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래

사)맥지익산키퍼넷

이사장

1998년 봄 김대중 정권이 들어섬과 동시에 우리는 후기산업사회 속에서 상처 받은 청소년 그리고 입시지옥에서 백기를 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신정부는 이들을 어찌할 것인지?’를 묻는 토론회를 열었다. 전국적으로 참 놀라운 반향을 일으켜 주었다.

그리고 1999년 기회청소년(옵포트루)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영상제에 도전했다. 무엇 보다 위기청소년들에게 동기유발을 해 주고, 나아가 그 끼가 계승되어서 영상 엘리트로도 성장시킬 수 있다는 기대로 시작했지만 광주의 열기는 냉냉했고, 분수를 넘는 욕심이라는 역풍에 시달렸다.

하지만 우린 주눅 들지 않고 다가가서 많은 청소년들의 영상실험의 메카가 되었고, 이제는 전국의 몇 안되는 청소년치료영상제로 우뚝 섰으니!! 누구나 뭇소의 뿔 앞에 꼬리를 내리는 법!, 돌아 오는 24회 영상제 부터는 대안학교까지 가세하여서 모름지기 영상을 통한 기회청소년의 부활이라는 치료영상제로서의 국내 영역을 넘어 그로벌 좌표를 제시하는 청소년영상제의 혼불이 활활 타오를 날이 목전에 왔다. 이 기쁨은 당연히 우리 모두의 것이다.

2009년 미국에 가서 청소년단체를 돌아 다녀 보았다. 그런데 미국의 다양성 대안학교는 50년 전에 이미 사라졌음을 확인했다. 기존의 공교육시스템이 그들을 다 소화해 낼 수 있기에 우리의 다양성 대안학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이제 미국에 남아 있는 대안학교는 특수치유학교가 전부이다.

마약, 범죄, 가출청소년, 정신박약 등에 기인한 위기청소년을 재활 시키려는 특수교육프로그램만 진정한 대안교육프로그램으로 인정 받고 그 존재가치가 날로 사회의 일치된 지원을 이끌어 가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대안학교도  다양성대안학교는 공교육으로 빨리 이전되고, 허리가 아파도 뜻이 있다면 심각한 위기청소년을 케어하는 사회와 학교교육의 브리징 형태로 가야 한다.

바로 이런 우리의 조급증이 맥지 법인의 도시속참사람학교, 중장기 쉼터 그리고 학교밖지원센터의 가동을 가져왔고, 2019년부터 익산에서 시도된 위기청소년 KEEPer운동의 견인차가 되었던 것이다.

맥지가 1985년에 시작되어 2020년까지 무려 35년간 실험된 학교부적응청소년 사랑운동이 급류에 떠밀려 가는 위기청소년을 발을 동동 구르면서 쳐다만 보는 ‘물가청소년사랑’이었다면 여기서 말하는 키퍼운동은 반사적으로 급류에 몸을 던지는 ‘입수청소년사랑’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이다. 키퍼운동은 단순후원을 넘어서 키퍼들이 대리부모로서 현장에 투신하겠다는 아주 강력한 부모의 에너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2006년 서울에서 800여명에 가까운 청중들을 모시고 신들린 토론회를 8시간 가량이나 했었다. 다름 아닌 위기청소년을 걱정하는 아트테라피적 교육방법에 대한 심포지엄이 바로 그것이다. 위기청소년프로그램에 아트테라피적 교육방법론을 접목시키자는 최초의 거대한 못짓이었고 그러한 사회수요의 반향이 바로 이날의 감동이었는데 이제는 이들이 경제적 단독자로서 자립을 성취하기까지 취업준비 전문성을 가진 키퍼들이 맞춤훈련을 시켜 나간다는 프로그램을 키퍼둥지는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가정의 기능과 학교, 직업에 이르기까지 3박자를 맞추어 줄 사랑의 브릿징 공간을 단순한 학교를 뛰어 넘어 “키퍼둥지”라고 명명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 였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못지 않은 사명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시민교육운동 주체인 익산의 키퍼들이 안고 가는 것이다.

어느덧 익산의 키퍼들이 400명을 넘어섰고 키퍼둥지도 기부금과 비영리 수익사업의 과실금이 모여 구체적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독지가의 염려로 시내 건물2층에 유콤(Youth Contact Point)이 셋팅 된다. 이것은 키퍼님들과 위기청소년 너희에게 보내는 소중한 시대적 축복이다.

마침 인테리어 비용이 부족할까봐 기부 받은 물품을 바자회로 팔아서 보충하라고 성당과 교회에서 주일에 앞마당을 내주기로 하였다. 신나는 일이 아닐까!!!! “애들아 ‘유콤’에 놀러 와! 날개 깃 안에 상처가 없는 독수리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새일 뿐이란다” 이쯤 되었으면 우리 키퍼들은 여기서 죽어야 살지!! 그리고 일하다 이곳에 잠들자 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