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지 익산키퍼트리 이사장 이 강래

처음으로 보육원 출신임을 밝힌 날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불안과 긴장감 속에 입을 뗀 순간 정적이 흘렀습니다.
살아가며 수없이 거쳐야 할 그 순간, 두렵지 않을 수는 없는 걸까요? 나는 오늘 '고밍아웃' 했습니다.
고밍아웃 이란? ‘어쩌다 마주친 나’라고 표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자립준비청년이 스스로 출신이나 정체성을 밝힐 때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말로 '고아' + '커밍아웃'을 합성하여 당사자들이 자조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밝히지 못하고 그냥 사는 자립준비생이 30%에 이른다 한다.  고밍아웃!!!!!!!!!!!!!

2013년 10월 4일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짐을 덜어낸 날이다.라고 그는 내게 말해 주었다.
그는 보육원에 살았던 사실을 숨기기 위해 무수히 많은 거짓말을 해왔다 한다. 가족 이야기가 나올 때면 어떻게든 화제를 돌리려 애썼고 가짜 가족 프로필을 말하면서 식은땀을 흘리기 일쑤였을 것이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비밀…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불러왔고 사진기와의 숨박꼭질도 수없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친구들에게 자기 비밀을 털어놓기로 했다 한다. 자기가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겁도 났지만 감각을 잃은 아래 입술처럼 자기를 잘 모를 것 같았다고 했다.
친구들과 함께 온 여행. 평소보다 더 크게 웃고 장난은 쳤지만 실은 하루 종일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겠지요.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저녁 시간, 그는 수십 번의 망설임 끝에 입을 떼었다.
"나 사실은 고아원에서 자랐어."
그의 한 마디에 그 자리는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고 일종의 침묵이 얼음처럼 흘렀다.
친구들은 저마다 그 녀석의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아니면 외면하려 애쓰는 눈치가 함께 스쳐갔다고 했다.
잠깐의 무거운 침묵이 흐른 후 친구들이  심장이 펑펑 거리는 그에게 말을 해오는 것이었다. "아! 그랬어!"
너가 "가족 이야기를 잘 안 해서 가정에 사연이 있겠지 -- 생각은 했었지." 다른 친구들도 곧장 냉냉하고 덤덤해 했다. 예상과 달리 친구들의 반응은 쉽게 무관심의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를 동정하지도 않았고 그동안의 거짓말에 대해 언급하려 하지 않고 그렇다고  비난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가 가져온 일종의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사실이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면 이 녀석이 훨씬 더 빨리 편하게 바람에 날리듯이 아웃을 해버렸을 것이었다.

그는 그 순간에 밀려오듯이  지금껏 버텨왔고 참아왔던 모든 불안과 두려움이, 어쩌면 야릇한 기대감이 한 번에 와르르 무너졌다.
그는 정말 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한다. 이후에도 변한 것은 없었다. 그는 이 문제로 선생님과 상담을 했을 때 친구들이 그 날 이후 나를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이렇게 과잉 반응을 기대했던 자신이 원인 제공자였다고 인식한 것이 차라리 어떤 습득물이었다고 고백했다 한다. 시설을 나오기 전에 ‘네가포지’프로그램을 통해서 미리 생각하는 기회가 주어졌더라면 아이들이 그의 고밍아웃에 무덤덤 한 것처럼 자기의 출신 배경을 그 자신이
무관심하게 극복할 수 있었을 터인데 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한다.
여기서 언급하는 ‘네가포지’교육프로그램은 일본에서 먼저 포착하고 은둔형 히끼꼬모리에게 공감시키려 했던 접근방식으로 네가 즉 네가티브를 포지 곧 포지티브로 인식의 반전과 해방을 시켜주려는 ‘18-1케어’프로그램이라고 정리 할 수 있다. 익산키퍼트리가 주창하고 있는 자립준비청소년의 시설 퇴소 이전에 미리 나갈 준비를 시켜 주는 멀리뛰기에서 도움닫기 정도로 말할 수 있는데 부정적으로 갇혀 있던 고아였다는 컨셉이 몽땅 혼자서 자립이라는 마치 일제의 독립운동처럼 긍정의 그 무엇으로 전환되어지는 것이다. 바로 ‘네가포지’프로그램의 존재 가치인 것이다.
무엇보다 이제 내 상황을 솔직히 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자기 인생의 가장 큰 벽을 넘어선 기분이라고 한다.

사실 캠페이너가 자립준비청년 50명에게 물었습니다.
‘보육원 출신인 것을 밝히셨나요?’
네. 밝혔습니다.72.7%, 고밍아웃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이렇게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