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학박사 김성중

무더운 날의 시원한 카페, 귀에 익은 음악이 들려옵니다. 조덕배의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 가장 선호하는 보사노바(Bossa Nova). 너무 빠르지 않고 적당하게 편안하면서도 쳐지지 않고 경쾌한 리듬입니다.

1950년대 미국에서 융성했던 재즈를 흡수해 브라질의 삼바와 결합해 만든 보사노바는 중남미와 북미는 물론이고 유럽과 아시아 지역을 뒤덮은 대표적인 ‘여름 음악’입니다. 시끄러운 삼바를 느리고 고급스럽게 재구성한 브라질 젊은이들의 새로운 경향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름이 BOSSA(경향) NOVA(새로운)입니다.

여름을 대표하는 '보사노바(Bossa Nova)', 세상에서 가장 감미로운 브라질 음악으로 알려진 ‘보사노바’는 이처럼 브라질의 전통음악이 아닙니다. 브라질 삼바에서 나온 음악 형식이지만 삼바보다 덜 격렬하고 더 감미로워 인기가 많습니다.

악기 역시 삼바에 비해 타악기가 적고 기타나 피아노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느긋한 코드의 변화와 은근한 리듬, 여기에 자연스레 울려 퍼지는 멜로디가 환상적입니다. 문득, 음악에 관한 상념에 젖어봅니다.

첫째, 우리의 몸은 음악 리듬에 민감합니다. 음악 리듬이 우리의 심장박동 수와 비슷한 속도로 타격하기 때문입니다. 음악에서의 BPM과 분당 심박수를 뜻하는 BPM 둘 다 'Beats Per Minute'의 약자임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매장 내에서의 음악은 음식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과 기분을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근처 대형 매장에 가면 정신 사나운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왜 이런 빠른 노래를 택한 것일까. 빠르고 시끄러운 노래는 불안감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 불안감은 곧 충동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음악 때문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죠.

이런 점을 반영하여 매장에서는 사람이 붐비는 시간에는 매우 강렬하고 활기찬 스윙재즈, 레게 재즈와 같은 종류의 음악들이 나오고 사람이 붐비지 않는 시간쯤에는 부드러운 모던재즈 계열이나 보사노바 같은 곡들을 틀어줍니다.

둘째, 이러한 보사노바의 개방성에 곁들인 변화와 변화 가능성에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아직도 대한민국은 문화의 폐쇄성에 따른 벽 허물기가 필요한 분야들이 많습니다. 대륙의 한쪽 끝에서 웅크리고 있는 토끼의 망설임을 극복하고 대륙과 해양을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의 번뜩임이 필요한 시대가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재즈(Jazz)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서 미국의 흑인 음악에 클래식, 행진곡 등의 요소가 섞여서 발달한 대중음악입니다. 역동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운율의 독특한 리듬감이 강조되며 즉흥적 연주를 중시합니다. 다양한 요소들이 섞이고 혼재되면서도 서로 이질적인 음악적 요소들이 절묘한 리듬과 화음으로 어우러집니다.

보사노바는 라틴아메리카의 Samba 리듬에 재즈가 합쳐졌습니다. 저마다의 음악 장르가 가진 정통성과 역사성에 새로운 경향이 가미된 개방성을 추구하며 정형화된 패턴보다는 변형과 변화 가능성에 집중하므로 가히 열린 음악입니다.

셋째, 음악에도 향수가 있다면 보사노바는 리우 앞바다를 담았을 것입니다. 보사노바가 들려주는 음악은 마치 해변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밀려오는 파도 소리처럼 들립니다. 카페에서 들려온 남미의 정취를 따라 보사노바와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국내의 대표적인 보사노바풍 곡으로는 김현철 ‘춘천 가는 기차’와 조덕배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 이정선 ‘행복하여라’ 등이 꼽힙니다.

이 중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를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나를 바라볼 때 눈물짓나요. 마주친 두 눈이 눈물겹나요. 그럼, 아무 말도 필요 없이 서로를 믿어요∼” 영화 살인의 추억에도 삽입되었고 이후 브라운아이즈의 나얼 등 많은 가수가 리메이크하였습니다.

슬픈 느낌의 가사에 너무나 적절하게 어울리는 보사노바 편곡을 결합한 작곡가의 재능은 가히 역대급입니다.

음악은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무더운 여름 리우데자네이루의 해변을 떠올리며 한적하게 보사노바 음악을 즐기다 보면 이 정도 더위는 싹 물러날 것입니다. 장마와 태풍, 더운 날씨 등으로 힘든 여름철이지만, 청량하면서도 따뜻한 보사노바 음악, 여기에 브라질 커피라도 곁들이는 삶의 여유가 있다면 더욱 즐거운 하루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