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경

이야기가 있는 익산, 관광도시로 색칠을 하자.

12월 3일과 4일, 외국인 인플루언서 50여 명과 언론사 기자들과 함께 체험활동(백제 의복 체험, 등 만들기, 한지 등 색칠하기 등)과 함께 익산문화예술의 거리, 서동공원, 구룡마을 대나무숲, 고스락을 함께 다녔다. 그리고 12월 4일에는 국내 5개 대학의 태권도 시범 공연(skit)을 보면서 손바닥이 빨개지도록 박수를 쳤다.

다음날인 12월 5일에는 또 다른 일정이 있어 익산 관광 일정을 같이 하지는 못했다(역시나 이날도 난 일을 하였다).
아무튼 나는 익산에서 1박 2일을 신나게 보냈다. 젊은이들과 함께하니 덩달아 나도 젊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주중 매일 이어지는 야근으로 그렇게 무거웠던 몸이 가벼워졌다.
‘이게 바로 여행이 주는 매력이구나....‘
아무리 몸이 힘들고 머리가 복잡하더라도 일상을 떠나서 무언가를 보고, 먹고, 걷고, 만들고 나니 다시 내 몸이 충전되었다. 머리까지 개운해지면서 다시 출발할 힘을 얻었다.

12월 일 년 중 마지막 달이어서 그런지 오래전에 근무했던 직장생활이 생각이 난다. 처음 관광을 접하게 된 해는 1994년이고 관광 현장에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된 해는 1995년이다. 그때만 해도 ‘국제관광’시장이 좋았다. 그래서 반 프리랜서(전속계약)인 나는 일주일 중 하루라도 쉬려고 억지고 스케쥴을 조정하여 쉴 날을 찾으려고 무던히 애썼다. 정말 바쁘게 재밌게 ‘관광’업무를 시작했었다.

어느 날은 새벽부터 나가서 다음 날 아침에 들어올 정도로 바쁘게 일했다. 또 어떤 때는 지방 일정이 2번 3번 겹쳐서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도 집에 못 들어오곤 했다(이 시절에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즐거웠다.
왜?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만나면서 그때야 여러 가지를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나의 여행 필수코스는 국립박물관과 경복궁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코스이다. 외국인 관광객도 다 개인적 취향은 달라지만 우리나라 역사 문화에 대해 정말 귀를 기울이고 다시 구부리고 앉아서 들여다보고 그리고 다시 한번 쳐다보면서 불상과 도자기 등에 찬사를 보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난 역사나 문화재 전문가가 아녔기에 전문적인 지식을 다 전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최대한 나누어 주려고 노력했었다. 그래서였는지 난 그들과 함께하는 여행에서 많은 성과를 올리면서도 나도 즐거웠다. 가끔은 감사 카드도 받기도 했다.

오늘 나는 올해 마지막 이야기로 익산을 이야기가 있는 도시로 만들자고 제안한다. 익산의 관광자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뭘까? ‘미륵사지석탑’이라는 대답을 가장 많이 들었다. 그렇다. 익산은 역사 문화의 고장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을 간직한 세계적인 역사의 고장이다. 그리고 지난 2020년 익산 미륵사지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한국 관광의 별로 선정된 바 있다.

최근 익산 미륵사지 앞을 다녀오면서 정말 익산 관광이 달라지고 있구나 하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관광마케팅 관점에 있어서 유구한 역사와 세계가 인정하는 문화재는 여행의 최고의 소재이자 필수 코스가 될 수 있다. 세계유산 여행코스는 흔히들 말하는 스테드 여행상품이기 때문이다. 익산 미륵사지가 변했다. 지금도 여전히 변화하고 있다. 정말 가슴이 설렜다. 아직은 문이 닫혀있는 편의점을 보면서도 너무나 좋았다.

몇 해 전 까지 내가 익산에서 근무할 때 물 어디서 살 수 있냐는 질문에 난 길 건너 슈퍼가 있다고 말하곤 했었다. 근데 이제 미륵사지 앞에 편의점이 있었다(아직 문을 열지 않은 듯하지만). 익산 미륵사지 석탑 주변의 관광 인프라를 조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우리가 지금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스토리(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익산을 이야기가 있는 관광도시로 만들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미 이야기가 들려오는 곳도 많이 있다. 하지만 점, 점, 점으로만 찍혀있어 이야기가 단절된다. 하나의 쭉 연결된 선이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 이야기는 엮어주어야 한다. 주요 관광지 뿐만 아니라 익산을 들어서는 순간부터(아니 익산 관광을 선택하기 위해 자료를 검색하는 단계에서부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점과 점을 이어 하나의 연결된 선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로 충만하게 채워보자.

역사적인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마을에 내려오는 구전 이야기, 지역주민의 삶의 이야기 등으로 관광객의 여행을 이야기로 꽉 채워주자는 것이다. 그러면 관광객의 마음속으로 저마다의 아름다운 색칠을 할 것이다. 빨간색, 파란색, 무지갯빛 등등 아주 여러 색깔의 익산 관광으로 기억할 것이다.

2022년 익산방문의 해가 시작된다. 우리는 익산 이야기를 들려줄 준비가 되어있을까?
익산 관광이 무한히 발전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