다. 학생들이 진로와 관련된 고민과 계획을 담은 활동계획서를 제출하면 1인당 30만원 이내를 지원했던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아이들 다수가 그 때의 체험과 관련된 학과에 진학했던 사례를 통해 ‘배움’의 본질이 ‘자기주도성’이며 모든 학생들이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 학교와 국가의 역할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회현중과 한들고에서는 여전히 이 프로그램이 유지되고 있으며, 완주 고산고에서도 이 사례를 들어 ‘자기주도학습비’를 지원하고 있다.
      
군산과 완주 뿐 아니라 전북지역의 모든 학생들이 자기주도 학습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생애주기별 자기주도 학습비 지원’이 확대되기를 바란다. 우리 아이들이 진로와 진학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을 하게 되는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 때 자기주도 학습비를 1인당 최대 50만원까지 지원해 진로탐색에 대한 기회를 준다면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학생들에게 직접 예산을 지원하는 것에 우려를 표할 수 있지만 이미 다양한 지역에서 아동과 청소년 학생들에게 예산을 직접 지원하는 다양한 형태의 교육복지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예산은 물론 모든 학생에게 50만원을 일괄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활동계획서를 제출하면, 심사와 컨설팅을 통해 지원금을 지급하면 된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기획력과 성찰역량은 의미있는 성장을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배움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배울 계획을 기획하고 경험하는, 공부하고 싶은 의욕과 공부하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상상력이 현실이 되는 학교, 코로나 이후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학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