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택 Like익산포럼 대표. 제7.8대 익산시의원

직접민주지역자치당 창당준비위원장

지난 4월 9일 익산 영등동에서 ‘사단법인 교육문화중심 아이행복’ 창립 2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아이행복은 20년 전 2004년 4월 9일 원광대학교 숭산기념관에서 ‘익산교육시민연대’로 출범한 단체다. 교사, 학부모, 학생 3주체가 함께 참여하여 활동하는 최초의 단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창립선언문에서 “입시위주의 사회 속에서 학부모들은 내 자녀 교육에만 관심을 두고 우리 자녀, 우리 지역의 교육 전체에는 무관심하며, 교육자들의 빈곤한 교육철학과 폐쇄적인 교육관, 개혁과 창의를 지원하거나 선도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며, 익산시의 교육행정은 질적 향상과 청소년 문화기반 조성에 대한 관심 조차 부족한 형편”이라고 진단하며 활동방향을 제시했다.

아이행복은 그동안 토론회와 대중강연을 중심으로 정체성 확립과 구성원들의 교육적 가치에 대한 동질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청소년 문화 관련 사업을 진행했다. 특히 교사 중심의 교육이 아닌 시민 속으로 자리매김 되는 지역의 교육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2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참교육학부모회 양민숙, 전교조 김성수, 농촌교육연구회 이종원, 원불교 김현 교무 등 고인의 되신 분들에 대한 회상의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익산을 참교육 도시로 만들어보자며 함께 했던 동료들이 지금 뜻깊은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함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표했다. 눈시울을 적신 김형실 이사장의 인사말 시간에 나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졌다.

원광대학교 사범대학을 다닌 인연으로 대학 시절부터 교육운동을 하신 분들과는 각별한 연이 형성되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비합법단체이던 당시에는 전교조와 함께 참교육학부모회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절로 원광대학교 총학생회, 사범대학 학생회와도 매우 긴밀하게 연대하고 협력하던 시절이었다.

30, 40대 주부들이 주축이던 익산참교육학부모회는 당시 해돋이학교를 비롯해 다양한 교육운동을 전개했다. 사범대학 학생들은 매년 여름방학이면 해돋이학교 보조강사를 맡아 익산의 초등학생 아이들과 참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나의 기억에도 익산 아이들과 3박 4일간 김제 수련원에서 지냈던 해돋이학교, 원광대 교정 곳곳에서 진행된 프로그램들은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미래 교사를 꿈꾸는 사범대학 학생들에게는 그야말로 현장교육을 체험하는 생생한 공부의 장이기도 했다.

그 시절 원광대학교 앞 신동 대학로에 살던 양민숙 회장의 집에서 밥도 술도 참 많이 얻어먹고 때론 하룻밤씩 신세도 졌던 추억이 선명하다. 1990년대 중후반 익산 시민사회운동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전국연합 익산지부도 전교조 사무실에서 더부살이하며 태동했다. 대학생 시절 지역의 선배 활동가, 어른들의 헌신적인 활동과 따뜻한 챙김 속에서 지역사회 공익활동에 대한 꿈이 자연스럽게 키워졌는지도 모르겠다.

1999년 전교조는 합법화되었고 익산의 교사들은 그해 전국 최초이자 유일한 청소년신문 ‘벼리’를 창간했다. ‘익산청소년신문 벼리’는 고등학생 기자들이 직접 취재, 발행하는데 익산지역 고등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학생신문으로 25년째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학생 기자들 중에서는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꿈을 키워 현재 유수 언론의 기자로 활동하는 친구들도 있다.

‘아이행복’은 창립 20주년이지만 실제 이분들이 익산에서 교육운동을 펼쳐온 지 30년이 넘었다. 아이행복은 그동안 익산지역 고교평준화, 교육발전 의제 발굴, 해돋이학교 운영, 무상급식 도입, 친환경 학교급식 지원 연대사업, 해돋이학교, 문화예술사업 등 굵직굵직한 활동을 펼치며 지역 교육의 성장과 발전에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익산이 전북에서 최초로 친환경 학교급식을 도입하게 되는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는데, 그런 노력이 바탕이 되어 현재 친환경농업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우리나라의 민주화운동이 시민운동으로 전환하면서 지역에 다양한 풀뿌리 시민사회단체들이 뿌리내리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지역에서 태동한 단체들이 20주년, 25주년이 되어간다. 익산의 발전과 성장 과정에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요 도시의 핵심요소이다. 시민사회단체의 자발적인 활동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천문학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1995년에 익산군과 이리시가 통합되어 익산시가 출범했으니 대략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 행사들을 참가할 때면 지난 20여 년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열정적으로 활동했던 활동가들이 눈에 선하다.

아이행복에서 벼리 기자, 자원봉사자, 회원으로 활동한 학생들이 이제 20, 30, 40대 청년으로 성장했다. 기념행사 자리에는 많은 수는 아니지만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회원들이 참여해서 행사를 함께 꾸몄다. 이 청년들이 아이행복의 운영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된다면 교육도시 익산의 명성을 다시 얻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