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쓰레기가 줄어들어서 소각장 운영비가 줄면 시민들의 이익이다. 손해는 누가 보는가. 소각장 위탁운영 업자다.

익산시 신재생자원센터는 익산시의 환경정책 방향을 한눈에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우선 시설 명칭에서부터 시민들을 기만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대형 스토커에 쓰레기를 태워 없애는 시설인데, 쓰레기를 재생해서 자원화하는 시설인 것처럼 현혹한 것이다.

다만,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 에너지를 일부 서민 아파트에 싼값에 공급해주고 소각장 부대시설인 익산문화체육센터에 나머지를 공급한다. 쓰레기를 재로 만들기 위해 투입하는 열 에너지와 쓰레기를 태워서 얻은 열을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쓰레기를 열에너지로 바꿔서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재생 자원화'가 일견 부합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소각장 수익을 운영비용과 대조해 보면 그런 표방 자체가 얼마나 작위적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소각장에서 연간 생산·판매하는 온수를 비롯한 전력, 소각철 수익은 13억 원 가량 된다.

그런데 소각장을 연간 운영하는 비용은 50억 원 이상이 소요됐다. 게다가 이 소각장에서 쓰레기가 완전 연소되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매일 25% 이상의 소각재가 발생한다. 익산시는 소각재 매립장을 소각장 인근에 설치하는데 102억 원을 들였고, 10억 원을 들여 매립장을 복토하고 있는 중이다.

1만5천여㎡의 기존 매립장은 3년 만인 올 연말이면 포화상태가 된다. 익산시는 또 52억 원을 들여 1만5,800㎡ 규모의 2단계 소각재 매립장을 설치할 계획이다. 매년 쓰레기를 소각·처리하는데 드는 비용 총액은 90억 원 가량 되는데 총액 대비 31%의 열에너지를 회수하는데 그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매년 5,200㎡의 토지가 불모지화 되고 있다. 지극히 비효율적인 정책이다. 더구나 익산시 신재생자원센터는 건설 직전까지 환경 위해성 논란에 휩싸였다. 굴뚝으로 배출되는 다이옥신 등 유독 물질이 주변 토양을 오염시키고 주민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소각장이 입지하는 부송동과 연접한 영등·어양동 일원은 익산시의 인구 20%에 해당하는 6만명이 거주하는 신도시 인데다 교육시설이 밀집되어 있어 적절하지 못하다는 반대 여론이 들끓었던 것이다. 하지만 익산시는 당시 매립장 포화에 따른 쓰레기 대란을 달리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소각장 건설을 밀어붙였다.

한편으로는 유화책도 썼다. 소각장이 위험한 시설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기 위해 연접한 곳에 공무원 아파트를 짓고, 소각장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직·간접 피해지역과 공유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익산시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공무원 아파트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다, 다 짓고 난 뒤엔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입주하지 않으면 거기에 공무원들을 강제수용 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처음부터 국면 전환용 기만책이었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각장에서 창출되는 이익을 공유하는 문제는 다르다.

보상약속은 어기고 수익은 챙기고

'이익 공유'란 피해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상 약속이었는데 은근슬쩍 주민 복지로 둔갑했다. 익산시가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폐열로 스팀을 만들어 도시가스(전북에너지서비스) 회사에 공급하고, 도시가스 회사가 지역 내 서민아파트 몇 곳에 저가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더 엄밀히 따지면 서민아파트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것은 일반 선별복지의 일환이고, 기실 소각장 폐열에서 발생하는 온수와 전력 등의 수익은 익산시가 세외수입으로 챙겨오고 있다. 소각장 건설에 따른 직접피해지역은 폐촉법에 따른 보상을 받았고, 직접피해지역 내 주민협의체는 폐촉법이 정한대로 지원을 받아오고 있다.

또한 소각장 부설 시설물로 건립한 익산문화체육센터는 익산시민들의 복리를 증진할 목적이었지만, 무상으로 개방하기는 커녕 사용료를 대폭 인상하고 휴무제도 도입했다. 익산시가 직영하던 시설을 체육회에 위탁하면서 비롯한 일이다.

인건비를 크게 올리고 관리 인력의 편의를 도모하는 등 공익시설이 사유화 된 탓이다. 시설은 물론 온수며 전기 등을 무상으로 공급받는 시설이 위탁 운영주체의 관리이기주의와 사익추구의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

그런데 소각장 굴뚝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은 인근에 떨어지는 것보다 주변(반경 3km)에 떨어지는 것이 더 많다. 굴뚝 높이와 바람의 평균 속도를 계산한 '우산효과'의 결과 값이다. 하지만 반경 3km 안쪽의 모든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보상을 하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익산시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소각장 주변 직·간접피해 주민들의 건강권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8년 동안 소각장에서 벌어들인 약 50억원을 주민들의 건강상태와 주변환경 변화를 점검하고 발견되는 문제들을 제거하는데 사용했어야 한다.

그러나 익산시는 법에 정한 환경성 영향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2015년에 조사를 시행했어야 하는데 2년이 지나도록 용역기관조차 선정하지 못한 것이다. 주민협의체와 익산시가 서로 다른 용역기관를 추천하며 대치하고 있는 탓이다.

익산시는 용역기관 선정을 주민협의회와 협의를 거쳐 하도록 정한 폐촉법을 이유로 내세운다. 그러나 협의 결렬이 조사를 하도록 정한 법정 시한을 장기간 초과한 위법행위를 정당화해 줄 수는 없다. 익산시와 소각장 주민협의회의는 무엇보다 소각장 주변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담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굴뚝으로 날리는 소각잔재는 간접피해지역의 주민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익산시는 보상과 지원 관련 법률의 범위에 얽매여 책임을 방기해서도 안 된다. 다른 유해물질들도 마찬가지지만 중금속이나 다이옥신 같은 맹독성 물질들은 미량이라도 분해되지 않고 토양에 계속 쌓인다.

어느 시점부터는 식물이 살 수 없는 땅이 되고, 산성화된 땅에서 자란 식물들은 맹독성 물질들을 그대로 흡수하며, 그 물질들은 결국 먹이사슬을 타고 사람의 몸속에 침투한다. 그로 인해 암 환자들이 급증하고 불임 부부가 늘고 자웅동체 동물이 발생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여러 건 보고된 바 있다. 소각장 주변 반경 3km 안에 있는 토양의 오염도 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익산시는 매년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지만, 단 한 차례도 간접 피해지역(반경 3km)의 토양 오염도를 측정한 적이 없다. 소각장을 짓기 전과 이후 간접피해지역 토양 환경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어떤 데이터도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업자 이익 위해 시민이 또 피해를 봐야하나

그런 와중에 익산시는 최근 2억3000을 들여 '신재생자원센터 활성화 방안 분석 용역'을 발주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게다가 터무니없는 중간 용역결과 보고가 논란을 불렀다. 이 용역의 출발점이 야적 압축쓰레기를 다 태우고 나면 줄어들 폐열 에너지 수익을 어떻게 대체할 것인가 였다는 데서 부터가 실소를 자아낸다.

2006년 용안 쓰레기매립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새 매립장을 확보하지 못한 익산시는 쓰레기 대란을 맞았고, 압축한 쓰레기를 랩으로 감아 야적하는 임시방편 정책을 무려 3년 동안이나 시행하는 바람에 수십만톤의 압축쓰레기가 발생했는데, 소각장 시공사였던 대우 건설은 사전 성상분석을 통해 이 압축쓰레기는 태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하지만 익산시는 적정한 처리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함수율이 45%에 이르며 불연성쓰레기가 뒤섞여 압축된 채 썩은 쓰레기 덩어리를 8년 동안 일반쓰레기와 함께 태워왔다. 소각재가 많이 나오는 이유이고, 소각장 주변 일대 주민들이 악취 고통에 시달려야만 했던 이유다.

압축쓰레기는 5만8000톤이 남았고 내년 9월 말께면 모두 소각될 예정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소각장은 매립장에 비교해서도 몇 곱절 더 비효율적인 정책의 산물이다. 운영비도 그렇지만 소각장 건설비용이 820억이나 투입되었다는 점은 폐열 에너지로 얻는 수익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가를 단적으로 방증한다.

폐기처분되어야 할 정책이다. 그러나 기왕에 지어진 시설인 만큼 안정적이며 효율적인 쓰레기 처리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잘 사용하는 것이 시설 투자 목적에 부합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스토커식 소각장은 수명이 짧다. 노후되면 공해물질도 더 많이 배출해 어김없이 환경파괴범으로 부상한다.

많이 쓰면 고장 빈도가 높아지고 수리나 보강, 교체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당초에 100톤 처리용량의 스토커 2기를 설계한 것도 소각장의 내구성을 감안한 것이었다. 태울 쓰레기가 줄면 스토커 1기를 세워두는 것이 효율적인 것이다.

무엇보다 쓰레기가 줄어들어서 소각장 운영비가 줄면 시민들의 이익이다. 손해는 누가 보는가. 소각장 위탁운영 업자다. 업자를 위해 2억3000만원을 들여 용역을 발주하고, 부실한 용역 결과를 수면에 띄우는 익산시 공무원들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환경유해시설이 도심 속에 일단 지어지면 주민들은 문제가 있어도 가급적 쉬쉬한다. 집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심리는 비정상적인 공무원들을 양산한다. 익산시는 소각장 간접피해지역(사실은 직접피해지역)의 토양 오염도 측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

상황논리를 내세워 시민들에게 피해를 강요했으면, 공익을 위해 피해를 감수한 시민들에게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환경정책은 시민들을 가족같이 여기는데서 출발해야만 길을 잃지 않는다. 기본이 충실한 환경정책을 바란다.