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막대한 재정 손실을 발생시켜 업무상배임 논란을 부르고,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았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자충수를 배짱 좋게도 뒀다.

그것이 패착이라 해도 자기 판돈은 아니다. 그의 도박 과정에서 지역 언론이 그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상 고발했지만 그의 곳간은 단 한 푼도 축나지 않았다. 그의 위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지적했지만 익산시장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것이 청렴 공직사회의 출발점이다

대단한 익산시 공무원을 소개한다. 그는 민간업체와 특정 공공시설 설치 및 운영계약을 체결했는데,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민간업자가 전적으로 유리한 지위를 갔도록 했다. 또, 시설 운영과정에서 발생한 업체 측의 귀책사유에 대해 지극히 제한적으로 책임을 묻기로 했다.

행정처분을 해야 할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역시 업자를 봐주는 쪽을 선택했다. 막대한 재정 손실을 발생시켜 업무상배임 논란을 부르고,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았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자충수를 배짱 좋게도 뒀다.

그것이 패착이라 해도 자기 판돈은 아니다. 그의 도박 과정에서 지역 언론이 그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상 고발했지만 그의 곳간은 단 한 푼도 축나지 않았다. 그의 위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지적했지만 익산시장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가 사법적 책임은 물론 행정벌 조차 받지 않는 지점에서는 그의 뒷배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가운데 시간은 무심히 흘러갔다. 각성을 하고 보니 익산시장은 짧은 기간에 두 번이나 바뀌는 사고가 발생했고, 현직 시장은 암초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는 민선 6.5기호에 올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법을 떡 주무르듯 하는 환경 마귀들

익산시 환경분야는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막대한 양의 발암물질(비소)이 지하수로 스며들고 하천으로 유입되는 중이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가운데 5%가 비소에 노출됐다.

이런 와중에 익산시와 '뉴워터(왕궁축산분뇨공공처리장 위탁운영 민간업체)'는 여러건의 재판에 휘말려있다.

과연 이 재판들을 익산시는 승소로 결말지을 수 있을까. 우선은 가장 유력한 증거가 익산시를 불리한 지형으로 몰아붙인다. 바로 불공정한 협약이다. 뉴워터는 익산시를 상대로 총 3건의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가운데 2건은 익산시가 패소했고 1건은 승소했으나 모두 항소되어 재판이 진행중인 상태다.

원심이 '왕궁축산분뇨공공처리장 건설 및 운전 과정에서 농가저류조 공사를 지연시킨 책임은 익산시가 있다'며 뉴워터에 16억8,388만3,098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한 '전주 2014 가합 2203 간접비 등 청구' 사건은 쟁점이 두 가지다. 그중 A는 왕궁특수지역의 농가저류조를 증설하고 종류를 변경한데 따른 추가비용 청구다.

B는 뉴워터의 왕궁가축분뇨공공처리장 시운전 과정에서 익산시가 협약상 유입수질에 부합하는 가축분뇨를 제공할 의무를 제때에 이행하지 않아 원래의 공사기간보다 늘어난 8개월 분의 추가 공사비용 청구다.

법원은 뉴워터가 청구한 48억7,031만9,056원 가운데, A관련 청구액 중 적정 가액만 인정하고 B관련 청구액인 32억6,143만5,958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쟁점 B를 익산시가 자초했다는 것이다.

물이 축산분뇨로 둔갑, 161.65% 처리비 더 지불

익산시는 왕궁축산분뇨공공처리장을 설치하기 위해 지난 2003년 왕궁축산폐수 연계처리 시설공사 타당성 조사 및 기본설계를 수립했는데, 이 보고서에는 왕궁특수지역의 축산분뇨의 성상 가운데 SS 평균 수치가 1리터당 7만8495.5미리그램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익산시는 뉴워터와 실시협약을 체결하면서 유입수질 수치를 1리터당 7만8495.5미리그램으로 정하지 않고 3만미리그램으로 정했다. 이로 인해 익산시가 뉴워터에 제공하는 축산분뇨의 유입수질은 협약에 불부합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왕궁특수지역의 축산분뇨를 처리하기 위해 설치한 시설이 부적합한 협약 체결로 인해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이로 인해 협약상 유입수질을 맞추기 위해 뉴워터는 축산분뇨에 물을 섞어 농도를 조절하는 명분을 획득했다.

이에 따라 섞인 물은 축산분뇨로 둔갑했다. 1리터당 7만8495.5미리그램의 축산분뇨를 유입수질 3만에 맞추기 위해서는 1리터당 4만8495미리그램의 분뇨를 희석해야 하고, 익산시는 무려 161.65%에 달하는 톤당 처리비용을 더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뉴워터는 명백한 특혜를 누리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뉴워터는 배상의 소를 제기할 입장이 아니다. 이러한 뉴워터의 행태를 볼 때 담당 공무원들의 책임이 얼마나 큰가를, 뉴워터가 익산시를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 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뉴워터는 두배 이상의 처리비용을 받아먹으면서도, 운영비용이 현저히 증가했다며 협약에도 없는 '기준 사용료 41% 인상액 70억원'을 요구하는 소(2015구합1172)를 제기했다. 물론 익산시가 승소했다. 그러나 뉴워터는 항소(광주고법 2015누1026)했다.

일부러 패소할 가능성 보여주는 전철(前轍)

법원은 이 사건을 각하했는데, 그동안 익산시 환경직 공무원들의 행태로 볼 때 항소심에서 일부러 져주지 않을까도 우려된다. 뉴워터가 보증수질을 맞추지 못하고 협약상 준공기간을 넘긴데 따른 지체상금 부과 과정이 그런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익산시는 당초 지방계약법에 따라 91억2,969만원을 지체상금으로 부과하면 그만이었는데, 주무 행정관청에 유권해석을 구하는 서면질의도 없이 굳이 배상액을 경감하는 방법을 찾아 11억2,485만6,540원을 부과했다. 변호사 등에 자문을 구했다는 것인데, 판사의 의견도 법정 밖에서는 사견일 뿐이라는 점을 공무원들은 진정 몰랐을까.

그뿐인가. 뉴워터는 익산시의 지체상금 부과는 부당하다며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선택의 문제였다. 실시협약상 익산시는 뉴워터와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중재를 거부하고 관할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었는데, 뉴워터의 중재신청에 응했다.

대한상사중재원은 뉴워터가 지체상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는 있다고 판시하면서도, 뉴워터의 귀책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지체일수를 제외하고 1억4,965만9,025원만을 지체상금으로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납득할 수 없는 중재판정이다.

농가저류조 공사가 지연된 책임은 익산시에 있으므로 그 지연된 일수를 지체상금 부과일수에서 뺀 것이다. 그러나 농가 저류조 공사는 해당 조정사건의 지체상금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뉴워터는 왕궁가축분뇨공공처리장이고, 최종적으로 방류하는 보증수질을 맞춰야만 준공 승인을 받을 수 있다.

다시말해 뉴워터는 농가저류조 공사 문제가 아니라, 본처리시설이 보증수질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에 준공하지 못한 채 공사기간을 계속 지체한 것이다. 그런데 본처리시설이 시험가동을 하며 준공조건을 맞추지 못하는 동안 시행된 농가저류조 공사가 불가항력적으로 지연 된 귀책사유를 익산시에 물으며 그 기간의 지체일수에 해당하는 지체상금 89억8,003,965원을 제외한 것이다.

어불성설이지 않은가. 하지만 익산시는 항소하지 못했다.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로 분쟁을 해결할 경우 그 중재판정에 대하여 법원 등에 항소하는 것을 포기하기로 실시협약을 체결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더구나 관련 협약은 법적인 근거도 없다. 문제의 조항은 '왕궁특수지역생활환경개선 및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 보강공사 민간투자사업(BTO) 실시협약' 제 12장 분쟁해결 제77조(중재) 3항이다.

"중재판정은 특별한 항소 수단에 따르지 않고 당사자에게 궁극적인 구속력이 있다. 이에 대하여 당사자는 법원이나 달리 관할을 가지는 사법당국에 대한 여하한 형태의 항소나 상환청구권을 배제하며 그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다"고 정한 것이다.

그러나 중재법 제36조는 당사자가 중재판정에 불복할 수 있고, 그 취소의 소를 법원에 제기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위 협약은 위법하다. 원천무효가 될 수밖에 없는 중재절차로 익산시는 막대한 재정손실을 입었다.

말도 안 되는 판정, 위법·불공정 협약으로 항소도 못해

지체상금은 국고로 귀속되지 않고 자치단체가 사용하는 자체재원이다. 그런데 89억8,003,965원의 재정이 손실됐다. 업무상배임이 아니고 무엇인가. 하지만 기왕에 체결된 협약인데 그걸 따라야지 어쩌겠느냐고 빠져나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다시피, 익산시는 같은 실시협약 제 76조(분쟁해결)의 제2항 "분쟁은 본 협약 제77조(중재)에 따른 절차에 의하여야 한다"와 제3항 "협약당사자의 합의로 중재에 회부되지 못하는 경우 본 협약상 분쟁의 협의관할은 전주지방법원으로 한다" 등 두 개의 조항 가운데 제2항을 선택했다.

'재판'이라는 더 많은 기회를 버리고 협약상 단심으로 끝나는 '중재'를 선택한 것이다. 게다가 대한상사중재원은 민간기업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대한상공회의소 부설기관이며 사단법인이다. 민간기업의 사익추구에 편들며 행정청의 공익추구에 등을 돌렸다고 말할 수 없겠는가.

담당 공무원이 시작부터 불리한 중재를 선택한 대가는 얼마일까라는 의심이 무리한 것인가. 89억8천여만원의 이익을 주면 커미션은 얼마였을까라는 합리적인 의심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겠는가.

90억 가까운 재정손실.. 환경직 공무원들이 선택한 결과

이뿐이 아니다. 뉴워터가 제기한 '보증수질 초과로 인한 손해배상액 부과 이의제기'(전주지법 5015구합 1035)의 소에서 익산시가 패소했다. 뉴워터가 보증수질을 맞추지 못하면 손해배상을 하는 것은 마땅한 것인데 법원이 왜 뉴워터의 손을 들어준 것일까.

뉴워터에는 유리하고 익산시에는 지극히 불리한 협약 때문이다. 관련 협약은 뉴워터의 손해배상예정액 상한을 전년도 월(또는 연) 평균 당기순이익의 2.5%로 제한하고, 연간 방류수 보증수질을 6회 이상(다만, 시정조치기간 내의 수질측정은 추가 회수로 미산정) 초과해야 뉴워터의 귀책사유로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6백여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뉴워터는 이 같은 협약을 기초하여,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손해배상 산정액이 부당하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뭔가. 배상이란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배한데 대한 페널티다. 그런데 사정에 따라 벌칙을 조정한다는 것은 사회상규에도 어긋난다. 더구나 뉴워터는 자신들의 기술력을 내세우며 왕궁가축분뇨공공처리장 민투사업을 익산시에 제안했던 업체다.

한번이라도 보증수질을 초과하면 결격사유가 되는 것인데, 연간 6회 이상 초과 시 손해를 배상하도록 협약을 체결한 것은 스스로 부적격 업체라고 자인하는 셈이다. 익산시 환경직 공무원들은 그런 후안무치한 민간인들의 뜻에 부응한 것이다.

정헌율 시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부당협약을 체결하고 사익에 경도되어 민간업자에게 이익을 공여한 공무원은 징계시효에서 벗어났다 할지라도 업무상배임에 따른 사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떠한지. 또한 이같이 부적합하고 불공정한 협약은 하루빨리 수정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떠한지.      
    
관련 공무원들은 지체상금 손실을 비롯한 재판에 패소한 원인제공자로서 구상권 청구대상이 명백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떠한지. 여기서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자체감사를 실시하여, 위법행위자를 고발하고, 구상권을 행사할 것을 제언하는데 어떠한지.

지켜볼 것이다. 정헌율 시장이 내세우고 지켜나가겠다고 천명한 청백리 상과 익산시 공조직의 청렴문화를 향도하려는 의지의 지표가 곧 해당 환경직 공무원들에 대한 처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